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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26 문득 새 책보다가 머리 살랐던 그 옛날이 생각났습니다.

문득 새 책보다가 머리 살랐던 그 옛날이 생각났습니다.

 

 

1970년대 초로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겪었던 이야깁니다.

 

그 시절의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길(도로)을 현대의 척도로 재긴 좀 뭐하지만, 그래도 그 거리가 얼마쯤이었을지 정확히 아는 수가 없어서 다음에서 나온 지도인 카카오 지도를 통해서 재봤습니다.

우리 마을은 당시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도 가장 먼 곳에 자리한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에서도 가장 바다 쪽으로 우리 집이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학교까지는 2.1km이고요, 우리 마을에서도 가장 먼 쪽에서 학교 다녔던 제 친구네 집에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0km라고 찍히네요.

그 길을 우린 일요일은 빼고 반공일이라고 불렀던 토요일까지 일주일 엿새를 거의 매일 걸어서 등하교했었답니다.

 

요즘 말로 치면 둘레길이라나 불러야 하나?

바닷가인 우리 집 근처로도 마침 바닷가에 있었던 초등학교 근처까지도 신작로라고 부르는 촌에서도 꽤 넓은 길이 있어 한 시간에 한 번꼴인 버스를 비롯해 일반 차량이 다녔습니다.

 

마을에서 학교 가는 길이 바닷가로 났다지만 그 절반 정도는 산길에 속했기에 철부지였던 우리 부질없는 짓 참으로 많았었지요.

 

거기 산길엔 오르막길도 더러 있었는데 그 오르막 경사가 얼마나 심했던지 버스며 트럭이며 맥을 못 추는 예가 허다했어요.

그 길을 오르막 한편에 우리 숨었다가 버스가 빌빌거리면 잽싸게 새끼줄로 버스 뒤꽁무니 어디쯤 돌출된 쇠 고리에 꽂고는 우리는 일제히 매달려서 그놈의 버스 힘을 빌려 오르막을 수월하게 오르곤 했었습니다.

 

또 그 당시 어느 시점에선 구수한 빵으로 학교 급식이 있었는데 우리 그 빵 냄새가 너무도 좋았지요.

돌이켜보면 날마다 오는 거가 아녔나 봐요.

 

아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왔었던지 운동장으로 그것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면 우리는 일제히 창문에 붙어 내다보면서 일제히 '야~ 저기 빵 차온다!!!' 그랬었거든요.

그것 빵 부스러기라도 손에 잡혔다면 좋아서 환장했을 거지만, 그럴 일은 없었지요.

 

그런 빵 차가 어쩌다가 고갯길 오르는 순간에 우리와 마주치면 우린 또 죽을힘으로 빵 차를 뒤따랐지요.

훗날에 도시 애들이 소독차 뒤따랐다는 얘기 들었는데 아마도 우리 빵 차 꽁무니 쫓았던 얘기랑 같은 모양샐 거예요.

 

시골 친구 중엔 겨우 초등학교만 마친 친구들도 더러 있습니다.

중학교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육성회비니 납부금이니 해서 등록금이 들어갔거든요.

 

지지리도 없이 사는 시골 형편에 감면해준다 해도 그 부모한테는 백 원을 넘나드는 비용이 그냥 해낼 만한 부담이 아녔던 겁니다.

그 시절 학교 가다가 말고 산길 어디쯤에서 주저앉아 거기 질펀한 상수리로 구슬치기나 하다 말고 애들 하교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던 우리 친구들…

그립습니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목구멍에 풀칠이나 하며 살고 있을지…

 

새 학기가 되거나 한 학년이 끝나면 새 책(방학 책을 비롯하여)이 나오잖아요?

그런 날이면 책보(당시는 우리 대부분이 보자기에 책이며 학용품을 싸서 학교에 나다녔어요)를 둘러맨 발걸음이 하늘을 나는 듯 가벼웠답니다.

마구 뛰었지요.

 

새 책에서 나는 냄새가 저는 너무도 좋았습니다. 온종일 그것만 맡고 있으래도 그랬을 겁니다.

그 새 책에 걸핏하면 손을 베기도 했지만, 그러든 말든 새 책이 좋았습니다.

