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저 꽃 한 송이가 뭐라고 수십 년 지기 친구들한테 왕 눈총받을뻔했지.

 

며칠 전 주말(18년 10월 27, 28 양일간)엔 아주 오랜 벗들이 모여 '초등학교동창회'를 가졌습니다.

 

우린 올해로 70회째 졸업생을 배출한 고흥 풍남초등학교(http://pungnam.es.jne.kr/user/indexMain.action?siteId=Pungnam_es) 동창들입니다.

1971년도에 들어가서 6년을 배우고 1977년도에 졸업(29회)했던 학도들이었죠.

그해 졸업했던 생도가 아마도 120명 안팎이었을 겁니다.

 

개중에 8, 9할쯤의 대부분이 그 초등학교 중심에서 3, 4KM 남짓 거리의 중학교(고흥 풍양중학교(http://gh-pungyang.ms.jne.kr/user/indexMain.action?siteId=gh-pungyang_ms))에 들어갔으니 실제로 마흔 해를 훨씬 넘게 헤어졌을 친구는 드물었겠지만, 제가 안은 장애 탓인지 실지로 그러는지도 모르지만, 이번에 만난 스무 명 안팎의 작은 쪽수에서도 일부에서는 그만큼의 아득함이 느껴지데요.

우리 함께 모여 노는 중에도 또 두루뭉술 뭉쳐서 돌아다닌 중에도 어떤 면상은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 맘에 걸렸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부분이 내내 찜찜합니다.

 

특히나 그녀가 초등학교 시절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짝사랑했던 그녀(손희)가 틀림없었을 텐데 눈인사 한 번 못 건네고 돌아왔다면 그거(서로 확인해서 안부 전하는 것) 하나 제대로 삭히지도 못하고 끝내는 미완으로 돌아온 저 자신의 뒷모습이 한없이 미워지네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 우리 동창회 남부 갈래(고흥 풍남초등학교 동창회 남부 갈래(광주, 전남) 모임) 회장을 맡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우리 동창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사는데 모두가 한날한시에 모이긴 매우 어렵기에 위쪽은 위쪽대로 아래는 아래쪽대로 모이기로 했던 상황입니다.

그랬기에 남부 갈래 모임은 몇 번 참여했지만, 그 전체가 모이는 곳엔 극히 드물었거든요.

 

치유가 쉽지 않은 '깊은 장애'에 '만년 백수'인 제 처지를 생각해서 우리 벗들 일체의 비용부담 말고 몸만 오라는 데도 꾸준히 참석하기는 그리 만만치가 않네요.

그런 중에도 녀석들 제 자존심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 보면 마치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선으로 힘 기울이는 것과 전혀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고흥으로 고흥에서 저 아래쪽 녹동을 향해 갔었고, 거기서 또 거금도로 소록도를 오가기도 했으며 우리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물론 주요 목적지인 순천만으로 가선 별것들을 다 봤답니다.

순천만에 가면 '순천 생태공원'이 있죠, '순천정원박람회장'이 있거든요.

 

그 둘을 돌아다니면서 걸음걸이도 매우 부실한 제가 하마터면 '성인 미아'가 될 뻔했답니다.

애들이 저를 배려하고 또 배려해서 거기 관광객 대부분이 이동하는 흐름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거렸는데 하필이면 제가 어느 지점에서 어떤 꽃에 홀라당 빠져버렸지요.

 

'저것이 뭘까? 저렇게 하얀 거로 봐선 억새를 빼닮았는데 억새가 저렇게 크지는 않은데…'

'그럼 갈대??? 아냐! 갈대로 안으로 오므려졌다가 빼꼼 내밀기만 했지, 저렇게 황홀하게 벌린 놈을 본 적이 없잖아^^^'

 

그놈에 반해서 한참이나 서성대다가 마침내 우리 일행을 놓쳐 버렸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입니다. 더군다나 눈도 나쁜 놈이 그 많은 관광객 틈에서 우리 몇 놈을 걸러낼 수 있었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가던 길을 그대로 지났다면 출렁다리 같은 걸 지나 건너편 휘돌아 도는 동산에 올랐을 게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대책 없이 그 다리를 다 건너서 둘러봤지만, 역시나 안 보이기에 마침내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키가 커서 저를 잘 찾아낼 만한 친구 놈한테 전화를 넣었지요.

