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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_지난_달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3.20 뭐야 요놈도 아니잖아!

뭐야 요놈도 아니잖아!

 

화장실이 두 개 달린 집입니다.

개중엔 제가 잠자는 방에도 하나가 있기에 전 좀처럼 거실에 난 화장실에 들릴 일이 드물지요.

 

후후^ 이거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

화장실 하면 무조건 화장실 내부를 염두에 뒀을 텐데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 안쪽이 아니라 화장실 외벽 보다 정확히는 화장실 들어가는 문짝 바로 옆에 박아 뒀던 액자 이야기에서 시작함이 옳겠습니다.

 

그날은 문득 화장실 문짝 앞에서 위쪽에 걸린 액자를 쳐다보게 됐습니다.

거무튀튀한 배경에 한반도 지도 같은 게 그려졌는데 그게 뭘 뜻하는지 얼른 들어오지도 않았지요.

 

해서 조용히 내려서 보니까 그건 흔히들 말하는 '민중 그림'이었습니다.

그림 안으로는 '광산구 통일 축전'이란 글도 새겨졌데요.

 

그런 문구로 봐선 그게 무척이나 오래된 그림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훗날 언젠가는 끝내 이혼하고야 말았지만, 함께 살았던 아내가 제 곁을 떠나 별거를 시작했던 게 2006년이었으니까 적어도 축전에서 가져온 저 그림은 2006년 이전의 그림이었다는 계산이 나왔지요.

 

그전에 아내가 작은 술집을 내기도 하던데 그 당시에도 지역에서 소위 '민중 미술'을 한다는 인사를 불러 벽화(?)를 그려내곤 하더라고요.

과거에 여러 날을 운동권(?) 시위에 가담하곤 했었기에 걸개그림 같은 그런 따위 그림을 굳이 마다하진 않지만, 그 어떤 그림이 됐든 그림의 목적이나 뜻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에 있었다면 저는 그 막연한 속뜻보다는 소위 더욱더 무식하게 말해서 '현실감'을 중요시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류의 작가(박노해 등등)는 존중하면서도 그 실질인 작품에선 와 닿지 않는 거가 상당했어요.

그런 의미로 술집에서 봤던 그림도 그랬었고 며칠 전 우리 집 액자에 걸린 그림도 내키지 않는 그림이었음을 그 실질을 확인한 뒤라야 깨칩니다.

흐흐 순전히 우리 집 화장실 벽에 달린 액자로만 봐서는 늦어도 너무나 늦은 깨우침이네요.

 

그래서 들어내려고 했습니다.

하여 드라이버를 가져와서 그림을 빼냈는데 그놈 액자가 글쎄 벽시계였지 뭡니까?

그것이 벽시계였다면 틀림없이 이는 제가 설치(?)했을 게 뻔한데 아마도 그 당시엔 아내의 취향을 존중해서 달았던 모양입니다.

 

시곗바늘은 없지만, 건전지를 넣어보니 찰칵찰칵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그놈을 들어내고 다른 놈을 달기로 했어요.

 

마침 집안엔 몇 달 전에 제가 사둔 벽시계가 여럿 있었거든요.

한 개에 500원 하는 무소음 벽시계인데 열 개 정도를 샀는데 그 모두가 완전한 무소음 시계는 아니더라고요.

 

열 개를 샀는데 그 대부분이 건전지를 넣고 귀를 갖다 대면 가을바람에 낙엽이 구르는 정도의 미약하게나마 소리를 냈답니다.

하여튼, 우리 집에서 바꿔 끼울 만한 건 다 바꿔버렸는데도 아직 절반이 더 남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놈 중 아무거나 꺼내서 액자에 꽂았지요. 그러고는 액자 뚜껑에 나사못을 채워 빠지지 않게끔 고정한 뒤 벽에 걸었습니다.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에 앉아서 인터넷 쇼핑몰 열고는 벽시계 부품 중 시곗바늘을 찾았지 뭡니까?

 

시계는 비록 오백 원짜리로 미약했지만, 액자가 컸기에 액자에 맞추어 거기에 맞는 바늘을 샀더니(다섯 세트: 삼천오백 원)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졌습니다.

택배비(이천오백 원) 보태서 육천 원 가까이나 쏟아붓고서 시계가 완성됐지요.

 

그렇게 며칠 만에 그림 액자가 놓였던 자리 벽시계로 채우려니까 어머니께서 보시더니 차라리 시계를 현관문 곁에 달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저는 말도 안 된다고 당시엔 펄쩍 뛰었지만, 어머니 경로당에 가신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도리어 나을 것 같더라고요.

 

요놈의 시계가 무게 중심이 안 맞아서 시계 고유의 구멍을 못에 끼우면 빙글 한쪽으로 기우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시계 위쪽의 액자 머리에 헝겊 줄 댄 나사못을 심어 걸었는데 그 모양새가 제대로 안 나오는 거였습니다.

 

- 차라리 이럴 바엔 현관문 곁에 다는 게 낫겠다!!! -

 

~ 벽시계와 달력 이야기 - 01 ~

 

그러고는 본래의 액자가 놓였던 자리 밑으론 달력을 뒤집어 하얀 부분 메모장(알림장)으로 썼던 걸 다시 뒤집어서 달력이 다 보이게 했답니다.

달력 두 벌이 있었는데 모두가 1월에 펼쳐졌데요. 하여 1, 2월 두 장씩을 떼 버렸지요.

 

그렇게 3월에 맞춰둔 달력 아까 낮에 점심 밥상을 들고서 부엌으로 가면서 갑자기 오늘 날짜가 궁금해졌습니다.

며칠 전에는 우리 지역 상가에선 엄청나게 비싼 '개별 스위치 6구 멀티탭'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는데 그 탓에 아무래도 통장 잔금으론 관리비 대기가 어림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충 스무날을 전후해서 '장애 수당'이 나오는 것 같았는데 그 장애 수당으로 잘하면 관리비며 건강보험료를 댈 수가 있었으니까 우선은 그 날짜부터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먼저 위쪽에 단 달력부터 뒤집었어요.

'어^ 아무래도 이 날짜가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해서 좀 더 자세히 훑어보니 요놈의 달력 2년 전의 달력입니다.

씁쓸한 웃음과 함께 아래쪽 달력도 뒤집었지요.

'뭐야! 요놈도 아니잖아!!!'

 

본래는 위쪽 달력이 멀쩡했는데 지금의 이 사진 박으려고 제가 일부러 아래쪽을 접었답니다.

그러고 이 글을 메모장에서 중간쯤 쓰는 도중에 시계표시 줄에 마우스 댔더니 오늘(오후 6:29, 2019-03-20) 수요일이었습니다.

 

~ 벽시계와 달력 이야기 - 02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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