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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_스펀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3.25 머리털 오싹 쥐어뜯긴 이야기 1

머리털 오싹 쥐어뜯긴 이야기

 

실은 이글이 어젯밤에 모두 써졌는데 졸음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깜빡 그만 잠들고 말았네요.

지금 일어나 보니 컴퓨터도 켜진 채 어젯밤에 멈췄던 그 흔적도 남았습니다.

그것 참고하시고 보셨으면 합니다.

Headphone-01

 

늦은 시각까지 어물쩍대다가 아주 늦은 시각에 잠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지 않을 때도 그렇지만, 그런 날이라고 다른 거 없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곤 하거든요.

모두가 잠들었을 밤늦은 시각에 구시렁대는 소리가 주무시는 분들에겐 절대로 좋을 리가 없을 터이니 꼴에 그래도 헤드폰을 낀 채로 본답니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텔레비전 보려면 반드시 예약해둬야 할 게 '취침 예약'인데 어떨 때는 그걸 깜빡하고서 몇 시간이나 그냥 낭비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언뜻 잠에서 깬 뒤에야 알아차리곤 했거든요.

 

며칠 전에도 그와 똑같이 그랬답니다.

일어나 보니 텔레비전이 그대로 켜져 있지 거기에다 귓불이 간지러운 거 같기에 만져봤더니 헤드폰이 걸렸네요.

그날따라 평소답지 않게 잠 뜻이 심했던지 헤드폰을 들어내니 난리가 났습니다.

헤드폰에서 귓불을 감싸주는 헤드폰 스펀지(헤드폰 솜이라고도 부름.)와 헤드폰 알맹이(스피커 부위)가 그것 지지대에서 분리되어 사방으로 나뒹구는 겁니다.

그것 스펀지를 닮은 부드러운 것은 너무나도 헤어졌기에 그대로는 못쓰겠더라고요.

그건 그대로 버렸답니다.

대신 알맹이라도 지지대에 꽂아보려고 애를 썼건만, 마치 스프링이라도 달린 거처럼 자꾸만 빠져나와 버리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로는 안 되겠다 싶기에 강력접착제를 가져왔지요.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아귀를 맞추고는 그곳 세 군데 구멍에 강력접착제를 푸짐하게 떨어뜨려서 그대로 두었답니다.

강력접착제니까 보통은 30분 이내에 단단히 달라붙거든요.

 

그때도 30분쯤 지나자 그 자리가 바짝 말랐기라도 하는 거처럼 반들반들하더라고요.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오른쪽 귀로만 듣기에 그것을 꼭 붙일 필요까지 없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필요할 때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붙여놓은 상태였던 순간입니다.

어차피 실험하는 중이니까 헤드폰의 위치로 보면 왼쪽 귀에 닿아야만 했을 것을 오른쪽 귀 쪽에 대고 머리에 끼웠답니다.

그런대로 나오더군요.

 

컴퓨터에서 그것 쓰고서 한참을 지나니까 또 졸음이 쏟아지더라고요.

헤드폰을 그대로 낀 채 잭만 뽑아서 인제는 텔레비전에 꽂고서 누었답니다.

이번엔 '취침 예약'을 정확히 해서 불필요하게 켜지는 것 정도는 막아냈건만…

 

얼마쯤을 자다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휴대폰을 빼려는 순간!

'으드득!!!'

거짓말 좀 보태서 머리털 한 움큼이 순식간에 휴대폰에 달라붙어 뜯겨 나왔습니다.

너무나도 무의식중에 이런 사태가 생겨서 그랬을까요?

몹시 아팠지만, 일반적으로 머리털이나 다리털이 확 뜯겼을 때의 그것만큼 심장이 오그라들지는 않더라고요.

 

머리가 뜯겨 달라붙은 헤드폰 그 자리를 보니 잠들기 전의 그때는 아마도 강력접착제가 덜 마른 상태였었나 보더라고요.

거기 강력접착제 흘려 부었던 세 군데 중 한군데에서 뽑힌 머리털이 탐스럽게도 달라붙었더군요.

어렸을 적 중학교 다닐 때 일손돕기 차원에서 모내기하려고 애들 데리고 많이도 다녔거든요.

요즘도 기계 모가 아닌 손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70년대 중반)엔 시골들 모내기 대부분이 사람 손으로 일일이 했었답니다.

모내기하려면 몇 달 전에 미리 모판에 뿌려서 성체로 자라고 있는 모종을 쪄야(모내기하려고 한 움큼씩 따로 떼어 묶는 일) 했었지요.

헤드폰에 달라붙은 그 머리털이 꼭 그 옛날 그때의 쪄낸 모 다발처럼 뭉툭하고 가지런하며 곱상하니 잘도 붙었더라고요.

 

어제는 그것 삭아서 쓸 수도 없기에 버렸던 '헤드폰 스펀지'를 다른 걸로 대신 덧댈 생각을 했답니다.

Headphone-02

 

무얼로 할 건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양말통을 엎어보네요.

혹시 쓸모없는 양말이라도 있으면 그것 잘라서 쓰려고 했거든요.

Headphone-03

 

마침 자전거 하이킹할 때 자꾸만 체인에 바짓가랑이가 쏠려 드는데 그것을 막아보려고 바지보호대(발 토시)가 필요했지요.

어머니께서 버리려던 헌 털옷 소매를 잘라서 그걸로 만들어 주셨는데 요게 이번엔 요긴할 것도 같았습니다.

저 모든 것 다는 필요하지도 않고 한 귀퉁이만 있으면 되거든요.

Headphone-04

 

털 헝겊을 둥그렇게 오리고는 가져온 바늘로 듬성듬성 꿰맸답니다.

다 좋은데 털옷답게 터럭이 엄청나게 흩어지네요.

Headphone-05

 

그래서 바닥은 청소기 가져다 밀어버리고요, 귀가 닿을 부분은 라이터로 요리조리 구슬리면서 터럭들 모두 태워버렸답니다.

Headphone-06

 

요놈이 오래된 거라서 언제 왕창 부서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함께인 동안이라도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헤드폰아 고생했어! 고마워~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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