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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두고도 못 찾아서 바짓가랑이 찢어지게 쏘다녔던 이야기

 

어제 이야긴데 점심때쯤 되었는데 저녁잠을 설치고는 일찍 일어나서 그랬던지 너무나도 졸음이 쏟아지는 겁니다.

겸사겸사 아침을 들었습니다.

뱃속에 뭔가가 들어가면 예전 경험에서는 그토록 쏟아졌던 졸음도 물러가곤 했었거든요.

그런 이유로도 그 시각에 아침 겸 점심이랍시고 한술을 떴었는데 요놈의 졸음이 절대로 물러설 기미를 안 보였지요.

 

'에잇^ 차라리 한숨 때리자!'

양치질하려고 들어간 바람에 아예 홀라당 벗어 던지고서 샤워까지 해 버렸답니다.

샤워하고 나서 잠이 들면 훨씬 개운했었거든요.

 

문제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샤워하는 동안 잠이 확 달아나 버린 겁니다.

기왕에 벗어버린 옷 무더기 세탁기 속으로 쑤셔 넣고는 가뿐한 차림으로 문단속에 나섰답니다.

 

'이번엔 어디로 가 볼까?'

'흑석사거리 쪽에 녀석 일하는 데가 있다고 그랬잖아!'

 

제 친구놈 중 한 놈이 찜질방이라는 곳에서 보일러 기사로 일한다는데 말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곳 '흑석사거리'라는 지명은 제가 스무 해쯤 전에 다녔던 공단의 진입로 중 한 곳이었기에 거기가 어디쯤인지는 대충 알지요.

마침 요번 주는 녀석의 근무 형태가 주간 근무에 속하는 근무 조니까 어쩌면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몰고 달려갔지요.

녀석이 근무한다는 업체 이름이야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래도 녀석한테서 대충 들었기에 그 첫머리 정도는 외우고 있었거든요.

전에도 그 근방을 지나칠 때면 두리번거리면서 몇 번이고 찾았다가는 끝내 실패하고 말았었는데 요번에도 여지없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기왕에 여기까지 왔는데 녀석한테나 가볼까?'

이것도 어디까지나 그간 함께 보내면서 제가 녀석에 대해 짐작한 것들에 불과하지만…

그 길을 80년도 초중반에 들어서서 뛰었으니까 저보다는 선배이면서도 지도력이 뛰어난 한 동지가 있습니다.

나중엔 어지간한 사람이면 다 아는 '단병호' 동지 등과 더불어서 '전국노동조합협의회'를 건설했던 동지기도 하고요.

 

다른 건 어느 하나 나을 것도 잘날 것도 없는데 태어난 날짜 하나가 어쩌다 보니 제가 빨라서 생물학적인 형이거든요.

녀석의 아내 또한 그 길을 달리다 보니 만나게 된 녀석과 저의 동지이자 한편으로는 제 친구이기도 하는 그런 녀석이 그 시점에서 떠오르는 거였습니다.

 

'대반초등학교라~ 맞아 저쪽 어디로 들어가면 그 사무실이 있을 거야!'

 

'민중의 집'이라는 녀석이 속한 아담한 정치조직(노동당)에서 운영하는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개소식 할 때쯤에도 와봤고 그 뒤로도 한번 와봤는데 얼른 못 찾겠습니다.

 

'이상하다. 옛날 그때는 이 근방 건물에 그런 간판이 있었던 것도 같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아무 전갈도 없이 조용히 찾아가려던 계획을 접고서 전화를 넣어봤지요.

녀석이 지금 공단에 들어가 있다면서 곧 나갈 참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거기 자전거 거치대를 보면 맨 처음 찾아갔을 때의 장소와도 흡사했기에 제대로 찾은 것도 같은데 앞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상점은 못 봤던 것이라 맞는지도 모르겠고…

조금이나마 그런저런 궁상으로 보내던 차였는데 녀석이 싱글거리면서 제 앞에 나타났지요.

제가 얼떨결에 오긴 왔어도 제대로 찾긴 찾아나 봅니다.

 

곧바로 그 건물 꼭대기 층에 난 사무실로 올라갔거든요.

올라서서는 녀석이 기척을 하자 어디선가 들었었던 낭랑한 목소리가 화답하데요.

제 친구이자 녀석의 아내입니다.

 

'야 인마. 여가 있었어? 아이고 오랜만이네~'

끌어안고 반가웠지요.

'아이고 아깝다! 네가 여깄는 줄 알았으면 쟤한테 연락하지 않고 곧바로 올라와서 보듬을 수도 있었는데 아이고 아까워라~'

'흐흐~ 미친놈이~'

 

'일로 와봐!'

