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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03 살다 보니까 요강이 다 그립습니다. 1

살다 보니까 요강이 다 그립습니다.

 

윈도7 쓰던 시절엔 전혀 못 느꼈는데 윈도 10을 쓰면서 바탕화면에 난 휴지통 아이콘이 너무나도 단조롭게 보였습니다.

해서 다른 아이콘으로 바꾸기로 했죠.

 

먼저는 제 컴퓨터에 저장한 기존의 아이콘 중에서 이것저것을 다 대봐도 마땅한 게 안 보입니다.

아이콘이 단독으로 있을 땐 그럴싸했지만, 그놈을 바탕화면의 휴지통과 매치하니까 영 아니더라고요.

 

그리하여 차라리 직접 만드는 편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럴 요량으로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가져와서 편집도 하고 수정해 가면서 아이콘으로 탈바꿈시켰는데 역시나 신통치가 않더라고요.

 

처음엔 주로 밥공기를 가져와서 빈 그릇은 빈 휴지통으로 찬 그릇은 찬 휴지통으로 바꿔봤고요, 나중엔 인터넷에 떠도는 휴지통 아이콘을 모아서 적용해 봐도 역시나 달갑지 않데요.

 

그러던 중 문득 아주 어린 시절(아홉 살이 안 됐을 때)에 산중 오두막집에 살면서 썼던 요강이 생각나지 뭐예요.

 

제 삶에서 산중의 오두막집이라고 하면 1970년 이전에 살아온 이야깁니다.

 

산중 오두막집엔 방 하나에 가운데론 구렁이 넘나들던 부엌이 있었고 그 옆으론 마구간이 있었는데 이 모두가 한 지붕 아래에 있었죠.

그리고 집 주위론 적당한 높이로 돌담이 처져 그 안에는 작은 마당과 어느 철 밤으로면 하얀 꽃이 흐드러졌던 장독대도 있었답니다.

 

그 담장 밖으론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겸하여 커다란 마당이 있었고 그 마당 옆으로는 작은 남새밭이 있었으며, 마당 끝으로는 측간(화장실)을 겸해 돼지우리가 있었는데 그 곁으로는 큰비만 아니라면 절대로 큰 마당까지 넘쳐나지 않을 작은 개울이 흘렀지요.

여름날 밤으로는 거기 큰 마당에 멍석을 깔고 온 가족(어머니, 아버지, 나, 동생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잠을 자곤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절 모기는 그리 드세지도 않았던 거로 기억합니다.

 

멍석 주위로 가벼이 푸릇푸릇한 풀 좀 뜯어다가 모깃불 피웠던 게 다였던 거 같았는데 조용했었습니다.

요즘 모기들은 잡아도 잡아도 또 나오고 물려도 어찌 그리 드세고 가려운지 원^^^

그 시절엔 모기 때문에 잠 못 잔 적도 거의 없었을 겁니다.

 

새벽이면 추우니까 얼른 다시 방으로 들어갔을 뿐 / 또 하나는 그놈의 모기가 아니라 돌이켜보면 그것이 비둘기 울음이었는데 그놈의 비둘기 울음소리 어찌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그 산중에선 사람이 아닌 족제비나 수리(매)한테 집에서 기르던 닭이나 방목해서 키우던 염소 등을 빼앗겼던 일이 드문드문 일어났던 시절인데 저는 그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구구대는 그놈의 소리가 젤로 무섭더라고요.

-= 구국^ 구욱구~ 구국^ 구욱구~ =-

 

산중에서는 다들 아시겠지만, 낮의 햇살도 짧고 어쩌다가 휘엉청 달이 뜨는데 그 달빛 역시도 매우 짧아요.

등잔불에 기름이 아까우니까 해가 져서 자연광이 다하면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인데 그 어둠속에서 밤새도록 저렇게 울어댄다고 생각해봐요.

 

암놈이든 수놈이든 녀석들 입장에선 시집 장가들려고 그랬겠지만,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어리디 어린 제 처지에선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그 밤중에 요강이라도 다 차서 비우고 오라고 하면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방구석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던 밤길이었지요.

 

-=그 요강 / 새 하얗던 그 요강 / 스테인리스강이 아니라 온통 하얀 사기였던 그 요강 =-

 

주로 새벽이면 그 요강을 비우러 나갔었는데 화장실이 아닌 남새밭 고랑이나 호박구덩이 혹은 물 외(오이)씨를 묻어둔 구덩이에 부었답니다.

한마디로 그것의 내용물이 뭐가 됏든지 그것은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질 거름이 됐던 겁니다.

 

--- 그런 식으로 작물을 키워 먹거릴 확보하면 몸 안 구석구석 회충의 악순환 고리가 끊기지 않을 거라고도 최근 들어서는 이야기들 하지만 ---

 

어쨌든, 제게 요강은 세계에서 가장 선순환 친환경적인 생태 고리였습니다.

제 믿음이 글렀다고 욕할지라도 아직도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무턱대고 요강 그림을 베껴다가 휴지통 아이콘으로 써봤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양새가 영 아닙니다.

 

그래서 그 밑그림을 프로그램(Paint Shop Pro 6)을 써서 요리조리 마구 굴려서 새로이 만들었지요.

그런 다음에 역시 이전에 그랬던 거처럼 프로그램(EasyPicture2Icon)을 써서 아이콘으로 저장했는데 이 역시도 신통치는 않지만, 그나마 그동안에 만든 놈 중 제일 낫습니다.

그러므로 당분간 새로운 모델을 찾을 때까진 요놈들로 휴지통 아이콘을 대처하겠습니다.

 

- 그런데 요놈들 참으로 골 때립니다. -

휴지통을 비우거나 넣으면 그 즉시 바뀌어야 정상이 아니겠어요?

그러한데 요 못된 놈들은 꼭 자판에서 F5 단추 눌러서 정보를 새로이 고쳐야 아이콘도 바뀌지 뭡니까?

에이!^^! 못된 놈들 같으니라고^^^

 

~ 요강나라 공주님 - 01 ~

 

 

~ 요강나라 공주님 - 02 ~

 

아무리 그래도 그 시절의 그 요강이 그립습니다.

만나면 걸쭉한 막걸리로 푸짐하게 한잔 먹이고도 싶습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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