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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24 짱짱한 다리 세면대에서 생긴 일

짱짱한 다리 세면대에서 생긴 일

 

세면대에 담겼던 물을 배수관으로 빼려면 팝업이라는 장치를 통과해야 합니다.

수도꼭지 뒤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기다란 쇠막대를 누르거나 잡아당겨서 팝업 뚜껑을 닫거나 여는 장치는 수동 팝업 장치고요, 팝업 뚜껑 자체를 눌러 닫거나 여는 장치가 있는데 이건 자동 팝업 장치라고 합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왔던 20여 년 전 그날로부터 제 방 화장실 세면대에 달린 이것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내 손으로 고쳐야겠다는 맘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모릅니다.

 

~ 세면대를 위하여 - 01 ~

 

그러나 이것 다리가 바닥에 고정된 체 워낙 강력하게 버티고 있어 그 내부를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연장(몽키 스패너, 일반 스패너, 파이프렌치, 펜치 등등…)으로도 거기 굳게 잠긴 팝업 장치를 풀어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좌절했지만, 요번엔 달랐습니다.

- 기어이 어떡해서든 바꾸고야 말겠다!! 그러려면 그곳에 들어갈 만한 연장을 사들여서라도 고치고야 말겠다!!! -

 

그런 맘으로 쇼핑몰을 검색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거기에 걸맞을 만한 연장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주둥이가 큰대도 불구하고 몸집이 작아 아주 좁은 장소에서도 잠긴 암나사를 풀거나 조이는 데 최적화된 연장이더라고요.

그 이름이 바로 '와이드 스패너'라는 거였습니다.

 

우선은 '자동 팝업 장치'를 먼저 주문하고요, 나중에 '와이드 스패너'라는 걸 찾았는데 마침 검색된 물건 중에는 '… 수도용 몽키 배관 싱크대 …'이런 이름표가 붙어서 제가 하려는 일에 적격으로 느껴져 얼른 주문했지요.

며칠을 기다려서 드디어 기다리던 물건이 들어왔습니다.

 

① 그런데 이놈 우리 집 세면대에는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꾸깃꾸깃 겨우 머리통 들이밀고 대어 보는데 너무도 커서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제야 다시 쇼핑몰을 검색해 보는데 인제 보니 그보다 작은 것도 있었더라고요. '이크 이런 젠장 흑흑흑…'

 

인제 와서 하려던 걸 포기할 수도 없고 어떡하든지 해야겠기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냈지요.

- 그래. 다리는 바닥에 시멘트로 고정됐으니 어쩔 수 없겠고, 위쪽의 세면대 자체를 통째로 들어내자!!! -

 

세면대를 벽면에 고정하려면 보통은 벽면에 구멍을 뚫고 '앙카볼트'라는 걸 벽면에 박아 거기 튀어나온 숫 볼트에 세면대를 밀착시키고 암나사를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건 신기하게도 암나사가 아니라 볼트 대가리가 세면대 쪽에 박혔대요.

그것을 쭈그리고 들어가서 겨우겨우 빼냈습니다.

 

인제 세면대를 통째로 들어냈으니까 아까 풀지 못했던 '수동 팝업 장치' 분리하는 게 한결 편해졌어요.

② 드디어 수동 팝업을 빼내고 드디어 자동으로 바꾼 뒤 본래의 자리에 세면대를 고정하려는데 그 좁은 틈새에서 아무리 오른쪽으로 돌려도 사전에 빼 두었던 볼트가 조이지가 않는 겁니다.

아무리 해봐도 안 되자 아예 세면대를 빼내고서 순전히 볼트 자체만으로 이전에 빼냈던 앙카 자리에 꽂아 보는데 거기서도 계속해서 헛도는 겁니다.

 

그제야 살짝 이해가 와 닿았습니다.

이것이 맨 처음 고장 났을 때 이전에 살던 사람이 앙카볼트가 없자 임시방편으로 일반 볼트를 강력접착제와 같은 접착제로 붙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그랬기에 암나사 자리도 아닌 그곳에 아무리 볼트를 집어넣고 돌린 들 헛바퀴만 돌았을 게 뻔하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동네 철물점 뒤져도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이었는데도 쇼핑몰에서 단돈 천 원이면 택배비 없이도 살 수 있는 곳이 보이기에 대뜸 그걸 주문하고 말았답니다.

③ 하필이면 주문 날짜가 주말과 겹쳐 버리니까 보통 2, 3일이면 들어올 것이 닷새나 걸려서 들어왔지요.

 

④ 그것이 오기 전에 저는 자동 팝업을 걸어 놓고 시험했는데 더운물과 찬물이 나오는 고압호스 중 한 곳에서 물이 새는 거였습니다.

