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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30 기억의 불장난^^^!

기억의 불장난^^^!

 

'그래 롯데삼강 황금뿔이었어!'

잠결에 문득 아니, 퍼뜩 그렇게 스쳤습니다.

 

80년대 중후반이었을 텐데 그때가 정확히 언제였을지도 기억나지 않네요.

며칠 전에는 밴드의 어느 글에서 그 시절을 잠깐 추억할 만한 글을 봤는데 아무리 되짚어도 그 정확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답니다.

 

그 전에 몇 년을 광주(광주광역시_광주직할시)에서 꽤 규모가 컸던 '본촌공단'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나와 다른 일을 준비하다가 잘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그 자릴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

 

당시에 들어간 공장이 지금 말하려는 롯데삼강의 도급업체쯤 되는 그런 공장이었어요.

아주 조그만 공장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아가씨가 많은 것 같아 선뜻 들어간 공장이었어요.

 

주로 '롯데삼강 까리뽀'라고 하는 얼음과자를 만들었는데 저는 딱히 기술도 없고 하여 작업공정의 끝물에 투입됐답니다.

그런 일이 뭐냐 하면요?

상온의 일반 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꽁꽁 얼려야 과자가 되는 거였는데 그 마지막 공정인 만들어진 제품을 냉동실로 옮기거나 출하할 때 거기서 꺼내 배송 차량에 싣는 걸 돕는 일이었답니다.

 

그 일은 또 너무나도 고된 과정이었기에 아가씨가 하기엔 무리라서 그래도 남자인 저 같은 무식한 놈이 필요했었나 봐요.

영하 20~30도의 낮은 온도에서 한 시간 이상을 일했다간 그대로 죽는다고 했습니다.

 

그 여름에 아무리 두꺼운 방한복을 걸쳤어도 냉기 가득하고 엄청난 송풍기 돌아가는 냉동창고에선 한 시간이 아니라 십 분도 버텨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그 추위를 견디게 했던 건 아까 잠깐 말했듯이 불현듯 스쳤던 '황금뿔'이라는 엄청나게 맛있는 콘(아이스크림)을 훔쳐먹을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것이 생기기 전 대부분 콘은 역삼각형의 원뿔에 주둥이 부분이 안쪽으로 접혔던 거에 비하여 이건 유일하게도 바깥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게 오리려 콘 안쪽보다 훨씬 더 컸던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가격대 또한 만만찮은 가격대였었고요.

 

공장 냉동실에서 나오면 그토록 두꺼웠던 방한복이 동태보다도 살벌하게 얼었습니다.

그래서 몸을 잘못 굴리기라도 하면 옷이 뻥튀기 과자처럼 부서지고 부러졌지요.

상상해 보세요. 그토록 소중한 작업복이 마치 새우깡처럼 부서진다는 걸 말입니다.

흑흑흑….

 

그렇게 훔쳐먹으면서 지냈던 어느 날은 배송 차를 따라서 다른 지역에 납품일로 따라갈 일이 있었습니다.

냉동 탑차였는데 하필이면 조수석이 가득 차서 저는 어쩔 수 없이 얼음과자 가득한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가야 할 곳이 공단에서 20~30Km 내의 짧은 거리였지만, 냉동 탑차 컨테이너에서의 그 시간은 아찔하게 멀었답니다.

나중에 도착했을 땐 살짝 어지럽기도 했었고요.

 

그 뒤로 당장에 그만뒀지요.

일주일을 했는지 열흘가량 했는지 그것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때 그만뒀습니다.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기네요. 그렇긴 하지만, 아무려면 그 맛났던 아이스크림이 왜 그리도 떠오르지 않았던 걸까요?

그랬는데 좀 전에 누가 채가기라도 할까 봐 부리나케 그것이 떠올랐습니다.

 

'롯데삼강의 황금뿔!!!' 그래도 땅콩가루 같은 게 더덕더덕 붙었던 돼지바와 함께 혹시라도 그 이름이 틀렸을까 봐(삼강 까리폰지 삼강 까리뽄지 헷갈렸기에) 구글링으로 확인하려는 찰나입니다.

- 아뿔싸! 뭐야 이거^ 이것이 빵빠레였어??? -

- 틀림없이 황금뿔이었을 텐데 언제 바뀌었던 거야^^^ -

 

~ 기억의 저편에서는 ~

※ 출처: 롯데 공식블로그

https://blog.lotte.co.kr/37984

 

거기가 롯데 공식블로그니 만큼 거짓일 리도 없을 터인데 허망합니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제 몸 안에 사기꾼이 들어온 걸까요?

순진한 저를 꼬드겨서 뭘 얻겠다고 그토록 험악하게 제 기억 망가뜨릴 수 있을까요?

어렵게 찾았건만, 그토록 기뻤건만 어찌 이리도 무정하게 또 비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걸까요?

 

무섭기도 합니다. 제가 지닌 그 많고 많은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이렇게 조작된 것이라면 제가 여태 지닌 지금의 이 무형 재산은…

제 영적 가치는 대체 얼마나 하찮은 거고 가벼운 것일까요?

 

- 그래도 그나마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많기에 힘이 됩니다. -

- 그래도 그나마 하루하루를 견디는 힘이 돼줬기에 이렇게 무난합니다. -

 

어제는 문득 '내 나이 사십 대가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십여 년 세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 것도 같습니다.

어쩌면 그러기에 아주 오래전 멀쩡했을 때 겪었을 삶이 그토록 소중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절에 체득한 경험이 그 시절에 장착한 개념이 그 시절에 꿈꿨던 미래가…

그 기억 제아무리 흐트러진 데도 막무가내 부서진 데도 골목길에 아무렇게나 버려지지 않기를…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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