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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4 해맞이는 정작 이번에도 못했구나~

해맞이는 정작 이번에도 못했구나~

 

오늘이 벌써 새해를 맞은 지 나흘째나 되었는데 아침 해는 한 번도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어제 새벽엔 그놈의 해맞이 해 보려고 잠자는 걸 접었거든요.

그랬었는데…

다른 짓거리 하고 놀다가 문득 그것 해맞이 생각나니까 커튼 젖히고 창문을 열어봤더니 저 멀리에 불그스름한 노을이 보입니다.

'와~ 멋지다!'

그토록 멋진 모양새 순전히 그림에서나 봤었지 실제로 그렇게 황홀한 노을 보기는 처음입니다.

저 아래 아침 해를 머금었을 테니 그게 바로 먼동이지요.

전에 제주도나 안면도에서 저녁노을이 졌던 건 더러 봤었지만 이렇게도 멋진 아침노을을 대하긴 그야말로 그것도 사는 아파트에서 본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었거든요.

 

이런저런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앉은 자리 박차고 일어나서 잘 보이는 거실 베란다로 나갔답니다.

그렇게 나가면서 후다닥 휴대폰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서 말이에요.

 

'뭐야! 방에서 봤던 거랑 다르잖아!'

그 사이 구름이 더 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선명한 그림 잡으려고 창문을 밀쳤답니다.

거기 방충망도 밀어내고요.

그랬는데도 아까 봤던 그 화려한 그림 다시는 내보내지 않는군요.

물론 아까 방에서 내다봤을 때도 구름이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무척 아쉬웠지만, 그거라도 박았답니다.

왜냐면 멀리 나갈 것도 없이 지금 사는 우리 집에서도 멋진 아침노을 볼 수 있다는 자긍심! 뭐 그런 것이 아직은 남았었으니까요.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티스토리에 올리는 중인데 너무나도 발이 시렸습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베란다 차가운 바닥에 서 있었다는 걸 그쯤에서 깨달은 어제였지요.

 

Sunset-01

 

Sunset-02

 

Sunset-03

 

이 글을 쓰는 지금 오늘이 됐든 내일이 됐든 구체적으로 '해맞이'라는 거 해 볼 계획도 없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아침 해를 만나기도 하겠지요.

해가 됐든 달이 됐든 그 커다랗고 둥그런 건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긴 합니다.

그렇다고 거기 대놓고 뭔가를 빌거나 하진 않거든요.

 

아주 오래전 일인데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라도 다 하는 군대생활 이야깁니다.

저는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군 복무를 '방위병'으로 마쳤다고 하면 다들 웃을 겁니다.

제 기수가 14개월 복무기수로서 그 마지막 기수였었거든요.

우린 애써 방위병으로 부르지 않고 '단기사병'이라고 그럴듯하게 격상된 이름으로 복무하고자 했지요.

 

그 짧은 기간에 그래도 할 건 다 했어요.

'취사병'에 이발도 했으니까 '이발병(?)', 'M16' 들었으니까 '소총수'였기도 하고, 그리고 무전기로 상황실에서 근무했으니까 '통신병'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호적 탓에 스물셋에 들어가서 나오니까 스물다섯이 돼버리더라고요.

함께 근무했던 전우들(현역이고 단기사병이고 모두)이 저보다 나이가 어렸었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니까 칼같이 'FM 근무'했었거든요.

 

어느 날 밤엔 해안 초소에서 매복 근무하던 중 심심하더라고요.

휘영청 보름달에 더 소싯적 옛 애인 생각도 났었고요.

그러던 차 들었던 게 '고글'이라는 '적외선 망원경'입니다.

밤 중에 해안으로 그 무언가 출몰하면 맨눈으로 얼른 식별하기는 어렵잖아요.

요즘 세상의 'CCTV'처럼 엄청나게 밝은 '서치라이트'를 계속하여 돌리고는 있지만, 돌아가는 중에도 적이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니까 순찰 매복근무를 철저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어느 보름달 떴던 밤이었거든요.

 

그것 고글을 갖고서 달을 쳐다봤지요.

이건 정말 황홀 그 자체더라고요.

그 시점까지 살아온 동안 그토록 커다랗고 멋진 모양새의 달 모양은 처음이었으니까…

 

그것이 뭐가 됐든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지만, 어떤 대상에 대고 빌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바라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기에 그 대상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요.

다만, 그 대상이 눈에 보이는 외부가 아니라 제 속에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일 거예요.

 

제가 바라는 것들 어쩌면 '마인드컨트롤'일 수도 있겠고 '자기 최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끊임없이 제 안으로 들어가려는 수양일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의 수양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중 그 언젠가는 제가 바랐던 모든 것이 이미 이뤄졌음을 깨닫는 순간도 오리라 믿습니다.

 

그날이 바로 반야심경(般若心經)에도 나와 널리 암송된다는 '색즉시공(色卽是空) - 시즉색공(是卽色空)'을 깨닫는 날이기도 할 것입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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