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키보드_청소'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06.19 키보드의 키들을 모두 뽑아서 깔끔하게 씻어서 박긴 했는데…

키보드의 키들을 모두 뽑아서 깔끔하게 씻어서 박긴 했는데…

 

좀 전에 어떤 글을 만들면서 글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던 중이었습니다.

물끄러미 키보드 들여다보다가 그놈이 무척 지저분하다는 걸 알아챘지요.

 

얼른 글자판이 밑으로 가게끔 들고서 쿵쿵 내리쳤어요.

지저분한 것들이 후두두 떨어집니다.

 

머리카락 같은 게 끼었는데 그게 잘 안 빠지네요.

몇 번을 두드렸는데도 안 빠집니다.

그쯤에서 키보드 더 자세히 보니까 자판 틈바구니마다 지저분한 것이 수북합니다.

머리카락이면 머리카락 또 김칫국물인지 뭔가가 말라 비틀어져서 추접스러워서 더 못 보겠습니다.

 

얼른 컴퓨터를 끄고서 자판 뽑아들고는 거실에 가져다 두고는 진공청소기 가져와서 아까 털었던 분비물 빨아 담습니다.

그런 뒤 일자 드라이버를 들고 거실로 가서는 키보드에서 버튼들을 숫자 패드에서부터 뽑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될 성 부리는데… 만약에 자판 배열을 다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박아둔 뒤에 뽑을까…'

그러면서도 이미 왼쪽의 글자패드 쪽까지 상당 부분을 뽑아버렸습니다.

속으로는 걱정이 됐으면서도 이미 뽑아버린 것과의 '기억 형평성(?)'도 있고 해서 차라리 모두 뽑기로 했지요.

 

처음엔 별 어려움도 없이 잘 뽑힌 것 같았는데 철심 지지대가 든 키들은 하나같이 조용히 안 뽑히고 그냥 튀어버리데요.

그놈 튀어버린 것 찾으러 가랴 어디서 뽑았는지 기억하랴… 결국은 뽑은 키 찾아내는 데만 집중하느라고 하나는 포기해야만 했답니다.

 

어쨌든 모두를 뽑고 나니까 자판이 정말 지저분합니다.

뽑은 키들은 싱크대로 가져가서는 맹물 키 담은 바가지 그릇 자박자박하게 틀고는 퐁퐁(?) 닮은 세제를 넉넉하게 쏜 뒤 주물럭주물럭 마구 비볐답니다.

그렇게 세제가 배이게끔 잠시 그대로 두고는 이번에는 키보드를 구둣솔 닮은 옷솔을 들고 와서 부득부득 털고 문질렀지요.

 

기분 같아선 거기도 마른걸레에 물기 좀 적셔서 시원하게 벗겨내고도 싶었지만, 정작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자판 안으로 물 한 방울이라도 들어간 날이라면(물론 마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 뒤에 갖다 쓴다면 별문제도 없겠지만 제 성질머리론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이라서…) 틀림없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리는 사태를 맞이할 게 뻔한 일이었기에 참았습니다.

대신 옷솔을 가지고 정말이지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문질렀지요.

 

군데군데 수북했던 털 먼지도 날렸겠다 김칫국물 같은 지저분한 것도 대충 치웠겠다 싶으니까 바가지에 세제 풀어서 담가뒀던 키들을 다시 한 번 박박 문지르고 비벼서 씻은 뒤 몇 번이나 찬물로 헹궈냈답니다.

그리고는 식탁 위에 쏟아서 서로 겹쳐서 마르는 것 방해되지 않게끔 넓게 펴고는 2~3분쯤 말려냈지요.

플라스틱이라서 마른 놈은 마르고 흥건한 놈은 아직도 흥건하고…

 

컴퓨터 옆에 두고는 컴퓨터를 켰지요. 사실 기억만으로는 자신이 없었거든요.

손가락이야 물론 다 기억해 내겠지만, 그도 키가 꽂혔을 때의 감각일 뿐이고 그 또한 키를 자주 만지는 것에 한정될 뿐이니까 컴퓨터 켜둔 채로 맞춰가는 게 훨씬 수월할 것도 같았습니다.

 

자판 위에 키들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마우스는 쓸 수 있잖습니까?

마우스로 메모장을 열고서 드라이버로 키 자리를 하나씩 누르면서 그 자리에 뭐가 찍히는지 살폈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물기가 많이 키가 손에 잡혔습니다.

바가지 속 들여다보니까 아직도 물기가 남아 있는 놈이 한두 개가 아니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서 나무젓가락을 하나 들고 왔지요.

어차피 물기는 금방 마르지 않을 놈이고… 그러니 툭툭 때리고 뿌려서 몰아낸 뒤 인제는 일자 드라이버가 아닌 나무젓가락을 써서 그 위치 잡아 꽂아갔답니다.

 

그런데 모두는 못 꼽겠더라고요. 키보드 심지를 눌러봐야 메모장에 아무런 반응도 내보내지 않는 놈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것들은 그대로 두고서 어느 검색엔진(구글)에 '키보드 자판 배열'이라고 치려는 순간 벌써 찾으려고 했던 그림이 들어옵니다.

얼른 그 그림 눌러서 여태 미처 못 박았던 놈 네댓 개를 후다닥 끝냈답니다.

 

어떻게 하든지 제자리 찾아서 키패드 채우는 거에 집중하느라고 많이 쓰는 키 밑바닥에 안전핀 마냥 붙어있었던 지지대 철심은 하나도 꽂을 수 없었답니다.

저것 없다고 해서 키보드 못 쓰는 것도 아니지만, 목적에 치우치느라고 처리하는 그간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 사랑 내 사랑이야! ~

그림 속의 키보드 출처입니다.

한글 자판 - 두벌식 키보드와 세벌식 키보드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