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하나의 화이트 유령을 잡았다!
평소에도 이따금 그랬지만 어젯밤에도 그랬습니다.
컴퓨터 책상에서 드라마 다시 보는 게 버거우니까 침상에 누워서 컴퓨터와 연결한 텔레비전으로 보려는 심산이었습니다.
요번에 보려던 드라마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던 SBS의 옛날 드라마(당신을 주문합니다)로 그 첫 회를 보려는 심사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요놈이 아무래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데요.
그러잖아도 컴퓨터 책상에서 지쳤기에 내려왔는데 침상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끝까지 쑤셔볼 맘이 없었나 봅니다.
하여 얼떨결에 불 끄고 잠들었나 봐요.
그렇게 얼마나 졸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벽에 얼핏 잠이 깼는데 천장에 붉은빛이 휘청이데요.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았지요. 그러면서 자세히 보니 그건 동심원이었어요.
천장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또 얼마 안 있으면 다시 나타나고…
~ 어여쁜 화이트 유령에게 - 01 ~
화이트 유령(까닭이 있는 유령: 밤하늘의 별똥별, 동화 속의 도깨비, 지금은 귀한 몸 됐지만 어린 시절 자주 잡았던 개똥벌레 등등)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저 황당한 상황을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꼼꼼히 유추해봤지요.
2~3m 떨어진 컴퓨터가 아직 켜졌으니 전원 램프가 깜빡이지만, 저기 저놈이 나와서 천장으로 올라갔을 리도 없는데…
~ 어여쁜 화이트 유령에게 - 02 ~
- 왼쪽 불빛은 멀티탭에서 나오고 오른쪽이 컴퓨터에서 나온 불빛 -
그렇다면 혹시 약이 다 떨어진 손전등이 켜져서 그럴 수도 있는데 놈은 켜지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자리도 아닌 컴퓨터 책상에 놓였는걸…
~ 어여쁜 화이트 유령에게 - 03 ~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에라 모르겠다는 판단에 컴퓨터 마저 꺼버리고 좀 더 자보려고 그랬습니다.
아^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까 그 동심원이 희미한 자국으로만 계속해서 남았네요.
아니, 그렇다면 이거 틀림없이 컴퓨터 하고도 무슨 관계가 있겠는데…
다시 누우려는 생각을 잽싸게 접고서 다시 컴퓨터 책상에 불을 켠 뒤 텔레비전 쪽으로 와서 다시 살폈습니다.
아니, 더 살필 것도 없이 그냥 보였습니다. 텔레비전 뒤쪽에 매달아 둔 광마우스 광원으로 빨갛게 새 나오는 게 보였거든요.
사실 그 마우스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기에 어제는 어쩔 수 없이 마우스 집(컵라면 빈 통)을 구해서 텔레비전 뒤쪽 모서리에 붙였던 거거든요.
~ 어여쁜 화이트 유령에게 - 04 ~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해서 마우스를 꺼내 제대로 눕히고는 불을 껐지요.
~ 어여쁜 화이트 유령에게 - 05 ~
역시나 그 동심원이 선명합니다. 다시 말해서 제 앞에서 우쭐대려던 화이트 유령이 꼼짝없이 제게 잡힌 거 아니겠어요?
~ 어여쁜 화이트 유령에게 -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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