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제 일자리 얼렁뚱땅 생길 게 아니었습니다.
이른 아침입니다.
오늘 가보면 뭔가 판가름이 날 것 같기에 늦잠 잘 것을 대비해서 무작정 일찍 잤지요.
그러나, 늦잠은커녕 일어나보니 새벽 두 시도 아직 멀었네요.
이렇게 한 번 깬 잠은 좀처럼 다시 들 생각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꼬박 아침을 맞으면서 그 자리 함께 갈 동생을 기다렸지요.
마침내 동생이 왔는데 그곳에 들어갈 때까지 내내 찜찜하데요.
아무도 없는 댁에 무작정 찾아가서 짐까지 풀어놓고 왔던 그제 일을 생각하니 그 미안한 맘에 또 하나는 그 자리(축사)에 해야 할 일이 가축 돌보는 일에 한정될 건 아니라는 느낌에서입니다.
드디어 만났습니다. 주인장(사장)을 만나자마자 대뜸 아래는 미안했다는 말부터 전했습니다.
서글서글한 우리의 사장 품도 넓지요. 연신 괜찮다네요.
그랬음에도 내 모습과 태도 또 하나 이러이러한 일 해낼 수 있을는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스캔하데요.
하필이면 오늘 아침 요사이 날치고 제일 추웠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제 몸이 감추지 않고 그 본색 여지없이 드러내는 못된 습성이 있습니다.
혀가 꼬여서 말도 제대로 못 만들지, 대가리는 또 도리도리 흔들리지.
걸음걸이 역시 평소답지 않게 심하게 출렁이지…
왜냐면 다른 뇌혈관질환이나 뇌 신경 질환의 장애우도 비슷하겠지만, 항온 기능이 떨어진 저로서는 유독 춥게 느끼고 날이 추워 두뇌에 혈액 공급을 제대로 못 하니까 장애 증세가 유독 두드러지는 겁니다.
사실은 제 생각도 그랬습니다. 이 몸으로는 주인장이 생각해둔 것 도저히 수행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는 아래 실수했기에 미안했었고 거기 주인장은 함께 일할 수 없게 되어 미안하다고 그랬지요.
'괜찮습니다. 수십 년을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살아왔는데 오늘 일자리 못 구했다고 해서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저는 아저씨 마음 안 다치고 트라우마 없이 문안하게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지금 상황이 몹시 궁금했을 또 다른 동생한테 그 순간의 상황 보냈네요.
~ 노란 셔츠 입은 말 없는 그 사나이- 01 ~
그리고 나오던 길에 바로 옆 박물관 외곽 마당으로 들어가서 함께 간 동생과 함께 사진 몇 컷을 박았답니다.
우리 어렸을 때는 사진이라는 것이 고급 고가의 행태여서 우리 사는 처지에는 절대로 누려서도 안 될 차라리 사치였기에 그런저런 이유로 세상에 녀석과 함께한 사진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쩌면 단 한 장의 사진도 없을지 몰라요. 문득 그 생각이 들어서 우리 사진이나 박고 가자고 제안했지요.
하여 오늘 우리 둘이 박은 사진이 다섯 장도 더 될 거예요. 푸짐하지요?
저보다 훨씬 잘생긴 그 녀석 올릴 수는 없겠고 녀석이 박아준 사진 하나와 제가 박은 사진을 하나 올립니다.
사진으로 보니까 제 모습 더 환장하겠습니다.
저는 거기 가면 곧바로 작업(?)에 투신할 수 있게끔 버클도 없는 허리띠(허리띠라고 부르기엔 좀 그러네요. 그냥 나일론 줄이니까 말입니다.)가 저리 삐져나왔으니 제 몰골 어땠겠어요?
거기다가 흔들리는 대갈통엔 벌써 허연 것이 수두룩 박혔으니 그 품새로 부려먹을 만했겠습니까?
부려먹기는 개똥 도리어 주인장이 놉 모셔야 하는 판국을 상상했을 겁니다.
~ 노란 셔츠 입은 말 없는 그 사나이- 02 ~
~ 노란 셔츠 입은 말 없는 그 사나이- 03 ~
어쨌든 주인장님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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