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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2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일도 있다더니 앗싸~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 일도 있다더니 앗싸~

 

컴퓨터로 드라마를 다시 보던 중 멈추는 걸 몇 번 경험하고는 그것 해결해보고자 머더보드를 바꾸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들어온 첫날(12월 19일 낮)부터 오늘(22일 낮)까지 애써봤지만, 끝내는 교체하지 못했네요.

 

~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 01 ~

 

무슨 일이든지 그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데, 그것 실패한 뒤로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겁니다.

맨 처음엔 그래도 모니터에만 못 내보냈을 뿐 컴퓨터는 켜지는 거 같았지만, 구 보드와 신 보드를 오가며 시험하는 동안 오늘 아침엔 결국 전원을 넣었는데도 컴퓨터가 일체의 반응마저 사라진 지경까지 와 버렸습니다.

 

더는 어떻게 못 해보겠기에 기존의 머더보드에다 나중에 새로 구한 '시피유 쿨러'를 갈아 끼우는 거로 마무리했답니다.

그동안 보드 둘을 오가면서 새로이 세팅한 횟수 열댓 번도 더 됐을 겁니다.

그러는 사이 배우기도 많이 배웠지만, 그만큼 고장 내버린 폭 깊이도 커졌군요.

 

이야기가 거의 결론부터 꺼낸 꼴이 돼버렸는데 이번 거로 컴퓨터 손보던 중 지금의 마지막 세팅이 아닌 그 직전에 있었던 재밌는 일 하나 해보려고 이 글을 씁니다.

 

구형 보드에 끼우면 그 성능이 이렇게 뺐다 박기를 번복하기 전인 며칠 전의 상태와 거의 맞먹을 거 같았습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아무리 쥐어박아도 컴퓨터 전면에서 깜빡거려야 할 'HDD 램프'가 깜빡거리질 않는 겁니다.

 

그 부분 제대로 알아보려고 스마트폰으로 'HDD-Led, Power-Switch, Reset-Switch, Power-Led' 등등을 얼마나 뒤졌는지 모릅니다.

그 탓에 그에 관한 정보 대부분을 훤히 뀄는데 제 컴퓨터 보드엔 어찌 된 까닭에 아무리 찾아도 'Power-Led'로 짐작되는 게 없는 거예요.

 

컴퓨터 뚜껑 양옆을 모두 들어낸 뒤 죽을 둥 살 둥 찾아봐도 안 보이는 겁니다.

'허^ 내 건 컴퓨터 케이스 수준이 떨어지나 보다!' 그랬지요.

그랬기에 오늘 아침엔 거의 포기 상태였습니다.

 

그런 부실한 정신머리로 그딴 거 찾느라고 다 풀어헤친 중앙전원 장치의 여러 선 가닥들을 들춰보던 중 희한하게 생긴 네 가닥의 검정 구멍을 찾았답니다.

'저게 뭐지?'

시동 장치(HDD-Led, Power-Switch, Reset-Switch, Power-Led)에 들어갈 놈 중 세 개가 두 가닥뿐인데 유독 네 가닥으로 한 세트를 이루고 있으니 그것이 뭘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동시에 머더보드에 그것 네 가닥이 대번에 들어갈 만한 핀을 찾아 헤맸죠.

시동 장치가 들어가는 라인에는 오디오 핀과 USB 핀 등 여러 개가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그런데 거기 핀 중에는 아직 주인을 못 찾은 네 가닥의 핀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

'옳지 저놈 생긴 게 거무튀튀한 걸 보니 틀림없이 저놈일 거야!'

그렇게 막무가내 결정하고는 그놈에 끼우기로 결론지었죠.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어차피 안 되면 머더보드고 컴퓨터 케이스고 새로 사서 조립해볼 각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화가 나서 그런 생각까지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진 도저히 불가능한 설정이었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결정 내고서 박은 뒤 전원을 넣고 컴퓨터를 켰는데 생각지도 않게 컴퓨터가 깜빡이는 겁니다.

'앗싸 좋다! 이게 웬 떡이냐!!!'

 

~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 02 ~

 

그 기분 정말이지 찢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엄청나게 좋았답니다. 인제 시피유 쿨러를 넣어야 하는데 차리리 여기서 그냥 더 건들지 말고 그대로 둔 채 컴퓨팅하고도 싶었답니다.

 

그렇게도 기쁜 그 순간에 아주 오래된 옛날이 퍼뜩 떠올랐답니다.

70년대 초에서 70년도 말까지의 그 옛날 초중등학교 다녔을 적의 학교에서 봤던 시험 문제들이 말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저와 닮은 경험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제 경우 시험 보면서 가장 기분 나빴던 거가 뭐였는지 아세요?

네, 그건 바로 뻔히 아는 문제를 그 지문을 오해해서 틀렸을 때였습니다.

 

가령 '다음 중 A와 같은 것을 찾으시오!' 또는 '다음 중 A와 다른 것을 찾으시오!'

했을 때 주문 보다는 그 답지를 먼저 보고는 주문은 생각지도 않고 눈에 익은 답부터 먼저 찍어버리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들이었어요.

그랬기에 시험 시간 40여 분 중 그 절반도 못 돼서 벌써 다 풀어버리고는 나머지를 노는 겁니다.

 

그렇게 나태하게 풀어놓고선 나중에 정답 확인하고는 얼마나 속 터졌는지 모릅니다.

내가 틀려놓고는 꼭 사기꾼한테 당한 느낌이었으니까.

 

그와 반대로 엄청나게 기분 좋았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이런 때였습니다.

아예 모르는 문제를 틀리거나 맞았을 땐 덤덤했지만, 그 모르는 문제 중 알딸딸해서 찍은 거 있죠?

세상에 그놈이 맞았을 때의 기분이란 그야말로 하늘을 훨훨 나는 겁니다.

 

오늘 아침 컴퓨터 앞 패널이 깜빡였을 때도 제 기분 하늘을 펄펄 날고 뛰어다녔데요.

 

제가 나중 학창 시절인 고등학교 다닐 적엔 '시험'이라는 짐(?)을 완전히 내려버렸답니다.

'시험에서 해방!' 그도 아니면 '성적에서의 해탈!' 아무튼, 그 시절엔 제 머리통 너무나도 고요했는데 삼십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와서 컴퓨터 하나 탓에 이토록 웃고 울다니 그 세월이 참으로 무상합니다.

 

그러나 이도 서서히 지나가리라 봐요.

머잖아선 이도 더욱 커진 품에 안겨 고요히 잦아지기를 바라지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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