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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거듭 실패했건만, 그런 탓에 그랬던지 그 나중이 엄청나게 좋았던 사연

 

며칠 전에는 손아래 동생에게서 컴퓨터 좀 봐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여태 쓰던 것이 고장 났기에 어디선가 하날 주워 왔는데 그놈 역시도 컴퓨터에 불만 들어오고 화면이 안 나온다는 거였습니다.

 

저도 당장은 무슨 길이 없었기에 일단은 자전거 뒤에 싣고 집으로 가져와 봤습니다.

여태 써왔던 컴퓨터 대부분이 중간급 정도의 적당한 크기였는데 요놈은 아주 좁은 거로 봐서 슬림이 틀림없습니다.

 

제 컴퓨터를 내리고 그 자리에 가져온 놈 올려놓고 이리저리 아무리 둘러봐도 계산이 안 나온 겁니다.

나올 턱이 없지요. 컴퓨터를 마구 뜯어보긴 했어도 무슨 지식이 있어 뜯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감(?) 하나만 믿고서 마구 뜯었다가 붙여 본 것들이 다였었는데 그까짓 손버릇으로 켜지지도 않는 컴퓨터가 돌아갈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런 절 믿고 그걸 보냈는데 마냥 들여다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참 안타깝데요. 이럴 때 소리라도 제대로 들을 수 있다면 어디쯤에서 고장이 났을지 대충 짐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로 했죠.

 

컴퓨터에 불이 들어오는 건 중앙전원공급장치는 살았다는 건데 역시 하드디스크는 무감각인 것 보니 하드는 돌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 직감으로 하드에 연결된 램프를 유심히 보니 처음 전원을 넣었을 때만 잠깐 0.1초 남짓으로 깜빡이고는 그 뒤로는 일절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정말 여러 시간이 지난 뒤 드디어 메인보드에 달린 세 개의 램프(전력 스위치 선, 재시동 스위치 선, 하드 램프)를 만지작거리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것 좁은 틈에서 펜치 같은 거로 물고 겨우 빼냈다가 다시 끼우기를 못해서 얼마나 애가 탔는지도 모릅니다.

 

어디 그뿐이었겠어요. 하드디스크를 빼보려는데도 죽었다 깨도 놈이 빠져나오지 않았던 겁니다.

한참 나중에 깨달았지요. 하드디스크를 단독으로 빼는 게 아니라 하드디스크를 에워싸고 있는 틀 자체를 빼야 했는데 그러려니까 중앙전원공급장치마저 빼내야 부드럽게 하드디스크도 빠진다는 걸 알았답니다.

 

그렇게 하드디스크도 빼고 중앙전원공급장치도 빼니까 메인보드 들어내기도 아주 편해졌지요.

그 탓으로 아주 넓은 작업공간이 마련되니까 아까 그토록 애탔던 스위치(램프) 선들을 뺐다가 다시 박는 것도 식은 죽 먹기가 됐습니다.

그것들 배선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는데 저는 그럴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그걸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예전에 컴퓨터 조립하면서 가장 버벅댔던 자리도 그 부위였었는데 알고 나니까 도리어 너무나도 허탈(?)한 거 있죠!

전력 스위치 선이나 재시동 스위치 선은 플러스마이너스 극성도 없으니까 아무 방향으로 꽂아도 무방하고 오로지 하드디스크에 들어오는 램프만이 극성을 가지기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 역시도 거기 써진 글씨 뻔히 보이게끔 꼽기만 하면 되는 거여서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구조더라고요.

 

문제는 그것들이 아무런 이상도 없이 꽂혔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하드디스크가 돌아가지 않으니 모니터야 말할 것도 없이 '신호 없음' 또는 'no signal' 이 한마디만 0.1초 내비치고는 그걸로 죽었던 것!!!

전화기만으로 컴퓨터 안 켜지는 상황 캐내기엔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돌아가지 않는 컴퓨터를 내리고서 멀쩡한 제 컴퓨터 올리길 또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아~ 그랬는데 어느 순간에 컴퓨터가 안 켜지는 주요한 까닭이 '메모리의 이상'에서 온다는 정보를 발견했던 겁니다.

 

그런 이야기 보기 전에도 물론 메모리며 중앙전력공급장치 하다못해 CPU까지 모두 빼서 청소하고 다시 끼우고 그랬거든요.