 

새 학기가 됐든 새 학년이 됐든 새 책이 나오면 저는 죽자 살자 책에 매달려 이틀을 못 넘겨 그것들을 다 팠어요.

물론 낮에는 다른 일상에 쫓겨 엄두도 안 났지만, 밤은 온통 제 차지였을 거잖아요?

 

기름(석유)이 아까워서 심지를 돋우지도 못하고 아주 작은 불씨로 엎드려서 책에 빠지다 보면 어느 순간에 사르르 후다닥 불이 붙었어요.

머리털을 다 사르는 겁니다. 고약한 머리털 냄새 방안을 진동했겠지만, 책이 혹시라도 까맣게 물들지 않을까 그런 것만 걱정됐었습니다.

그러고 느낌으로는 다 사른 것 같았어도 실제로는 그렇게 많이 사르지도 않았지요.

또 좀 태웠으면 어때요? 당시엔 다들 까까중처럼 빡빡 밀고 다녔을 때였으니까요.

 

※ 혹시 초꽂이에 기름이 떨어지면 어떻게 기름 채웠는지 기억나세요?

그랬잖아요. 초꽂이보다 살짝 높은 자리에 올린 기름통(유리 소주병 큰 거)에 호스(당시엔 어디서 구했는지 링거 주사 호스를 많이 썼음)를 꽂고는 입으로 쪽 빨아서 입안으로 기름이 빨려 들어가기 직전(빨리면 그 냄새 엄청나게 더러웠음)에 얼른 초꽂이에 호스 끝을 내려 그 기름이 계속해서 나오도록 했었잖아요.

바로 이것이 물질의 위치 에너지를 이용한 자연 친화적 무한 에너지 사용법이었지요.

호스에는 공기가 들어가선 안 됐습니다. 그러면 위치에너지의 영속성(진공을 유지하기 위해 그 자릴 기름이 메웠으니까)이 사라지니까.

- 호스에 기름이 들어간 시점에서 가장 높은 부위를 기준으로 기름통 쪽 위치 에너지와 초꽂이 쪽 위치 에너지의 차로 말미암아 어떤 쪽으로 흐를지가 결정되는 거였습니다. -

- 위치 에너지 = 무게×높이 = 9.8×질량×높이, EP(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 Wh = 9.8mh -

 

그 시절의 학교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그 시절의 우리 친구들(당시엔 동무라고 불렀답니다)도 그립습니다.

집집이 대문도 없고 아무 때라도 너나들이했던 그 시절 그 풍경이 그립습니다.

 

지금 글 쓰는 동안 바람이 제법 나는 모양입니다.

뭔가가 자꾸 제 머릴 스치기에 둘러 보니 커튼(암막 커튼)이 날아와 머리통에 스쳤던 겁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바람도 그립습니다.

 

바닷가에 살면서 그날 그때그때의 바람에 따라 그날의 일정이 정해지기도 했었으니까 말입니다.

하늬바람이 불면 하늬바람이 부는 대로 샛바람이 불면 또, 샛바람이 부는 대로…

 

어느 바람이 딱히 좋은 바람 궂은 바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짓궂은 일기 탓에 몸뚱이가 더 바빠질 수는 있지만 말이지요.

 

아~ 오늘은 모두에게 예쁜 바람이 일어 좋은 소식만 가득하길 바라네요.

훈풍 바람·흡족 바람·사람 냄새 바람… 그런 것들이 불었으면 해요.

어쩌면 그 바람이 차고 넘치는데 제 감각이 미처 담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을 테고요.

 

고마운 하루입니다. 착한 오늘입니다. 피곤하면 잠시라도 눈을 감았다가 뜨세요~

피곤할 때마다 그러면 그냥 편해지데요. 간섭이 사라지니까…

 

~ 우린 그걸 그냥 초꼬지라고 불렀는데 ~

 

 

- 메기의 추억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소리 들린다

메기야 내 희미한 옛 생각

동산수풀은 없어지고

장미화만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사랑하는 메기야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소리 들린다

메기야 내 희미한 옛 생각

지금 우리는 늙어지고

메기 머리는 백발이 다 되었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메기 내사랑하는 메기야

 

 

※ 출처: 네이버 검색 / 네이버 지식iN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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