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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30 아 그런데 거기 053번 부산이 아니다!!!

아 그런데 거기 053번 부산이 아니다!!!

 

평소엔 그거에 대해 일절 거리낌이 없었는데 오늘은 문득 아주 오래전부터 감추어 왔던 그거에 대한 조바심이 일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닌 '스팸메일'에 대한 이야기에요.

'혹시 우리 애들이 메일 보내왔는데 그걸 스팸으로 인식해버린 건 아닐까?'

오늘 아침엔 우리 온 가족이 투표하려고 아파트를 내려가서 막냇동생이 끌고 온 차에 오르기 직전인데 휴대폰이 울렸거든요.

생판 모르는 전화번호더라고요.

그런데 그 첫 번호가 '053'이었지요.

저는 그 번호가 부산인 줄 알았습니다.

해서 '부산에 뉘시온데 저에게 어쩐 일로 하셨어요?' 했더니 휴대폰 저쪽에서는 정말이지 난데없이!

'아빠 접니다. 저에요. 0원이에요!'

'아니 네가 웬일이냐?'

'네 휴가 나와서 잠시 들렀거든요.'

 

저의 둘째 놈한테서 온 전화였었네요.

투표하러 가는 길이라서 길게 통화할 수 없다며 몇 마디를 더 나누고는 옆에 앉아서 궁금하여 닦달하시는 어머니한테로 전화기를 넘겨주었죠.

저는 속으로 '녀석이 어쩐 일로 왜 하필이면 부산에 들어가 있지?' 그랬거든요.

그것도 내내 잊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려다 보니까 문득 떠오릅니다.

 

마누라랑 첫째와 둘째 저 사는 곳하고는 너무나도 먼 곳에 너무나도 긴 시간을 떨어져 살았거든요.

작년에는 그 기나긴 별거생활을 정리하자며 뜬금없이 마누라가 이혼을 제안하데요.

곧바로 응수해서 일사천리로 이혼에 이르긴 했지만, 그 뒤로도 애들은 한두 번씩 다녀갔었답니다.

 

'스팸메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던 건 제 곁을 떠난 그 시점부터 있었습니다.

제가 보낸 수백 통의 편지 단 한 차례도 시원시원하게 답장 들어온 예가 없었기 때문인데 '혹시라도 우리 애들로부터 보내온 글이 스팸으로 인식되어 날아가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 바로 그 '오래전에 일었지만, 감추어 왔던 조바심'의 실체입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간만에 스팸메일 쪽을 눌러봅니다.

 

'허허^ 네놈이 보낸 거였구나! 어쩐지 네놈으로부터 요즘은 도통 안 들어온다 싶기도 하고 또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잊고 지냈었거든…'

백악관에서 시도때도없이 보내는 메일입니다.

알아먹지도 못할 소리 받으면 뭐합니까? 그래서 버렸던 건데 오늘 용케도 그것이 딱 걸렸네요.

불쌍해서 잠시 풀어봅니다. 나중에 또 귀찮거든 그때 가서 내다 버리면 그만이니까…

 

- Spam -

 

그나저나 우리 둘째가 어째서 부산에 있느냐고 물었는데 별말이 없었거든요.

제 말투가 괴팍하고 꼬여서 못 알아들었는지 어땠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방금 검색해 봤지요.

'아 그런데 거기 053번 부산이 아니다!!!'

 

Area-Phone-No

 

퍼뜩 뭔가가 짚입니다.

'어^ 녀석이 제 놈 엄마한테 갔었나 보구나!'

헤어진 마누라 사는 곳이 대구거든요.

올 초에 입대했으니까 첫 휴가는 아니었을 테고 아마도 두 번째 휴가쯤 되었겠지요.

그 아까운 시간 머나먼 광주까지 오가느라 아까운 시간 까먹을 순 없잖겠어요?

거기가 제 엄마 집이 됐든 아니면 제 놈 애인이 거처하는 곳이 되었든 가까운 곳에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처신이지요.

 

'내 아들아 휴가 잘 보내고 편하게 귀대하려무나!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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