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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29 컴퓨터에 앉았을 때 나는 주로 면장갑을 끼고 일한다.

컴퓨터에 앉았을 때 나는 주로 면장갑을 끼고 일한다.

 

빨래건조대에 여러 켤레의 장갑이 그 가장 아래쪽에 발수건 하나와 함께 걸렸습니다.

어제는 조금 아는 어느 분의 부친이 돌아가셨다기에 부산으로 조문하러 갈 일이 있어 거기에 다녀왔는데 그 사이에 어머님이 빨아서 저렇게 널어두셨더라고요.

 

저기 비닐장갑(자전거 안전 장갑-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꼭 체인이 벗겨졌는데 면장갑을 끼고서 다시 걸려고 하면 기름이 묻어 오랫동안 지지도 않고 또 배어 나와서 손에도 묻기에 저런 비닐장갑을 예외로 가지고 다니면서 잡아 걸고는 수풀 같은 거에 쓱싹쓱싹 문질러서 기름때를 털어내곤 했습니다.)을 뺀 나머지 대부분(면장갑, 행사용 장갑)이 바로 저의 컴퓨팅용 장갑입니다.

 

Gloves-01

 

컴퓨팅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게 있을 것도 같지만, 별것도 없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글을 쓰거나 인터넷 연결해서 다른 정보들 만날 때를 이야기하는 거죠.

 

또 하나 밝힐 것은 이따금 본체에서 하드웨어적인 몇 가지(하드 디스크 교체, 각종 연결선(랜카드, USB 포트, 마우스, 키보드)을 살피는 일 등등)를 살피기도 하지만 그럴 땐 장갑도 안 낍니다.

왜냐면 컴퓨터에 달린 각종 부품에 대한 감각을 느끼고 싶기에 그렇거든요.

 

그렇게 맨손으로 만지는 것이 버릇이 돼서 언제 한 번은 전기에 감전돼서 골로갈 뻔도 했었어요.

그 뒤로는 전기 제품 만질 땐 될 수 있는 한 반드시 스위치나 전기 코드 뽑고서 심지어는 차단기를 내려놓고서 작업하지만 말입니다.

 

맨 처음부터 컴퓨터에 앉아서 작업할 때 저렇게 불편하기 그지없는 장갑을 낀 채로 작업하진 않았었습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산 지가 십 년 세월도 더 지났는데 아직도 불편합니다.

 

장갑 끼고서 글을 쓰면 열에 둘은 꼭 오타가 나거든요.

손가락이 불편해서 자판을 제대로 못 두드리니까 그러해요.

 

얇은 행사용 장갑을 끼면 그래도 그 오타 나는 게 훨씬 덜하기 하지만, 저놈을 끼면 땀이 배서 그날 하루도 다 못 끼거든요.

맞아요. 바로 그랬었군요.

제 몸의 항온 기능이 어그러진 탓에 삼복더위 이 더운 여름날에도 어떨 땐 겨울 내의를 걸치기도 했으며 또 더울 땐 너무나도 더워서 땀이 비 오듯 하거든요.

 

자전거를 타는 등 바깥나들이를 나갔을 때도 긴장하게 되면 유난히 땀이 많이 났었고요, 그렇게 땀을 흘리고 나면 어찌 그리도 온몸이 가려웠던지…

날마다 쓰는 이런 글도 사람을 긴장하게 합니다.

내가 내 일기 쓰는데 그게 무슨 긴장할 일이라도 되는 거냐고요?

 

무슨 '고해성사'라도 하는 거처럼 다 털어놓는데 무슨 긴장이 필요할까도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고백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그런 순간 어찌 떨리지 않겠습니까?

날이면 날마다 쓰다시피 하는 걸 어찌 감히 숭고하고도 존엄한 '고해성사'에 비유해서야 쓰겠느냐고요?

 

그건 제 표현이 미숙해서 그런 거지 날마다 쓴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충 쓰는 일 절대로 없습니다.

또 면역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어떤 분이 제 글을 보고 있을지 저로선 모르는 일이잖아요?

 

또 읽으신 분들 그 내용이 불편해서 얼마나 억울해하거나 분통이 터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다못해 아까 밝혔다시피 글의 앞뒤가 안 맞는다거나 심지어는 오타 탓으로 그 진의가 묻혀버리곤 찝찝함만 가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하니 제 마음의 긴장 어찌 손끝으로 묻어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틀에 한 번꼴로 쓰던 장갑 화장실에서 손빨래해 왔었는데 엊그제는 책상 정리하려다 말고 눈앞의 장갑을 한꺼번에 몽땅 빨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장갑 놔둔 놈이 뒤섞여서 일(?)할 때마다 어느 놈이 멀쩡한 놈인지 한참이나 뒤척이다가 찾아내곤 했었던 참이라서 그날은 모두를 새 놈(?)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두를 모아선 양동이에 담고는 세제를 풀어서 담아둔 지 부산에 가야 했던 그 날로 마침 이틀째가 됐던 날이었습니다.

 

먼 길 떠나야 했으니까 속옷도 갈아입어야 했고 그것 저것 모아서 세탁기에 밀어 넣으면서 양동이에 저 장갑들도 부어놓고 떠났던 거였었어요.

그렇게 다녀오니까 저 모양새로 널렸습니다.

 

그래도 저것들 말리는 사이 비상 장갑 하나쯤은 꼭 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요놈이 지금 제 오른손에 낀 채 이 글이 써지는 중입니다.

 

Gloves-02

 

지금 비가 오는지도 모르겠네요.

창문이 열렸기에 훤히 내다보이는데도 눈이 나빠서 잘 안 보입니다.

어깨 없는 속옷 하나 걸치고 있는데 제 팔 위로 빗방울과도 같은 차가운 것이 스쳤거든요.

그럼 일어나서 확인하고 올래요.

 

그나저나 여러분. 좋은 밤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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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나가봤더니 손아래 동생이 무슨 일로 들어왔네요.

방충망 밀치고서 팔 뻗어 봤는데 아직은 비도 내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희뿌연 하늘이며 우중충한 이 공기로 봐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도 같습니다.

 

그럼 아직 비설거지 못하신 분네들 어서 서두르세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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