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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21 아하^ 내 방 욕실 휴지 걸이가 어떻게 벽면에 고정됐나 했더니…

아하^ 내 방 욕실 휴지 걸이가 어떻게 벽면에 고정됐나 했더니…

 

벌써 수십 년 전 이야기가 됐지만, 멀쩡한 몸으로 공자에 다닐 적엔 그 크기나 평형에 민감한 일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철물을 가공하는 기계인데 '프레스'나 '절단기' 등을 만들 땐 거기 들어갈 철물을 가공할 땐 밀리미터 단위로 만들어야 했었고 커다란 공장이나 창고를 지을 땐 그 크기도 중요했지만, 건축물이 지표면과 가지는 평형 상태도 매우 중요했었습니다.

그런 일을 해봤던 때문인지 한때는 눈에 보이는 사물 크기나 그 기울기가 금세 짐작되곤 했었지요.

 

그렇게 짐작했던 것 실제 줄자로 재어보면 거의 밀리미터나 미터 단위로 맞아떨어지곤 했었는데, 그것도 몸 아픈 세월이 길어진 탓인지 몸 자체가 늙어서 감이 떨어진 탓인지 짐작하는 거 자체를 못 하겠네요.

이런 경험 도면을 만들거나 그 도면으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득하는 직업병(?)의 일종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랬던 몸이 지금은 가만히 선 그 몸 하나도 못 가누니 허허 참…

 

욕실에서 속옷을 벗거나 입을 때 특히 그랬습니다.

앉아서 입거나 벗으면 별 탈이 없을 테지만, 흔들리는 제 몸뚱이 조금이라도 훈련한답시고 꼭 선 자세에서 속옷을 내리거나 올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면, 그럴 때마다 매번 몸이 중심을 잃고 크게 넘어지거나 부딪치곤 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다급하게 잡거나 부딪칠 때 걸려든 게 휴지 걸이였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선지 언젠가부터 단단하게 고정됐던 그놈이 자꾸만 한쪽으로 기울어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면 손에 힘주고는 매번 다시 정상 위치에 돌려놓고 했었는데 엊그제는 놈이 너무 많이 돌아갔데요.

이 글 첫머리에 썼던 내용이 무슨 소린지 감이 안 잡혔겠지만, 어쩌면 바로 윗줄이 어울릴 거로 보이네요.

 

그것 휴지 걸이 돌아가는 원리가 나사와 같은 원리로 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조여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풀어지는 거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여 이번엔 살짝 돌려서 제자리 맞출 게 아니라 차라리 한 바퀴를 더 돌려서 최대한 강하게 밀착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랬기에 힘주어서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한 바퀴는 고사하고 그 사 분의 일 바퀴쯤에서 멈춰버린 채 돌아가지 않는 겁니다.

 

'에이~ 차라리 아주 싹 풀었다가 다시 조여 볼까…'

그런 맘으로 이제는 왼쪽으로 돌려보는데 그마저도 어느 지점에서 딱 걸리면서 꼼짝도 안 하는 겁니다.

'이 녀석이 나를 뭐로 알고^' 그렇게 힘주는 순간 '딱!'하면서 놈이 세상에 벽면에서 떨어져 버린 겁니다.

 

'어휴 큰일 났다. 어떡하냐!!!'

제 짐작대로 휴지 걸이 쪽엔 커다란 볼트가 채워져 있었고 벽면 쪽으론 깔때기꼴의 작은 원반이 나사못으로 고정됐는 겁니다.

그것 나사못이 또 설치하면서 얼마나 조였던지 그 대가리가 다 뭉개져서 '드라이버로'도 '펜치'로도 꼭 물고서 힘 줄 때 유용한 '바이스 프라이어'로도 걸려들지 않으니 어떻게도 해볼 수가 없었지요.

 

그 가운데로 긁힌 자국 같은 게 보였는데 저는 또 그 자리서 볼트가 떨어져 나온 거로 착각했지 뭡니까?

해서 거기에 강력한 고가 접착제를 넣고 5분 남짓을 기다렸다가 휴지 걸이에서 풀어낸 볼트를 붙여 보는데도 도통 붙지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가의 접착제를 거기에 바르고는 같은 시간을 기다렸다가 붙이니까 그때는 또 붙었지요.