그랬음에도 안 됐던 거가 그런 이야길 본 뒤에는 유도 메모리에 모든 게 집중이 됐답니다.

 

그래서 메모리 둘 모두를 양 끝을 밀어서 빼내고는 다시 하나씩 박아 실험해 보기로 했던 거지요.

허허~ 그렇게 맘먹고서 메모리 하나만 박은 채로 전원을 넣었는데 드디어 하드가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하드 램프도 이전과는 딴판으로 한참이나 깜빡였었고요.

너무나 기뻐서 모니터도 꽂아보니 세상에 그것에도 불이 들어온 거 있죠!!!

 

윈도 XP가 깔렸습니다. 얼른 나머지 메모리마저 채우고는 동생한테 성공했다고 문자를 넣었잖았겠어요?

.

.

.

 

거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또 무슨 오지랖에선지 뻔히 윈도 7 쓰는 처지에서 윈도 XP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거였습니다.

그 오지랖이 결국은 사고를 냈는데…

 

인제 윈도 XP와 끝장내고 윈도 7로 가기 위해선 제 컴퓨터에 접속해서 필요한 자료들 챙겨야 했습니다.

시작은 그렇게 간단했는데…

그 하드를 날리자마자 '행복 끝 / 고통 시작'이 시동을 걸더라고요.

 

윈도 7에선 어지간한 드라이버 다 잡아주는데 이건 도무지 잡히지 않는 겁니다.

어디 그뿐이었겠어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화면이 요동쳤으니 뭐라도 해볼 수가 있어야지요.

 

그렇게 해서 밤새 '윈도 XP'와 '윈도 7' 사이를 얼마나 오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가는 게 아니라 이놈도 깔아보고 저놈도 깔아보고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XP에선 또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없으니 당연히 인터넷을 할 수가 없으니 그 탓으로도 메인보드에 나온 회사 홈피를 찾아서 메인보드 칩세트도 구해야 했고…

어휴~ 말도 마세요! 도무지 그 어떤 거로도 흔들리는 모니터를 완벽하게 잡아내진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존심은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생한테 제안하길 거기 있는 컴퓨터와 지금의 컴퓨터를 합체(?)하면 제안했던 겁니다.

나중에 동생이 컴퓨터를 들고 왔는데 그것도 고장 났다고 짚을 만한 데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CPU 냉각팬 전력선을 빼버렸지, 또 하드의 램프선 극성을 바뀌어서 끼워져 있지, 또 하나는 CPU 냉각팬이 고정되지 않아서 덜렁거리지 거기다가 중앙전원공급장치 용량이 300W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그놈 제가 지닌 400W로 바꿔치기하고요, 엄청나게 요동쳤던 하드디스크도 뽑아서 그곳으로 넣어버렸답니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백신 돌렸더니 마흔 몇 개가 걸려들데요.

그것까지 마친 뒤 가져온 모두를 포장(?)해서 묶어두고는 저는 잠들었지요.

 

한숨 자고 나서는 궁금해서 동생한테 연락했더니 또 모니터가 안 들어온다네요.

덜컥해서 얼른 가봤지요.

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전에는 늘 메인보드에 붙은 그래픽 카드를 써왔는데 녀석이 들여온 나중 컴퓨터 안으로 여러 부속이 굴러다녔는데 그중 하나가 그래픽 카드였어요.

그 사양을 보니 괜찮더라고요. 해서 그냥 꽂아주었는데 동생은 그 부분 미처 생각지 못했는가 보데요.

 

그래서 그것 확인하는 동안 어떻게 겨우 공유기에 연결되어 XP 업데이트가 걸려듭니다.

77개나 있다는 알림창에 그대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해둔 뒤 돌아오려는데 인터넷 화면은 영 형편이 없습니다.

그 어떤 주소로도 '페이지 없습니다.'라고 찍었으니까…

흠^ 망할 놈의 자식이…

 

그러나^ 정작 그 모든 과정의 가장 깊숙한 곳엔 엄청난 희열이 있었습니다.

해냈기에 정말 컴퓨터 하드웨어라 하면 그야말로 일자무식 팔불출인 제가 말입니다.

 

 

~ 컴퓨터야 놀자^^^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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