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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27 내 참~ 오늘이 생일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가

내 참~ 오늘이 생일인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가

 

늦은 오후입니다. 컴퓨터 책상에 앉았기가 너무 뻐근했지요.

해서 일어나서 팔을 쭉 뻗어서 기지개를 켜고 싶었습니다.

 

아까 낮에도 화장실 들렸다 나오면서 의도적으로 한번 기지개를 켜봤어요.

'야~ 이놈의 기지개가 나한텐 보약이나 다름없겠다!!!'

 

이전엔 미처 몰랐던 걸 이번에 크게 깨닫습니다.

늘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켰기에 그 효능을 그다지 몰랐던 거지 의도적으로 켜보려니까 그게 저한테 얼마나 대단한 행사(?)인지를 새삼 깨닫겠데요.

 

왜냐면, 저는 몸 중심을 잘 못 잡잖아요? 평형이 흐트러졌으니 그 상태로 무턱대고 기지개 켰다간 어디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기지개를 켤 때는 벽에 기대지도 않은 채 몸 구부려서 신발 신을 때나 팬티 입을 때처럼 엄청난 주의집중력을 쏟아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어요.

 

그런 점에서 앉았다가 일어날 때도 비록 거기엔 못 미치지만, 생각 없이 벌떡벌떡 일어날 순 없는 몸이랍니다.

 

하여튼, 뻐근해서 기지개를 켜야겠기에 이제는 좀 깨달았으니 앉아서 켜느니 일어나서 켜고자 했지요.

마침 그러는 순간에 책상 한쪽에 둔 핸드폰에서 삐삐거리네요.

 

어젯밤에 밴드에서 알려오는 알림음이 어찌나 시끄럽던지 그놈 잡으려고 인터넷 뒤져서 검색하는 등 별 짓거리 다 해서 잡아놨기에 이번에 울리는 알림은 유별나게 반갑습니다.

뭘 알려오는지 그것도 모르면서 …

 

어쨌든 기왕이면 그것 본 뒤에 하려던 거 하려고 이미 돌아섰습니다.

 

응? 오늘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 나나니 다려도 못노나니 ~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아까 낮에 어떤 일로 거실에 나갔는데 거기 식탁에 웬 굵직한 물고기가 구운 채로 벌떡 누웠더라고요.

덮어 놓지도 않은 채 누구라도 뻔히 보이게끔 말입니다.

 

축하 문자가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럿이 들어왔습니다.

이거 계속해서 생일인 줄도 몰랐다 하기가 괜히 머쓱해지기도 하데요.

 

실은 어제 아까 문자 줬던 동생이 집에 놀러 왔거든요.

녀석이 가면서 봉투 하나를 내밀고 가는 겁니다.

 

'오빠 생일 축하해~'

'너 이거 뭐냐!'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만 원짜리 하나야'

다른 거로도 뭐가 있었기에 녀석이 민망해질까 봐서 못 이긴 채 받긴 받았는데…

그냥 그날이 오늘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은 채 나중에 언젠가 맞이할 생일을 미리 축하한 줄로만 알았거든요.

 

교회 다녀오신 어머니한테 따졌더니 어머니도 제가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이제야 그 얘기 하는 겁니다.

'어제 걔가 와서 생일 축하한다며 봉투까지 주고 갈 때 다 받아 챙기더니 뭘 몰랐던 거냐?'

 

조금 억울(?)했지만 어머님 마련해주신 생일상!

- 저는 그냥 평소대로 그것 어머니와 동생이 먹으라 하고 -

- 밥솥에서 반 한 술 냉장고에서 김치 한 조각 꺼내 반상에 올린 뒤 -

- 텔레비전 앞으로 가져가서 어제 촛불집회 뒤 이야기도 궁금하고 -

- 그럭저럭 때우려고 했더니 어느새 어머니 큼지막한 고기 한 마리 들고 왔습니다. -

- 이거 어찌나 큰지 말 그대로 아기 팔뚝만 한 돔입니다. -

- 거기다가 이제는 됐으니까 싫다 그러는데도 미역국까지 떠다 줬지요. -

 

한마디로 오늘의 생일상 진수성찬에 임금님 수라상이 이만했겠습니까?

오늘은 아침을 깜빡 잊었기에 그 아침 뜨고 나니 벌써 깜깜해졌네요.

요즘은 다섯 시 반만 지나도 벌써 밤빛입니다.

 

지금은 저녁 아홉 시인데 또 배가 아픕니다. 가운데 배가 아픕니다.

전에는 이렇게 가운데 배가 아프면 그 전에 했던 윗몸 일으키기(평소엔 하지도 않다가 느닷없이 무리하게 스무 개 서른 개나 해버렸을 때의 후유증)가 주된 이유였었는데 최근엔 윗몸 일으키기도 없이 배 아팠던 적이 가끔 있어서 엄청나게 불길하기까지 했었답니다.

'혹시 내 위에 무슨 증세가 있는 거 아냐? 건강검진 받아볼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가보면 안 될까?'

그야말로 별의별 불길한 억측이 들었답니다.

 

그랬었는데 오늘 낮에 뻐근한 몸을 달래고자 일어나서 방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했습니다.

끙끙거리면서 최대한으로 해낼 수 있는 제 한계점이 스물다섯 개지요.

그런데 요것 하면서 가장 중요한 장치가 방바닥에서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끔 뒤를 잘 받치는 거였습니다.

 

그것 기를 쓰면서 목표치 스물다섯 개를 마치고는 그 최고의 장치를 찾아 이리저리 찾아 헤맸지요.

드디어 찾았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다른 곳에 쓰려고 모아둔 나무토막이었는데 줄줄이 세 개가 한 토막으로 나사못을 박아 연결된 상태입니다.

그놈을 컴퓨터 책상다리에 대보니까 하나는 빼도 무방하겠데요. 하여 가장 부실하게 조립한 부위 나사못을 풀었지요.

인제는 나무토막 둘을 하나로 이어붙인 그것이 제가 앞으로 팔굽혀펴기할 때 쓸 최고의 장치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애써 준비했으니 멀쩡하게 작동하는지 시험했을 게 아닙니까?

역시 좀 전에 해서 그런지 스무 개에서 더하는 건 무리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딱 거기까지만 하고 멈췄는데 이내 배가 아픈 거 있죠?

바로 그것 말입니다. 가슴 바로 아래쪽 가운데 배가 아파서 그토록 애를 끓였는데 마침 그 배가 아프지 뭡니까?

'앗싸! 그러면 그렇지. 내가 죽을 팔자겠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세상에 팔굽혀펴기로도 배가 아플 수 있다니 이런 기가 막힌 사실을 저는 난생처음 알게 됩니다.

 

그나저나 그때가 언제라고 인제 와서 다시 배가 아픈 걸 보니 은근히 수상(?)하기도 합니다.

일단 물이나 한 사발 들이켜고서 이 글을 맺겠습니다.

아니, 이대로 맺고서 물 들이켜고 나서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 수라상 차려주신 우리 어머니 고맙습니다 -

- 오~ 자랑스럽다. 우리 어머니!!!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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