녀석이 받고는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저를 찾으려고 다른 데로 가지도 않고 제가 안 보이는 그 자리에서 안간힘을 썼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길치에 상황파악이 늦은 저로선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도 한참이나 헤매야 했답니다.

여차여차 어렵사리 우리 동무들 다시 만나니까 너무 좋아서 전 그만 얼싸안고 싶어지데요.

그 순간 친구들이 제게 보낸 그 시선 / 그건 측은함이 아니었습니다.

 

따스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안함이었습니다.

제가 진짜 녀석들에게 미안해야 하는데 녀석들이 저의 그런 부끄럼마저도 삭여버리더라고요.

 

친구들아 고맙다~

풍남초등학교 29회 졸업생들아~ 내가 부족해서 정말 정말 미안하고 또 고맙다!!!

 

 

~ 친구야 내 친구야 - 01 ~

 

 

~ 친구야 내 친구야 - 02 ~

 

 

~ 친구야 내 친구야 - 03 ~

 

 

~ 친구야 내 친구야 - 04 ~

 

 

~ 친구야 내 친구야 - 05 ~

 

 

 

Posted by 류중근
,

얘들아 기다려봐! 내가 그리로 찾아가 볼게.

 

77년도에 졸업했다지만, 엄격히 말하면 40년 만이 아닙니다.

중학교를 거의 같은 학교에 다녔으니까 얼추 날마다(?) 봤을 테고 또 고등학교 다닐 적에도 어떤 이는 한두 번 봤을 테지요.

그뿐만 아니라 몇 년 전에도 극소수가 참여했지만, 일부는 만났으니까.

 

문제는 제 기억이 그 기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겁니다.

묘하게도 초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시점(1971년)이 그 뒤 어느 해 겪었던 기억보다 선명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초등학교 막 들어갔던 그해에 자주 봤던 친구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기타 등등 격이 돼버리네요.

 

오늘 그런 초등학교 동창들이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도 우리 지역(광주·전남)에 사는 놈들 위주로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잘 찾아갈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는 시내버스 요금부터가 걸렸습니다.

하여 '광주 시내버스'를 비롯한 시외버스가 주로 오가는 '광천 버스터미널' 홈피를 오가면서 일일이 검토해갔지요.

 

주머니 뒤져보니 하필이면 천 원짜리 달랑 한 장도 안 보입니다. 만 원짜리로 시내버스 탔다가는 크게 낭패 볼 수도 있거든요.

버스표 수거함 잔돈이 모자라면 현금 내고 타는 사람을 모조리 기다렸다가 받아내야 하니까 그 정류장에서 다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하데요. (우리 어머니 경험담에 의하면)

 

집안에 동전 저금통(오백원짜리 통, 백 원짜리 통, 오십 원 십 원짜리 모둠 통)을 다시 정리해서 그중 당장에 광천터미널까지의 비용 천사백 원을 따로 빼두고 나머지에서 오백원짜리와 백 원짜리 통을 한데 모아 담았답니다.

그다음으로 칫솔도 가져가야 하니까 이참에 멜빵가방을 제 여행 가방으로 낙점하고선 그 안에 가져갈 것들 모두를 챙겼지요.

- 칫솔, 수건, 동전함(다 털면 못돼도 오륙천 원을 될 것입니다. 여수 가서도 시내버스를 타야 하니까 그걸 가져감이 낫겠지요.)에 그야말로 비상시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화장지며 볼펜, 메모장 등등 -

 

이제 서서히 출발해볼까요~

거기 모두 모여서 저녁 들기 전인 일곱 시 안에 떨어지려면 적어도 두 시 반에는 출발해야 가능하지도 않지만, 일사천리 쭉쭉 빠졌을 때 그 시각에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 은근히 걱정이네요. 그래도 얘들아 기다려봐! 내가 그리로 찾아가 볼게. -

 

~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갑니다 ~

 

 

 

Posted by 류중근
,

정신없이 다녀온 초등학교 동창모임

 

졸업(77년 2월쯤)한 지 조금 됐다곤 하지만, 뿔뿔이 흩어져서 살다 보니까 우리 동창들 얼굴 보기가 매우 어려웠답니다.