그러잖아도 얼마 전에 녀석이 문자를 보내왔었거든요.

지역 얼굴들 그곳으로 만나서 서로 안부라도 물어보자고…

예전에도 한번 그런 자리 낀 적이 있었는데 꼽사리 낀 것 같은 그 기분 무척 불편했었지요.

하여 그 뒤로는 어지간하면 그런 자리 좀처럼 안 나갑니다.

그래서 안 나갔긴 해도 그곳 옥상으로 녀석과 그 치들이 텃밭 일궈왔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걸 보여주려는 심사였겠지요.

여기도 몇 년 만에 들려서인지 그 규모도 커지고 저로서는 생전 보지도 못했던 그런 작물도 크고 있더라고요.

 

우엉이라던가 그런 거며 고추고 들깻잎이고 그런 것들 지금 따가라네요.

여럿이 먹을 건데 그럴 순 없다며 싫다고 했더니 빨리빨리 못 먹으니까 벌써 패 버려서 못 먹게 된 상추들을 보여줍니다.

 

그곳을 두르다가 그야말로 커다란 주먹만 한 호박을 봤는데 군침이 마구 돌았답니다.

'으아! 저놈 따다가 된장 풀어서 졸여놓고 막걸리 한잔~ 으아~아~'

 

그놈의 술 놈하고 인연 접은 지도 몇 년(887일째)이나 지났건만, 저 소담하고 감미로운 안주(?)를 보고나니 그동안 잊었던 세월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답니다.

녀석이 공단으로 더 들릴 일이 남았다며 다녀올 때까지 놀고 있으라네요.

 

'야! 그냥 가지 말고 한 장 박고 가라야~'

'예 이리 줘봐요!'

 

'… 앗싸 좋았어^^^'

 

그래 그럼 고생하고 오소~ 이^'

그렇게 헤어지는 마당에 스치는 겁니다.

'어^ 내가 이 친구한테 하라 해서는 안 되는데 내가 여태 실수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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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공단으로 들어간 뒤 남은 친구하고도 또 거기 놀러 온 고향 땅 여동생(얽히고설켜서 동지이기도 한 그런 동생)하고도 어울려 한참이나 노닥거렸는데 문득 떠올랐지요.

처음부터 그 자리 찾아왔던 것도 아니고 친구 찾아갔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녀석에게 전화를 넣더니 녀석 이야기론 저 일하는 곳이 길거리(흑석사거리)에서 그렇게 뻔히 보이는 곳이 아니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야 보인다네요.

그리고 녀석은 잠깐 밖에 나왔기에 만날 수도 없는 처지라고…

하여 나중에 보자고 말은 그렇게 전했지만, 저는 기어이 녀석이 일하는 그 자리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여친에게 그 얘기했더니 녀석이 소상하게 또 일러주네요.

그러했건만 정작 저의 귀엔 하나도 안 들어왔답니다.

 

엄청나게 어두운 제 길눈으로는 그 설명이 수학에서 미적분의 'ㅁ자도 모르는 놈에게 그 문제를 풀라는 것'처럼 맨붕이 되고 말았거든요.

지금 서 있는 위치와 그 설명이 도저히 매치하지 못하는 겁니다.

정답게 인사를 나누고는 헤어졌지요.

 

그때가 아마도 네 시를 조금 넘었을 시각인데 아무래도 제가 길 찾아 헤매다 보면 너무 늦을 것도 같아섭니다.

휴대폰에서 '다음 지도'를 열었답니다.

그러고는 그 자리 사우나에서 일하는 친구놈 일러준 대로 그 건물을 찾아 헤맸지요.

그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지도에서 그 이름을 만나긴 했어도 무척이나 반가웠지요.

 

그래도 제 눈으로 직접 봐야지 나중에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자전거를 몰고서 알만한 넓은 길로 나갔었지요.

그 근방은 하천도 있고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입니다.

적어도 지도상으로는…

그리고 지금 선 자리에서 그 하천만 건너면 아주 쉽게 그 자리 찾을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아무리 둘러도 하천이 안 보이는 겁니다.

누군가한테 물어보면 금방 그 자리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정작 중요한 것은 제가 선 위치를 다음에 다시 찾을 수 있는가가 문제였지요.

거기 선 위치를 중심으로 나중에 찾을 때도 그 자리 찾아갈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누군가한테 묻지도 않고 기준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과 다음 지도에서의 그 자리 매치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 거랍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지도가 정확하지 않게 느껴져서 의심이 든 것입니다.