그렇게 붙인 채 단단히 굳은 뒤 작업하려고 서너 시간을 더 기다렸어요.

 

그런 다음 드디어 떨어져 나간 휴지 걸이를 그것 볼트에 대고 조이려는데 요놈이 뻑뻑한 느낌도 없이 그냥 돌아가 버리는 겁니다.

아차 싶어서 살짝이 들어보니 여태 그놈이 접착제로 강력하게 붙었던 게 아니라 붙은 시늉만 했던 거에요.

 

그제야 자세히 살펴보니 그 원리가 접착제로 붙여서 될 놈은 아녔지요.

인제는 글렀다 싶기에 그놈 가격대나 알아보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지요.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휴지 걸이를 아무거나 쓸 순 없다는 것 말입니다.

 

제 방에 있는 거처럼 벽에 고정하는 방식(500원짜리 동전만 한 원반이 고정틀)으로 된 걸 쓰려면 벽에 도구를 써서 구멍을 뚫고 거기에 필요한 장구(칼 블록)를 박아 고정해야 가능한 거였습니다.

그 가격대도 천차만별이었고 제 방 욕실에 들어간 모델의 고정 틀과 비슷해야 구멍 뚫지 않고 벽에 붙일 수도 있을 텐데 너무 오래된 모델이라서 보이지도 않는 겁니다.

 

~ 휴지 걸이가 뭐기에… 그 원리 이해 - 01 ~

※ 그림 출처: 인터넷 쇼핑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일이백 원짜리 벽걸이형 휴지 걸이를 사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어떡하든지 벽면에 붙여야 하니까 벽면에 붙은 원반을 어떻게 활용해볼 요량으로 다시 욕실로 들어가서 휴지 걸이와 벽면의 원반을 유심히 살폈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쳤지요.

'옳아 저거였어! 볼트로 고정한 게 아니고 저놈으로 고정했던 거야!!!'

 

휴지 걸이 뚜껑 쪽에 까무잡잡한 게 뭣일까 자세히 보니 놈이 바로 렌치 못(육각 렌치 못)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그놈 렌치 못이 휴지 걸이와 벽면의 원반 사이를 단단히 붙이는 도구였던 셈이지요.

 

휴지 걸이 뚜껑 안으로 원반이 겨우 들어가는데 마침 그놈 원반이 깔때기꼴로 바깥으로 펼쳤기에 렌치 못을 조이면 그 둘 사이에 강한 압착이 될 거고 그 응력(應力: 물체가 밖으로부터 가해지는 힘에 저항하여 본디 모양을 그대로 지키려는 힘-다음 국어사전)으로 고정됐던 거였습니다.

그 원리를 깨치자 얼른 거실로 나가 공구함에서 렌치를 찾기 시작했지요.

 

마침 우리 집에는 평소엔 거의 쓰지도 않지만 '육각 렌치 세트(지금 쇼핑몰에서 보니까 한 세트에 삼백 원이 안 된 이백칠십 원이라고 나옵니다. 배송비가 그 열 배에 가까운 이천 오백 원)'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크기 맞은 놈이 없으면 어찌하나 걱정됐는데 마침 작은놈 중 세 번째 놈이 맞아떨어지데요.

 

차분하게 일했으면 좋았을 걸 어찌나 서두르면서 했던지 빙글빙글 돌리면서 그놈 세 번째 렌치가 렌치 세트에서 얇은 스프링으로 고정됐던 게 하마터면 다 풀릴 뻔했습니다.

그 탓으로 그것이 벌어져서 육각 렌치 세트 모양새가 흐트러져버렸네요.

 

아무튼, 이유야 어찌 됐건 휴지 걸이를 다시 원상으로 아니 더 정확히는 그 원리까지 알아낸 뒤 원상보다 더 낫게 고정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때가 벌써 사흘이나 됐는데 욕실에서 그놈 볼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네요.

 

놈이 본래의 사용처 '휴지 걸이'도 아니고 언젠가부터 화장지보다는 주로 젖은 '슬리퍼'나 걸어두는 '슬리퍼 걸이'로 쓰이지만 말입니다.

 

~ 휴지 걸이가 뭐기에… 그 원리 이해 - 02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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