저는 제 사정 탓에 다 참석하진 못했지만, 그간 몇 번의 시도가 있었다네요.

모두가 함께할 사정이 어려운 만큼 그간의 경험을 거울삼아서 지역별로 크게 그룹으로 나눠서 그 모임 지속해 보기로 저번에 만났던 친구들이 합의했다네요.

 

그제는 제가 속한 구역 애들이 순천에서 만나기로 한 그 첫날입니다.

1박 2일 최소한으로 저만의 괴나리봇짐(?)을 싸고 길을 떠났지요.

순천에서 만나기로 한 거였거든요.

마침 제 사는 곳에 품이 큰 친구놈이 있었기에 그 녀석 차에 같이 타서 내려갔지요.

아담한 펜션(Pension)입니다.

 

남자들 쪽수도 변변치 못했지만, 기대했던 여자들 쪽으로도 누군가가 오긴 왔는데 저에 완전 그녀뿐이라서 달랑 그 녀석 홀로뿐이라서 이건 완전히 홍일점이었지요.

하여 그녈 오로지 독차지(?)한다는 건 너무나도 무리한 일이겠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서 서로들 흐뭇하게 어울렸지요.

나중엔 두 여인이 더 붙었는데 그중 한 얘는 유별나게 가까운 친구였지요.

녀석이 들어오는 순간 제가 마중을 나가서인지 그 순간 너무나도 과하게 반깁니다.

빨고 닳고 비비고 문대고…

나중엔 다른 얘들한테도 강도는 천만다행으로 약간 떨어졌어도 그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기에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날 밤 녀석이 간다기에 배웅하려고 모두 나왔는데 알고 보니 녀석의 서방님이 여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뭡니까?

그도 차를 끌고 와서는…

그 상황에선 제가 적당한 거리 유지하려고 무척 애썼던 보람(?)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 Meeting-01 ~

 

참 못 알아봅니다. 한동네 살았던 친구들인데도 서로 사십 년 가까이 떨어져 지냈다는 친구도 있었는데 그야말로 생판 처음 본 사람들처럼 어색한 분위기까지 연출되는 거 저로선 신기하기도 했지만, 저 역시도 그런 친구가 있는데 그 생사조차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졌답니다.

하룻밤을 새우기로 같이 했건만 그 절반이 이미 저녁이 되기 전에 각각의 다급한 사정(?)으로 떠나가네요.

 

가능한 한같이 하기로 마음먹었건만, 새벽 두 시를 넘어설 무렵인데 그 근처 광양에 터가 있는 또 다른 친구놈 하나가 친구놈들 코 고는 소리(굉음) 도저히 참을 수 없겠다고 그럽니다.

그러면서 자기 집으로 가자네요.

저는 술을 안 하지만, 녀석은 한잔했기에 그 술기 잡아서 가려고 한참이나 또 공을 들여야 했답니다.

그리고는 녀석 집으로 갔는데 순천에서 광양으로 들어가는 길 무척 비좁더군요.

 

친구놈 부인 몹시 거북스럽고 곤란했을 터지만, 군말 않고 제게 참 잘해줍니다.

잘해주니까 제 부담 그만큼 커졌겠지요.

해서 가능한 한 빨리 나오고도 싶었지만, 그것도 거기 사정 생각해야겠기에 무작정 나와버릴 수도 없었거든요.

하여 느지막하게 아침 뜨고는 친구놈 차에 올라서 광주 오는 버스터미널까지 들렀네요.

 

그리고는 녀석에 예전처럼 나와서 표 끊어주려는 걸 굳이 마다하고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선 돌려보냈답니다.

녀석 돌아간 걸 배웅하고는 돌아서서 터미널(광양 중마버스터미널)에 들어갔었거든요.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어디가 어딘지 감이 안 잡혀서 어리둥절하데요.

그럴 땐 가져간 안경이라도 꺼내서 둘러봤으면 좀 더 빨리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

더듬더듬해서 표를 끊고는 버스 승차 플랫폼으로 들어갔지요.

