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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1 긴긴 세월 멈췄던 손목시계를 단돈 사천 원에 살려놓긴 했는데…

긴긴 세월 멈췄던 손목시계를 단돈 사천 원에 살려놓긴 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방안 아무 데라도 굴러다니는 시계가 있었습니다.

내버릴 수도 없고 마냥 지니기도 뭐하고… 한마디로 그것 제게 애물단지였습니다.

 

어떤 날은 잡동사니 가득한 서랍에 보였다가 어떨 땐 자전거 안전 장구 담은 거기 안전 가방에도 들었다가 심지어 어떤 날은 입고 다니는 옷가지 주머니에서도 튀어나왔죠.

아무래도 약만 끼우면 돌 것 같았기에 그날은 무슨 일 있어도 갈아 끼우겠다는 심경에 들고 나갔었는데 막상 나가선 깜빡 잊고서 되돌아 왔기에 그따위의 외출 흔적에서도 나왔던 겁니다.

 

놈을 정상으로 돌려놓고자 굳게 작정한 지도 벌써 한두 해가 됐을 거예요. 그랬었기에 그 뒤로는 이것 컴퓨터 책상에 올려놓고서 아무 때나 절실해지면 꼭 들고 나가기로 했던 겁니다.

어제는 사실 그다지 절실(?)할 것도 없었지만, 무슨 까닭에선지 무작정 실행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것 그저께 밤을 겪은 탓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하늘처럼 흠모하는 여인이 친구놈의 아내인데 그날 밤 그 깊은 밤에 그 친구놈이 전화를 해왔어요.

녀석 그날 녀석의 아내와 무슨 일이 있었던지 몹시 술이 당겼답니다.

 

녀석 과거의 저처럼 술주정이나 하는 그런 친구가 아닙니다.

그러한데도 그날은 말이 다소 길어지데요. 본래가 술주정할 만큼 가벼운 놈이 아녔기에 가능하면 끝까지 들어주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한참이나 주절거리던 말속엔 제 심장 멎을 것만 같은 충격적인 소리도 들려옵니다.

그토록 이나 흠모했던 그분 녀석의 아내가 암에 걸렸었다는 겁니다.

 

아무리 술기운이라지만,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제 속 뻔히 아는 녀석이 어찌 감히 그런 말을 말장난처럼 흘릴 수가 있을까요?

천만다행으로 초기에 발견해서 지금은 멀쩡해졌다고 덧붙였지만, 저는 떨려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너에 하느님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자꾸만 되뇝니다.

 

만약에 그분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저 정말 크게 흔들렸을 겁니다.

어쩌면 그 여파에 백 살이 될 때까지 먹지 않기로 했던 술 다시금 손댔을지도 몰라요.

 

그분 너무도 드높기에 제가 감히 정상적으로는 통화 한 번 맘대로 할 수 없는 나의 하느님! 아아 절대로 더는 아프지 마시옵소서~

 

그날 밤의 충격 탓이었는지 눈앞에 보이는 헤진 시계 그대로 둘 순 없었습니다.

즉시 우리 아파트 앞의 시계도 함께 취급하는 금은방에 들어갔지요.

 

'저기요~ 혹시 이게 돌아가려나 모르겠습니다'

'줘봐요! 어디 한 번 봐 보죠~'

뭔가를 시계에 대고 어떻게 하니까 금세 시계 꽁무니가 열렸습니다.

 

'보세요! 멀쩡하지요? 사천 원이고요'

'기왕이면 새것처럼 보이게 시곗줄도 갈아주세요!'

'왜요? 멀쩡한데 누구한테 선물할 거예요?'

'아니오! 제가 찰 건데 제 몸이 이래서 자전거 타면서 핸드폰 꺼내서 시계를 보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걸 다시 차보려고요~'

 

~ 나의 하느님에 바치는 헌시 - 01 ~

 

가게에서 나오면서 길을 건너오기 전에 미리 찬 뒤에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아무래도 손목에 차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 사이 손목이 굵어진 탓도 있겠지만, 가장 끝에 끼우는 거라 마감 덮개도 헤어진 바람에 뜯겨 나가기 직전이고…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는 동안 내내 그런 생각 했습니다.

'차라리 시곗줄을 갈자! 어쩌면 동네 가게가 더 비쌀 수도 있어^'

설마하니 방금 들렀던 가게는 그럴 리가 없겠지만, 전에 자주 찾던 어떤 가게에서 어떤 컴퓨터 부품 샀을 때 덤터기 썼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도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택배비 보탠 것보다야 싸겠거니 여겼건만, 턱도 없이 비쌌으니까.

그것도 샀던 게 불량품이었는데 다른 거로 바꿔줄 수도 없다고 그러면서…

 

시계 참 오래됐습니다.

85, 86, 87년 그리고 88년 아득하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제 몸이 부실하니 가물가물하기도 합니다.

 

제게는 그 시절에 군시절과 전두환·노태우의 호헌철폐에 따른 엄청난 최루탄과 더불어 광주에서의 마지막 도전이었던 대우캐리어 입사 실패…

그러고는 대구로 건너가서 살다가 아까 그 친구놈이 준비하고 전해준 덕에 대우캐리어 두 번째 도전에서의 성공!!!

 

93~4년 연거푸 해고되면서 '전해투' 회원으로 있다가 한 때는 '대우정밀(현 에스앤티모티브)의 조수원 동지'를 만나기도 했었답니다.

그러고는 96, 7년경에 지금의 장애를 얻었는데 한참 날 일 뛰던 때였어요.

 

이 시계가 정확히 어떤 경로로 제게 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시절의 제 어머니나 아내가 훗날 저 대신 복직(어머니는 용역으로 나중에 아내는 정직으로)됐다가 이러저러한 까닭에 그만두긴 했지만,…

 

~ 나의 하느님에 바치는 헌시 - 02 ~

 

집에 들어와서는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쇼핑몰들 검색했습니다.

'긴 시계줄'로 검색하고서 그중 가장 저렴한 가격대에서 맞춰보는데도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데요.

'3cm 긴 시계줄 / 16,000원에 택배비 2,500원 보태니 18,500원'

- 위의 시계줄 표시는 시곗줄로 써야 하는데 당시에 저는 그걸 몰랐기에 그렇게 썼습니다. -

그야말로 배꼽(18,500원)이 배(4천 원)보다 훨씬 더 커졌습니다.

 

~ 나의 하느님에 바치는 헌시 - 03 ~

 

내 참 허허허^^^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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