해서 지도를 보면서 상상했던 거리보다 약간 더 깊게 들어가게 되었지요.

그리고는 고개를 드니 드디어 그토록 찾아 헤맸던 하천이 보이고 또 커다란 다리도 보이는 겁니다.

 

'그래 저 다리를 건너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건너갔지요.

건너가서는 아직도 여전히 휴대폰으로 고개가 숙이곤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고개를 들게 되었어요.

'뭐야! 바로 여기가 그 자리잖아!!!'

 

멀리도 아니고 바로 눈앞에 그 사우나가 우람한 모양새로 서 있는 거였거든요.

기뻤습니다. 아주 기뻤습니다.

그것 찾아낸 기념으로 사진을 박아두려고 했는데 자세가 안 나오네요.

바로 아래쪽을 보니까 거기도 비슷한 크기의 다리가 보였는데 그 다리는 차량 통행이 없는 그냥 보행자용 맨다리더라고요.

 

그래도 자전거는 들어갈 수도 있겠기에 들어갔답니다.

두 장을 박았는데 같은 거라서 좀 전에 한 장은 지워버렸습니다.

 

인제는 정작 거기 다시 찾을 그 위치를 낙점하려고 정신을 가다듬는데 깜빡 흥분해서 그 자릴 잊어버린 거였습니다.

물끄러미 앞뒤를 둘러봤는데 세상에 글쎄 제 눈에 그 커다란 상점(아까 민중의 집 찾아가면서 만났던 상점)이 보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자리가 아주 먼 곳도 아닌 거기 여친과 노닥거리면서 나눴던 자리 '민중의 집' 바로 건너편이 아니고 뭐였겠어요!!!

 

그러면 이제는 '민중의 집' 자리만 확실히 알고 있어도 제 친구놈 일하는 사우나 찾기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것 찾기 전까진 내심 많이 불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집에서 나갈 때부터 휴대폰에는 라디오를 켜놓고서 이어폰을 꽂고서 갔었거든요.

거기다가 그 자리 찾으려고 내내 다음 지도를 열어뒀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지도가 작동하지 않는 겁니다.

충전지 잔량이 바닥나버린 거예요.

길 모르는 그곳에서 어둠이라도 맞는다면 길 맹인 저에게 그건 사망신고나 다름이 없는 엄청나게 무서운 일이었거든요.

그런 와중에 그 위치를 알아냈으니 그 기쁨 차마 말로는 다 못하겠습니다.

 

덕분에 집에 들어오기도 무척 이른 시각에 들어왔습니다.

돌이켜 계산해 보니까 '민중에 집'에서 나와 '친구놈이 일하는 사우나' 찾을 때까지 대략 한 시간 남짓은 걸렸을 겁니다.

 

짧으면 60분 길게 잡아선 80분 정도쯤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집에 들어와서 어머니한테 그 이야기 자랑삼아서 했더니 더욱 가관인 이야길 전해 줍니다.

'아이고 바로 그 가게에 네 동생이 근무하는데 그냥 왔어? 들어가서 인사라도 하고 오지 그랬냐!!!'

세상에 그 커다란 가게가 제 여동생이 알바 뛰는 장소라네요.

 

그러고 보면 세상 참 좁아요. 그렇죠?

제가 민중의 집 들어가기 직전에 물었거든요.

'야! 그냥 가도 되나. 오랜만에 왔는데 내가 얼음과자라도 사 갈까?'

'놔두고 그냥 오세요!'

 

만약에 그 자리가 민중의 집 놓였던 자리라는 확신만 들었어도 어제 저 여동생도 만나고 왔을 겁니다.

대신 민중의 집에서 만난 고향의 동생 놈한테 대개 야단 먹었답니다.

 

'오빠! 왜 그러고 왔어! 그게 뭐야! 면도라도 하고 다녀야지. 세상에 그게 뭐야!!!'

집에 와서 그제야 화장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봤지요.

아닌 게 아니고 자를 때도 되었습니다.

콧잔등에 붙은 그놈의 개털 말고도 머리빡에 붙은 머리털 그걸 자를 때가 되었단 이야깁니다.

 

오늘은 비로 어제 이야기긴 했어도 코앞에 두고도 못 찾아서 바짓가랑이 찢어지게 찾아 헤맸던 이야길 써봤습니다.

저처럼 길 맹인분들은 나름대로 공감이 갈 것입니다.

 

'자~ 길 맹동지 여러분!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노력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그러고는 뚫릴 것이다!!!'

 

Korean Dry Sauna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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