지금 생각하면 터미널 안쪽에서 그 게이트 이정표를 살피고 나왔어야 했는데 무작정 밖으로 나온 통이라서 줄줄이 늘어선 차 중에서 어떤 거가 광주로 향하는지 그 감이 안 잡히네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안 되겠으니 문 열린 아무 버스나 올라서 광주 가는 길 물었더니 바로 옆쪽을 일러줍니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는데 그제야 휴대폰을 꺼내서 고속버스표의 시간표와 현재 시각을 비교해 봤지요.

벌써 30초나 지나쳤네요.

 

'~ 아으 하^ 30초나 늦어버렸구나!!! ~

개찰구로 다시 갔습니다.

버스가 안 보인다며 사정 이야기했더니 기다려 달라더니 수화기를 들고서 어디론가 자꾸 연락해 봅니다.

그러니까 그 터미널이 기착지나 종착 터미널이 아니고 간선 터미널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더니 어떤 차를 탈 것인지 묻습니다.

 

역시 맨 처음 샀을 때처럼 그 시각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버스표 달라고 했지요.

40분 뒤에 다음 차가 있었는데 그런저런 사정으로 시간을 죽였으니 남은 시간은 그보다는 살짝 이른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바꿔친 버스표를 받아들고는 시간이 많이 남으니 홀가분하기보다는 오히려 답답합니다.

그 남은 시간 죽이려고 터미널을 나와서 길거릴 걸어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득 화장실 문제가 닥쳐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할까… 참고 갈까 보고 갈까…'

'길어야 한 시간이면 들어갈 텐데 가장 점잖은 태도로 참고 가는 거야…'

'아니야! 중간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잖아. 차라리 시원하게 비우고 가자!

'

터미널을 나오면서 안경을 끼고 있었기에 걷는 길이 무척 불편했습니다.

복시를 잡은 다초점 안경이 아니었기에 정말 어지럽습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하루살이가 눈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의도에서 임시방편으로 쓰는 건 가능했어도 안경 끼고서 책을 본다거나 길을 걸을 순 없는 노릇이었는데…

어지러운 눈으로 휴대폰을 보려니 맘은 급한데 볼 수가 없는 겁니다.

안경을 빼고서 봤더니 인제 달랑(?) 십 분도 다 안 남았네요.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지요.

안경을 벗었기에 보이진 않았지만, 틀림없이 어느 쪽이 되었건 한쪽엔 화장실이 있을 거로 여겼었기에 무작정 한쪽으로 걸었답니다.

다행히도 제 예상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인제 어린애가 아니잖아? 그러니 차분해지자!'

'이 차도 떨치면 다음 차로 떠나면 되지. 차 안에서 불안에 떨고 당황하느니 차라리 여기서 홀가분하게 정리하는 게 낫지 않겠어!!!'

마음이 안정되니 손까지 말끔하게 씻고 나서 휴대폰 꺼냈을 때 2분도 채 안 남았어도 정말정말 홀가분했었답니다.

지금 이 글 쓰면서 생각하니까 그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 고흥/광주를 오가는 직행버스에서의 참으로 곤란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말랐던 놈'이 무슨 배짱으로 맥주를 사 들고 들어가서는 그것 다 마신 뒤 오줌이 마려워서 절반은 죽었던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좁은 맥주병 목으로 오줌을 눠야 했었거든요.

어찌 된 일인지 들어간 맥주량보다도 쏟아진 오줌량이 더했습니다.

그리고 멈출 수도 없었거든요. 당연히 맥주병을 넘쳐서 직행버스 바닥으로 쏟아졌겠지요.

'바닥이 오줌으로 흥건해져 버린 내 자리!'

그것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버스가 오르는 경삿길에 들어서면 뒤쪽으로 주르르 몰려서 흘러갑니다.

그러다가 다시 내리는 길 만나면 앞쪽으로 끌끌 클…

 

지금 저의 컴퓨터에선 '인생'이란 노래가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 가라 하면 나는 못 가네~ 인생은 눈물 되어 나를 떠미네~'

어쨌든 광양의 중마버스터미널을 벗어나 광주로 가는 버스에 오르긴 올랐는데…

 

~ Meeting-02 ~

 

얼마쯤 오니까 역시 예상한 대로 처음 거기가 간선 터미널이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차가 멈춰서 손님을 더 싣습니다.

