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침대_개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2.07 우리 집 침대 오늘 밤부터는 홍콩 가겠네~

우리 집 침대 오늘 밤부터는 홍콩 가겠네~

 

세상에 나와서 나잇살 서른이 다 될 때까지 그저 눕는 곳이 잠자리였었거든요.

살다 보면 운이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지금에 와선 본래 모습 그대로 홀몸이 됐건만 낫살 그쯤에서 결혼이란 걸 해 봤답니다.

그것 '결혼?' 그거 하게 되니까 그야말로 제 인생에 개벽 천지가 따로 없었지요.

가장 먼저는 날마다 밤낮으로 해야 했던 끼니 걱정이 사라졌고요, 또 하나 상상할 수도 없었던 대 변혁이었는데 그건 침대에서 잠자는 거였지요.

 

아! 결혼이 아니라 결혼식으로 정정해야겠습니다.

그러면 밥 짓는 문제 같은 건 좀 틀어지긴 하지만, 어차피 오십보백보니깐…

우리 실은 살다가 결혼식 치렀거든요.

 

아내 뱃속의 첫아이 제가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서 세상도 못 봐야 했었고 그다음에 생긴 것이 우리의 큰아이가 됐답니다.

걔가 아장아장 걸으면서 한참 예쁜 짓 할 때쯤에 우리 결혼식 했을 거예요.

 

그 결혼식의 혼수품으로 요 침대가 들어왔을 것도 같은데 사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맞는다면 그 뒤로 저하고 같이 산지도 대략 스물두 해는 되겠거든요.

 

아내도 없이 홀로 8, 9년을 버텨왔네요.

그런데 요놈 수년 전부터 무척 불편했습니다.

자고 나면 온몸이 찌뿌드드했으니까 불편해서 도저히 못 견디겠는 겁니다.

그래서 작년 어느 날은 궁여지책으로 침대에서 매트리스를 빼버렸지요.

 

그걸 빼고 나니까 처음엔 기분 탓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듯 참을 만했었거든요.

그러나 매트리스 받침대가 너무 탄성이 좋아 들쭉날쭉해서 그 역시도 침대 매트리스 놓였을 때의 불편함으로 돌아가고 말더이다.

 

오늘 저녁엔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침대에서 멍한 시선으로 텔레비전을 보다가 벼락같이 심지가 고정되는 겁니다.

다시는 술 안 먹기로 한 날 그랬던 거처럼 이번에도 즉시 일어나서 받침대에 쓰였던 침대보부터 벗겨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는 조심조심 엉금엉금 살금살금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용하게 매트리스 받침대를 걷어냈답니다.

빗자루와 쓰레기통 가져다가 쓸기도 하고 받침대 놓였던 자리에 식탁 같기도 하고 아이들 교육용 탁자 같기도 한 기다란 나무 탁자(작년 어느 날 손아래 동생이 어디선가 주워왔는데 저 사는 곳 놓을 자리 마땅한 곳이 없어 잠시 맡겨놓은 건데 그걸 불쑥 써버렸으니…)를 들고 와서 그 자리에 놓았답니다.

그리고는 그것에다 침대보를 덮어씌웠지요.

그래야지 잠자리가 될성불렀기에…

그것 매트리스 받침대는 매트리스가 있는 거실 벽에 매트리스와 겹쳐서 세웠답니다.

 

그 모든 것 엄청나게 조심스럽게 했거든요.

내일 아침에 어머니·막냇동생 일어나서 그 광경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전에 매트리스 꺼냈을 때도 그렇게 조심조심 꺼냈는데 그 다음 날 하필이면 허리가 아파서 끙끙 알았지 뭡니까?

어머니 얼마나 걱정하셨겠어요.

 

사실 그 날 밤 매트리스 꺼냈던 것도 손아래 동생이 어디선가 주워서 온 고장 난 컴퓨터 좀 봐 달라고 해서 그것 확인하느라고 밤새 방바닥과 모니터가 놓인 컴퓨터 책상 사이를 계속해서 수도 없이 본체 들었다 놨다 했었거든요.

누군가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이 한번 뜯었다가 다시 조립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것도 새벽녘에 겨우 찾았는데 '메인보드'와 '컴퓨터 덮개' 간 연결하는 '리드 선' 두 개의 위치가 서로 바뀐 것이었습니다.

그 탓에 부팅자체가 안 됐던 거였는데 그것 찾느라고 밤새도록 얼마나 자주 다른 부품 뜯었다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니 그 자리 선이 바뀌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지요.

 

그것이 가닥이 잡히자 그때도 별안간 침대 매트리스를 빼버리고 싶었던 겁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엔 그때처럼 또다시 허리가 아파서 미칠 지경은 아닐 테지요.

 

그래도 혹시 모릅니다.

내일 당장은 아닐지라도 또다시 불편해진다면 딱딱한 탁자 위로 스티로폼이나 골판지라도 깔 생각입니다.

그러기 전에 어쩌면 나무 탁자의 진짜 주인인 손아래 동생 찾아와서 내놓으라고 윽박지를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그나저나 별 볼 일 없는 우리 집 침대 오늘 밤 호사 치릅니다.

틀림없어요. 저 정도라면 우리 집 침대 오늘 밤부터는 틀림없이 홍콩 가고도 남겠지요?

 

------------------------------------------------------------

 

♣ 홍콩 가는 침대 - 01 ♨

탁자가 너무 짧기에 머리맡에는 골판지 상자로 요동치지 않게끔 소를 넣었고…

 

♣ 홍콩 가는 침대 - 02 ♨

이까짓 것 가지고 공주처럼 왕자처럼 조용히 잘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 홍콩 가는 침대 - 03 ♨

사실 다리가 들어갈 자린데 사진 박으려고 모양새 우습게 됐네요.

 

♣ 홍콩 가는 침대 - 04 ♨

매트리스와 매트리스 받침댄데 이걸 어디로 가져가서 치운담???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