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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했던 게 아니고 구차한 집착 그것을 버렸던 거야!

 

오늘 아침 일입니다.

아니 아침이 아니라 낮에 있었던 이야깁니다.

 

제가 특별히 따로 할 일도 없는 놈이지만, 그래도 매일 그 뭔가는 소소하고 잡다한 일들이 있거든요.

그때가 아직 아침이라고 생각했었던 지점이었는데 마침 그 시각까지 해야 했을 할 일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요.

문득 창밖을 보니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생각했지요. '날씨도 저리 좋은데 인제 슬슬 운동도 다녀야겠는 걸…'

그런 생각이 미치자 얼른 친구놈 부친 계시는 아버지 산소가 떠올랐지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부리나케 자전거 열쇠 쪽으로 몸이 움직인 겁니다.

얼른 거기 걸어둔 자리에서 꺼내 들었지요.

그러면서 나머지가 떠오릅니다.

 

'지금이 몇 시쯤 됐을까?'

시계를 보니 어느덧 시곗바늘 열두 시를 가리킵니다.

'안 되겠어! 너무 늦었구나. 이 시간에 나갔다간 돌아오는 길이 너무 저물어져서 길을 잃을 거야…'

'그러면 어떡하지? 잔돈 많으니까 이젠 라면 사서 먹어도 괜찮을 만큼 모았다고 그랬잖아!'

제게는 '일용할 양식(?)'과도 같은 간식 덩어리 라면이 바닥난 지 벌써 오래거든요.

부엌에 그게 안 보이니까 그 언젠가 어머니 그런 말씀 해 주셨던 터였으므로 아버님께 봄 인사 가는 걸 나중으로 미루고 라면 사러 가는 걸로 생각을 고쳤답니다.

거기가 그리 먼 거리(직선거리: 660여 m)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 몸으로 비틀거리면서 다녀오기엔 다소 무리가 가는 거리기에 어지간하면 자전거로 나다녔던 곳이랍니다.

집 근처보다는 아무래도 제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싼 가게니까…

- 이 거리가 성인 걸음으로 십여 분? 제 걸음으로는 삼십여 분? …

 

~ 희망 새의 노래 - 01 ~

 

그건 그렇고 인제 그래도 바깥 날씨 어엿한 봄일 테니까 두툼한 겨울옷 벗고서 봄에 맞게끔 치장함이 마땅하다고 여겼습니다.

위쪽으로는 그래도 긴소매여야겠기에 그대로 둔 채 외투만 벗어두고서 장롱을 뒤져서 반바지를 찾았답니다.

그것 입으니까 제법 봄 총각(?) 맵시로 보이더라고요. 혁대 쪽만 빼고…

기왕에 나간 김에 그 자리에 '버클 대가리'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 사올 참이었습니다.

 

~ 희망 새의 노래 - 02 ~

 

거실로 나가서는 시장바구니도 챙기고 어머니 말씀하셨던 동전통을 열었지요.

우선 '백 원·오백원짜리' 전용의 동전통 열고서 일일이 세보니까 구천백 원이 나옵니다.

라면 한 통에 삼천 원을 약간 넘어갈 테니까 그걸로는 부족하지요.

하여 '오십원짜리' 전용 동전통마저 확인했지요.

팔백 원입니다. 둘 보태면 구천구백 원이 되겠지요.

그 둘에 버클 대가리도 염두에 뒀으니까 그렇잖아도 가져가려고 했던 지갑마저 챙겨 들고서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오늘은 두툼한 등산화가 아닌 양말 없이도 신을 수 있는 여름용 샌들을 신기로까지 하고서 신발장 둘러보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세상에 '자전거 열쇠' 안 보입니다.

'어! 이상하다. 어디 갔지?'

그 순간 차림에서 주머니 달린 거는 반바지뿐이었기에 그 자리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옵니다.

 

얼른 방으로 다시 들어왔지요.

좀 전에 벗었던 옷이며 본래 열쇠가 있었던 자리 하다못해 화장실까지 가봤습니다.

안 보입니다. 제아무리 생각 곱씹어도 어디에 뒀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거실이며 부엌 제가 직전까지 나다녔을 만한 그 모든 곳 찾아 헤맸어도 안 보입니다.

이건 분명히 '건망증'이잖아요?

도저히 저 자신의 건망증을 인정할 수 없는 겁니다.

