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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26 평범한 삶

평범한 삶

짙은 녹색 2014. 6. 26. 13:04

평범한 삶

 

“평범하게 살기 싫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했을 때, 어른들은 내게 ‘살아 봐라’라는

리본으로 묶인 상자를 주셨었다. 훗날 그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었더니 ‘어디 한번 살아 봐라,

평범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너도 알게 될 거다’

라는 긴말이 담겨 있었다. 그때 이야기한들,

바람 가득 들어 뇌와 심장이 팽팽한 아이에겐

어차피 그 말이 박힐 구석이 없다는 걸 아셨었다.

 

- 김효정 <미래에서 기다릴게> -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를

평범한 일상을 잃기 전까진 알 수 없습니다.

오늘의 삶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별 탈 없이 이런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이지 감사할 일들입니다.

특별함에 대한 허상에 사로잡혀서 망각하지 말고

지금 현실에 고마워할 줄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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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벨 소리가 들렸습니다.

'울 엄니 또 전화기 내버려두고 갔구나!'

직감적으로 그 전화벨 소리가 어머니 휴대폰 소리라는 걸 알아챘지요.

제 장애 특성상 그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는 모르지만, 제 휴대폰 소리가 아니니까 어머니와 단둘이만 남은 집구석에서 제 것 아니면 어머니 거 말고 더 있겠어요?

 

며칠 전이었어요.

참으로 오래간만에 시집간 여동생이 조카들 데리고 집으로 놀러 왔었거든요.

그날 녀석의 손에 그 휴대폰이 들린 겁니다.

'요즘 세상에 휴대폰 없는 부모가 어디에 있느냐며 다들 욕하더라니까요!'

'자식들 몇이나 있으면서 그런다니까 더 난린 거 있지~'

'글쎄 전화비 많이 나와야 한 달 오천 원이면 톡 떨어진다니까!'

 

어머니는 딸내미 없이 사는 처지에 그것 못 받겠다며 마구 마다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여동생이 마구 쏘아붙이며 놓고 간 전화깁니다.

그야말로 초미니 전화기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간단합니다.

여러 가지 잔 기능이 들었긴 해도 그 주 기능은 전화 걸고 다음에 걸려오면 받고…

그게 단 거 같더라고요.

 

저도 좀 전에 그것 전화받고서 확인해서 알았는데 스마트폰처럼 카카오톡 같은 건 없지만, 사진 촬영하는 것도 있고요, 연락처 기록함도 있더라고요.

 

폴더를 열어보니 손아래 남동생한테 걸려온 전화입니다.

지금 장애 진단받으려고 병원에 입원한 동생이 입원하기 직전에 그 전화기에 단축 번호며 전화기 사용법을 어머니한테 숙지시키고 병원으로 떠났거든요.

그런데 걸려온 남동생 말로는 내일 오후에 입원한 남동생을 잠깐이라도 대면(만날 수 있다는 건지 얼굴 면회만 가능하다는 건지)할 수 있다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것 어머니께 알려주려고 전화했다네요.

 

저도 기쁩니다.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기에 저도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머니와 함께 따라갈 생각인데 동생 말로는 여럿이서 한방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그랬거든요.

설혹 못 만난다 치더라도 따라가서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막냇동생아 내 사랑하는 막냇동생아, 잘 지내니?

 

참고로 현대판 휴대폰에 숙달이 안 돼서 그런지 제 어머니께서는 아파트 경로당에 가실 때 매번 놓고 가기 일쑤더라고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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