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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전부터 이런 호사를…

 

눈을 떴는데 아직 날이 덜 샜나 봐요.

그래도 주변이 대충 감 잡혔기에 그 어둠 속에서 이부자리 개고 설렁설렁 방안을 정리했지요.

그쯤이면 환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어둡습니다.

 

어쩔 수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이리저리 돌렸지요.

스무 살 아래를 선수 구성원으로 해서 피파에서 주관하여 요즘하고 있는 축구의 우리나라 팀 그간 경기 장면 몇 개를 연속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채널에서는 야구를 보이기도 했는데 저는 축구를 위주로 보다가 어느 순간에 날이 훤해졌습니다.

 

언제 나왔는지 문밖(거실과 부엌)에선 어머니와 막냇동생 목소리도 들렸어요.

늘 그랬던 거처럼 인사차 나갔는데 눈앞에 밥통만큼 거대한 커피포트가 도는 겁니다.

 

'응? 저게 뭐냐? 고장 난 거 그래 안 고쳐지던?'

'네. 아무래도 밑판이 고장 났을 거 같아서 만물상에서 밑판만 하나를 더 샀는데 그놈도 안 돼 차라리 저놈을 사 왔어요!'

'그래. 고장 난 놈은 이참에 그냥 버렸냐?'

'아뇨! 저깄고 또 저깄고 그래요'

그런저런 인사말 나누는 사이 동생은 출근길에 나섭니다.

 

어젯밤에 연장통에서 드라이버 같은 게 나온 걸 보고서 동생이 이미 그놈을 뜯어봤음을 짐작하긴 했었습니다.

하여튼, 그 뒤로 저도 잠깐 뜯어봤는데 도무지 뭐가 고장 났는지 모르겠데요.

그래서 얼른 다시 닫아서 내다 놓은 뒤 잠이 들었던 거였었는데…

 

동생이 출근하자 저는 동생이 가리킨 곳에서 고장 난 놈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고는 마침 열린 브라우저에서 구글을 열고는 검색해봤죠.

 

커피포트 밑구멍(밑판)을 들여다보니까 이놈이 커피포트가 아니고 중국산 '전기 주전자'였습니다.

그래서 그걸로 검색하려고 치는 중인데 치는 도중 펼쳐진 검색 도움말에 '전기주전자 고장'이란 말도 섞인 걸 보고는 냅다 그놈을 선택했지요.

 

그러고는 더 볼 것도 없이 맨 윗줄에 걸린 놈부터 읽어보기로 했답니다.

검색되어 나오는 내용을 보니까 같은 처지로 고심한 동지(?)가 부지기수로 있었나 봅니다.

 

~ 고독을 씹은 전기 주전자 ~

 

제가 선택한 거 읽고 난 뒤 고장 내용이 별것도 아니기에 얼른 우리 것도 뜯었습니다.

그랬는데 검색해서 본 거랑 우리 거랑은 닮긴 했지만, 그 실속은 전혀 다른 모양새로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색 글에서 언급한 '바이메탈' 부분(아마도 제가 중학교 다닐 때쯤에 전기다리미 원리를 알아가면서 배웠을 것도 같은데…)이 너무도 익숙한(?) 말이라서 그 원리를 찾으려고 전기 주전자의 밑판이 아닌 몸통에서 뜯고 찾았답니다.

 

결국은 찾았습니다. 얇은 띠 모양의 금속이 각기 다른 장소에 따로따로 있는 게 보였거든요.

그 두 개가 각기 다른 곳에 있다는 건 검색 글에 나온 원리와 같은 거니까 그 부분만 잘 공략하면 틀림없이 살려낼 거로 확신했어요.

 

처음엔 거기가 워낙 비좁은 곳이라서 일자 드라이버로 놈들을 톡톡 건드려 탄력이 살아나게끔(?) 했고요, 그다음에는 그 금속(바이메탈)을 너무 벌려서 그 원리가 작동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기에 이번엔 송곳을 가져와서 탄성을 지닌 그 철판 밑을 몇 번씩 긁어주는 거로 하려던 작업(전열 기구 전극의 접촉 불량을 해결하려는 일)을 마무리 지었답니다.

 

그러고는 아직은 완전히 조립하지도 않은 채(몸통, 밑판 모두) 코드를 꽂고는 전원(멀티탭)을 넣은 뒤 전기 주전자 스위치도 켰습니다.

그러자 그 즉시 램프에 불이 들어오는 거 있죠? - 앗싸~ 성공했다!!! -

 

그걸 확인하자 이젠 밑판이고 몸통이고 조립하기 시작했죠.

몸통을 조립하면서 풀린 나사 셋 중 하나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멈추지도 않고 계속하여 도는 겁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사이에 동생과 저놈을 뜯었다 붙이는 걸 너무 많이 했었나 봅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조립했던 밑판을 다시 풀어헤치질 않았나 검색한 내용을 다시 훑어보질 않았던가 무척이나 그 부분에서 헤맸답니다.

그러다가 이내 헐거워진 그놈을 좀 더 큰 다른 나사못으로 바꿔서 꽂아버렸죠.

 

밑판도 방금 됐던 거 말고 다른 놈까지 걸고는 둘 모두를 시험하니 둘 다 멀쩡(램프에 불이 들어옴)하데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하긴 이르지요.

 

부엌으로 가져가서 몸통에 불을 따른 뒤 헹구고는 다시 적당량(마침 목도 마르고 그랬으니 녹차나 하나 띄워 시험해 보려고요)을 붓고는 스위치를 켰습니다.

램프가 켜지긴 했어도, 제시간(물이 끓었을 때)에 정확히 꺼져야 오늘 일이 진짜 마무리될 테니까 약간은 긴장한 몸으로 식탁에 앉아서 놈을 살폈답니다.

예전 같았으면 물이 끓는 동안 그럴 일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에요.

 

전원을 넣으니까 몇 초가 지나자 열선이 제대로 일하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뒤로 얼마쯤 지나니까 주전자에서 아주 잠깐 김이 새 나오는 듯하더니 그 즉시 전원이 꺼지면서 램프도 꺼졌지요.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 식전에 이런 호사(녹차 한 잔 - 300~400mL)를 누리는 중이라고나 하면 될까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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