그것 고압호스가 너무나도 오래된 옛날 것이라서 요즘의 부드러운 고압호스와는 달리 딱딱하고 질긴 스테인리스 호스입니다.

그러니 그 끝에 고무 패킹을 끼우기도 매우 어렵거든요. 겨우 끼웠다고 해도 잘 조여지지 않기 때문에 물이 새는 경우도 허다했고요.

 

막 조였을 땐 멀쩡했다가 조이고 나서 몇 시간이나 며칠이 지나면 처음 조였을 때 부자연스럽게 꼬였던 패킹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마침내 완벽하지 못했던 애초의 틈새가 본성을 드러내어 물이 새고 마는 겁니다.

그것도 2, 3호 더 길게는 10~20초에 한 방울씩 새는 거예요.

 

그랬기에 저는 우리 동네 철물점에 들러서 넉넉하게 쓰려고 '고압호스 세 개'에 '배수 호스도 3m'를 끊어왔답니다.

배수가 세탁기 배수호스와 같은 크기인데 미터당 1200원밖에 안 했어요. 그 둘을 보태 모두 7200원이 들었네요.

그것들 사다 놓고 하염없이 기다렸지요. 어서 빨리 앙카볼트와 와야 일을 볼 수가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드디어 왔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주문했던 게 이번 주 수요일에 들어온 겁니다.

⑤ 그래서 얼른 시공하려고 세면대 들어낸 자리 앙카볼트 자리에 앙카를 대보는데 비록 그것이 너무도 헐거워져서 볼트가 꽉 차지 않고 부드럽게 들락거리지만, 기존의 앙카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니퍼나 플라이어 같은 거로 꼭 집어서 빼내려 해도 헐거운 그놈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곰곰이 생각했지요. 어떡하나 저놈을… 어떡하나 저놈을…

- 그놈을 그대로 둔 채 새로 사들인 앙카볼트를 그곳에 끼우기로 했어요. -

 

너무도 헐거웠기에 아무런 조처도 없이 끼울 순 없는 상황이었기에 둘 사이에 뭔가를 끼워 넣기로 했답니다.

마침 화장실에 귀이개가 있었지만, 그건 너무 두꺼웠기에 밖으로 나와서 이쑤시개를 찾아 들어갔지요.

 

⑥ 기존의 헐거운 암나사 자리에 이쑤시개를 대어 아주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돌려서 드디어 짱짱하게 박혔습니다.

그 자리에 무거운 세면대를 올려도 튼튼하게 받쳐줄 만큼 짱짱하게 박혔습니다.

 

이제는 세면대에 자동 팝업 장치도 채웠겠다 / 배수호스도 충분할 만큼 달았겠다 그 모두가 완벽하게 끝난 것 같으면서도 제 맘은 그다지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⑦ 그 좁은 틈새에서 어떡하든지 기존의 앙카볼트(실제론 가짜 앙카볼트) 조여 보려고 얼마나 애썼던지 그 자리 너무나도 좁고 새까맣게 어두웠기에 휴대전화기에 플래시 기능 켜놓고 작업하다가 어느 순간에 물이 쏟아져 휴대전화기가 흥건하게 젖어 버렸거든요.

순식간에 휴대전화기 전원이 나갔습니다. 얼른 주워서 닦고 달고 했지만, 처음엔 부팅도 안 됐던 놈이 한참이나 자연 바람으로 말린 뒤 다시 켜보니 그때는 부팅은 됐었거든요.

그랬던 놈이 부팅 음도 없어졌지. 끼우지도 않은 이어폰 아이콘이 계속해서 올라오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부팅 시도를 무한 반복합니다.

 

배터리 빼내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럴 거기에 배터리를 빼내고 마땅히 말릴 때가 없어서 싱크대 밑에 보일러 배관 호스 관리실에도 둬보고 별짓을 다 해 보건만 휴대전화기는 살아나지 않네요.

뜯어봐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뜯을 때도 아래쪽 나사 네 개는 그런대로 쉽게 풀었는데 위쪽의 나사 둘은 세면대에서 그랬던 거처럼 이것들도 십자가 있는 나사 대가리가 마모되어 그냥 드라이버가 빙글빙글 돌아갈 뿐 풀리지 않았던 걸 겨우겨우 풀었답니다.

 

~ 세면대를 위하여 - 02 ~

 

이렇게 풀린 상태로도 배터리 넣어서 시험해 볼 순 있거든요.

아까 저렇게 방바닥에 있을 때 해봤는데 여전히 무한 부팅했었습니다.

지금은 휴대전화기만 창틀로 옮겨서 말려 뒀는데 제발 휴대전화기가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저것이 보기엔 저래도 사직 죽이지요, 충전이나 데이터 전송도 아주 잘 되거든요.

 

" 살아나라~ 핸드폰! / 애착 물건 핸드폰 얏!!!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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