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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짙은 녹색 2020. 8. 18. 03:37

취미생활

 

수십 년을 한결같이 제 삶에서 거의 유일한 취미생활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컴퓨터 중독자지요.

 

'중독'이란 말!

정말이지 무서운 말입니다.

 

당분간 술을 참기로 한 지도 어느덧 8년 세월을 훌쩍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때 저는 알코올 중독자였을 거란 생각입니다.

중독 정도가 깊지 않아서 쉽게 멈출 수 있었던 거지 만약에 한두 해만 더 끌었어도 그 좋은 벗을 비켜둘 짬이 어림도 없었을 테니까요.

 

길을 가다가도 밥을 먹을 때도 벗을 만나려 해도 술을 빼고 다른 건 일체가 들러리였을 때니까요.

술은 취미를 넘어 일상이고 주춧돌이며 제 삶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무방했을 정도로 그 의미가 컸는데 어찌 감히 그 커다란 걸 쉽게 놓을 수 있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 황당하고 아이러니 한 점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아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8, 90년대 그때는 그랬습니다.

조직 생활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 편을 만들려면 생면부지 그이와의 만남이 가능해야 했고, 그다음으로 의식에서도 사상에서도 흔히 말하는 교육 문화 경제력에서도 확연히 달랐던 우리가 조금이라도 섞일 수 있게 틈을 막아주는 윤활유가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술이었답니다.

 

그랬기에 일 년 열두 달 술 취하지 않고 맨정신으로 그냥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을 지경이었는데….

8, 90년대는….

 

이제야 답이 조금 보입니다.

그랬던 삶이 하루아침에 산산이 부서졌으니 조직 생활의 바탕이었던 직장도 사라졌죠, 경제활동, 문화생활, 건강생활 이 모든 것이 와지끈 깨졌으니 술이 곧 제 삶의 정체성이란 명제도 허물어졌을 겁니다.

그리하여 그 허탈함을 깨고 겨우 비빌 수 있는 언덕이라면 컴퓨터가 있었을 겁니다.

 

그랬기에 저가의 컴퓨터와 수도 없이 다퉈야 했고 그런 와중에 홀로 두는 바둑(펑고)에 재미도 붙였겠네요.

어쨌든 잡다한 이유로 오늘날 제 취미생활의 주축이 돼버린 바둑.

그것도 30에서 50급 정도의 제 실력! 거기에 하염없이 맞장구쳐주는 모니터 속의 바둑돌….

고맙기도 하고 저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런데도 코로나 19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온 누리에 퍼뜨리는 막무가내 종자들보단 천만 배는 더 고맙고 예쁩니다.

바둑친구야! 사랑해~

 

~ 비 내리는 사람 중심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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