'내가 분명 열쇠 걸어둔 자리에서 빼낸 거는 틀림이 없겠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정말이지 미치겠더라고요.

엄청나게 집중하고 또 그만큼 엄청나게 집중해서 찾았던 자리 두세 번을 거듭해가면서 찾았는데도 끝끝내 안 보입니다.

 

그쯤에서 포기했습니다. 찾는 걸 포기했습니다.

아니 포기했다기보다는 작전을 바꿨습니다.

'그래. 걸어서 다녀오자. 얼마나 걸리겠어! 그 정도는 다녀올 수 있잖아!!!'

그러면서 그곳 슈퍼마켓 가는 길에서나 오는 길에서 틀림없이 건망증 탓에 잃어버린 열쇠 뒀던 곳 떠오를 거란 희망도 품었답니다.

그러고서 옷차림이나 몸가짐 챙기면서 휴대폰에 시계를 살폈지요.

한 시 반을 넘어가네요. '세상에 내가 한 시간 반이나 그것 찾았었구나…'

 

솔직히 그렇게 포기하고서 다녀오려니 조금은 허탈한 맘도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침대 머리맡에 손과 턱 받치면서 물끄러미 내려다봤지요.

앗! 그런데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게도 죽을 힘 다해 찾았는데 안 보였던 것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세상에 침대 위 제 등받이로 쓰는 여러 과일 상자 중 하나에 그놈이 덩그러니 놓였데요.

 

~ 희망 새의 노래 - 03 ~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그래 맞아! 그때 살았던 건 포기해서가 아니고 살고자 하는 구차한 집착 그걸 버렸기에 살았던 거야!'

정확히 그때가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 번 바다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져서 사경을 헤맬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해도 눈앞이 새까맣고 아무것도 안 보여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을 때였었거든요.

그 환장할 상황에서도 바닷가 출신인 제 몸이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것 자체가 저로선 코미디로 여겨지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기에 차라리 도대체 얼마나 깊은 수렁인지 그 깊이라도 알고서 죽어야겠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하여 물 위로 뜨려는 생각 접속서 거꾸로 아래쪽으로 잠수해 들어갔지요.

그런데 그건 더욱 어렵데요. 수심 4~5m도 안 들어간 것 같았는데 수압이 강해서 도저히 더는 못 들어가겠는 거 있죠?

세월호 참사나 우리 해군함정이 두 동강이 난 사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물속 깊은 곳엔 그 조류(수면의 파도나 바람 방향이나 그 세기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밀물·썰물이 오가며 생기는 물살 흐름)의 거센 힘도 문제지만,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수압 탓으로도 물 깊은 곳에 못 내려갑니다.

그래서 그마저도 포기하고서 '에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두 팔다리 뻗어버렸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눈앞에 하늘이 보이는 겁니다.

죽자고 했는데 그런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니 놀랍고도 황당하더라고요.

급하게 자존심(바닷가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챙기면서 자유형(?)을 날리기도 하고 개구리헤엄으로 뻗기도 하면서 애써 여유작작 들어왔을 때가 그때였습니다.

 

오늘 낮에 그걸 깨달았던 거지요.

여태까지 저는 포기했기에 살았던 거로 착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 건 살고자 하는 희망을 접은 거가 아니고 포기했던 게 아니고 '구차하게 살고자 했던 그 집착을 버리니까 살아날 구멍이 생겼던 사단이었음'을 깨달았던 겁니다.

 

어쩌다 한 번 뒈질뻔했다는 이 개떡 같은 이야기 도대체 몇 번이나 재탕 삼 탕 해 먹었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포기'라는 망언을 써왔을 텐데 요번처럼 '집착'이란 건실한 말로 대전환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슈퍼에 갔더니 사방을 둘러봐도 그놈의 '버클 대가리'는 안 보이데요.

대신 사각이어서 청소하기가 곤란했던 '화장실 변기 청소 솔'을 하나 더해서 '라면 세 뭉텅이'를 사 들고 들어왔지요.

제가 정신이 없었는지 깜빡 '오십원짜리 통'은 개봉도 못 하고 그냥 가져와 버렸습니다.

계산대의 아주머니 구천백 원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그 많은 것 일일이 세더라고요.

'흐흐… 아줌마~ 미안 쏘리~'

 

~ 희망 새의 노래 - 04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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