누군가가 옆자리에 앉으니까 무슨 이유에서였던지 푸근해지고 한결 가볍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잠에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눈을 떠보니 바깥 풍경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은 겁니다.

눈 귀를 쫑긋 세우고는 바깥을 내다봤지요.

분명 거기가 광주였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솔직히 불안해졌지요.

'여기서 내려야겠다고 뛰쳐나가야 하나 좀 더 기다려야 하나…'

 

그러는 순간 제가 운동 삼아서 자전거로 드나들었던 풍경들도 얼핏 들어옵니다.

그쯤 되니까 그 불안한 맘 더 거세졌지요.

그런데 마침 그 순간에 맨 처음 탔을 때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향하던 한 아가씨의 모습이 너무도 처량해(?) 보여서 제게 저 나름의 갖가지 상상에 빠지게 했던 버스 가운데 통로를 지나 옆자리의 바로 그 아가씨가 주섬주섬 뭔가를 챙기는 거였답니다.

'옳지 그럼 됐다! 이 근방에 내리는 곳이 틀림없이 있으니까 저런 모양새 나오는 거겠지…'

저의 예상은 너무나도 빨리 적중해 버립니다.

그런 한가로운 상념에 젖었을 여유도 없이 곧바로 버스가 서버리는 겁니다.

그러고는 앞쪽에서 벌써 내리기 시작했지 뭐예요.

 

저도 옆자리 들어왔을 때와는 달리 이번엔 제대로 인사할 틈도 없이 부랴부랴 내려야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기사님한테도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지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옆으로 시내버스가 들어왔는데 우리 아파트에서 바깥을 오갈 때 늘 즐겨 타고 다녔던 그 노선버스(봉선 27번)입니다.

두말하지 않고 얼른 탔지요.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꺼내서 밀어 넣고는 백 원짜리도 있는 대로 꺼냈는데 막상 요즘 시내버스 요금이 얼마일 줄을 몰라서 대충 두 개만을 돈 통에 떨어뜨렸지요.

그런데 그 순간까지도 천 원짜리가 아직 안 들어갔기에 다시 밀어 넣고는 뒤쪽으로 이리저리 더듬어서 들어간 것입니다.

 

뒤쪽으로 들어가면서 차츰 여유를 찾아서 창밖을 내다보기도 버스 안에서 들리는 정류소에 대한 안내 방송에도 귀를 기울였어요.

그런데 이것 두 코스 세 코스를 지나면서 그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지요.

 

집 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가는 겁니다.

서너 개 코스쯤의 정류소를 지날 무렵에 잽싸게 내렸지요.

정류소에 세워진 표지 간판을 훑었더니 역시 제가 내리길 참 잘한 거데요.

이리저리 살피다가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찾아서 건너편을 건넜답니다.

그런데 그쪽 정류소는 이쪽과 달리 너무도 소박합니다.

 

그러함에도 있을 건 다 있네요.

그 작은 간이 정류소에도 다음 차가 언제쯤 도착할 거라는 그 디스플레이가 조그맣게 있는 겁니다.

저로선 난생처음 보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어쩌면 제 사는 곳 주변에 있는 소박한 정류소에도 그런 장치가 들어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역부로 그것 찾아서 정류소들을 방문해 볼 참입니다.

 

~ Meeting-03 ~

 

친구들아~

그날 너희가 내게 보여준 관심과 성의 고맙더라.

그래. 불편한 내 목소리. 어투. 동작 얼마나 답답했었어?

비록 내가 어눌하고 째진 목소리로 전했다시피 나 나약하게 살지 않을게.

너희 기대 저버리지 않고 쉽게 놓는 일 없도록 노력해 볼게.

 

친구들아~ 고마워! 사랑해~

 

아차! 인제 모든 것 마쳤는데 여수 친구가 불현듯 다시 다가옵니다.

제 휴대폰에 찍힌 사진 그 모두한테 보내줬는데 깜빡 여수 친구한테는 빼먹은 것 같아섭니다.

여수 친구야 넌 내 맘 알지?

 

어? 보내려고 확인해보니까 이미 보냈었네~

내 이런 정신 좀 봐라~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