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대바구니를 보면서….
조금 전엔 '경상도의 대게'를 찾다가 그것 공판장의 그림 영상에서 대게가 듬뿍 담긴 플라스틱 재질일지도 모를 사각형의 바구니를 보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김 양식했던 시절이 떠오르데요.
간조와 만조에 따라 그 수심이 변하는 그 수심 7에서 10m 사이의 남해안 연안에 그 수심보다도 조금 더 긴 나무 기둥 수십 내지는 수백 개를 박고 그 기둥(지주)들 사이로 김이 자라는 김발을 묶어 겨울철에 김 양식을 했었습니다.
김은 수온에 민감한 해조류라서 점점 기온이 올라가는 오늘날의 김 양식은 제가 살면서 김 양식했던 시기(70~80년대)와는 딴판으로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어쩌다가 한 번씩 고향에 내려가 보면 그 옛날 방식(지주를 이용한 김 양식)은 온 데 간 데도 없이 사라지고 없고 대신에 미역이나 굴 양식처럼 밧줄(나일론 줄)을 이용한 김 양식이 주류를 이루더라고요.
그것도 예전과는 달리 마을 주민 대다수가 김 양식에 매달리지도 않고 극히 일부 주민만이 김 양식을 하는 겁니다.
그것도 그 옛날처럼 생산에서 가공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를 한 가정에서 풀로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김만을 생산한 뒤 김 공장으로 바로 납품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참!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세상이 변했다기보다는 그사이에 지구 기온이 많이 변했습니다.
어미들의 생활양식이며 그 생태계마저도 바꿔버렸으니 말이죠.
잠시 이야기가 샛길로 샜는데 저 때는 해 저물기 전에 노를 저어 30~40분 거리의 김 양식장에 가면 양식장에서 김을 뜯어 작은 소쿠리에 담고 그 소쿠리가 가득 차면 다시 큰 사각 대바구니에 옮겨 담는 걸 반복하다가 이내 그 대바구니마저 넘치지 않을 만큼 차면 다시 노를 저어 배를 묶어둘 부둣가로 와야 했습니다.
맨손으로는 김이 질겨서 뜯기지 않으니까 면장갑을 끼고서 엄지와 검지 사이에 김 줄기 넣고서 그 적당한 길이 조절해가면서 뜯어오는데 뱃전에 엎드려서 바닷물 속 김발을 걷어 올리면서 하는 일이라서 여간 힘든 일이 아녔어요.
차라리 물속에서는 손가락이 덜 시린데 물 밖에선 어찌 그리도 추었는지요.
두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엎드려서 그 일을 하고 나면 허리는 허리대로 부러질 것만 같고 손발은 꽁꽁 얼어서 꼼짝도 안 할 것 같았지만, 그것이 일상이니까 또 고개 들고 일어나서 뇌 좆에 노 구멍을 끼우고서 저어 옵니다.
그런 날에 바람이라도 불면 그 추위 속에서 얼굴은 완전히 백지장이 되죠.
그러지 않아도 노 젓는 동안 그 운동 탓에 드디어 온몸 혈관에 피가 돌아가니까 노를 잡은 손바닥과 손등이 가려워서 돌아버릴 것 같아요.
그런 순간에 손에 낀 면장갑이 없이 차라리 맨손이라면 발아래 바닷물에 손이라도 담그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텐데 장갑마저도 꽁꽁 얼었기에 벗겨지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30분은 온몸의 혈관에 피가 돌아다녀야 그 온기로 비로소 장갑도 벗겨 낼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해온 김을 수동 압착기에 넣고 꾹 누르고 돌려서 바다 물기를 쏙 빼낸 뒤 마루에 듬성듬성 겹치지 않게 펼쳐둡니다.
그러고는 새벽부터 가공해서 말렸던 김을 김밥 말 때 쓰는 발장을 닮은 발장에서 벗기어 열 장씩 차곡차곡 벗겨서 쌓아두지요.
그리고 때가 되면 그걸 다시 열 묶음씩 묶어(10 x 10 = 100장 - 한 톳) 가지런히 상자에 담은 뒤 공판장에 내다 팔아요.
하여튼, 마른 김을 다 벗기어 정리해 뒀다면 잠시 누웠다가 잠시 뒤 새벽 한두 시에 다시 일어나서 김 가공을 시작합니다.
- 어제 마루에 말렸던 생김을 기계에 넣고 빻은 뒤 깨끗이 씻어 냅니다. -
- 그렇게 빻은 김을 커다란 통에 물과 함께 섞어서 담습니다. -
- 물과 함께 섞인 김을 바가지로 떠서 일일이 김 모양의 틀에 붓고서 흔들어서 김 모양새 만들어 냅니다. -
- 한쪽에서 그렇게 만들어주면 반대 방향에선 그걸 일일이 흘러내리지 않게끔 들어내어 물 빠지게끔 차곡차곡 세워둡니다. -
- 어느 정도 물이 빠진 생김 붙은 발장을 그것 말리는 건장으로 가져가서 일일이 꼬챙이를 꽂아서 말려둡니다. -
- 그렇게 말려둔 김이 한나절이면 보통은 다 마르기에 거두어서 나중에 벗기게끔 쌓아두는데 만약에 비라도 내린다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비에 맞지 않게끔 철두철미 잘 관리해야 합니다. -
→ 발장이 젖더라도 김 쪽에 피해가 덜 가게끔 김이 붙은 쪽이 건장 쪽으로 향하게끔 돌려서 다시 널어두기도 하고 그래도 시원찮으면 건장 지탱하는 기둥을 모두 앞으로 숙여서 비 피해가 더 가게끔 조처합니다. ←
그러는 사이 어느덧 바닷일 하러 갈 물정이 되면 작은 소쿠리와 사각 대바구니를 들고 노를 저어 배를 띄웁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는 겨울 동안의 그 일이 잠깐이지만, 그것을 온전히 해내려면 나머지 철 모두를 쉴 새 없이 준비해야 해요.
- 발장을 만드는 재료와 기구 장소 준비해야죠 -
- 발장도 만들어야죠 -
- 김 양식에 필요한 대발 재료와 장소 준비해야죠 -
- 대발을 만들어야죠 -
- 건장에 필요한 재료와 장소 준비해야죠 -
- 건장을 만들어야죠 -
- 대발에서 키울 김 세포 배양할 재료와 장소 준비해야죠 -
- 연안의 대발에서 키운 김을 대발마다 지주를 박고 일일이 넓게 펼쳐줘야죠 -
- 이것들 말고도 준비하고 수행할 일은 무수히 많은데 지금 떠오르지 않네요 -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그때가 저의 10대 중후반이었는데 중고등학교 다니면서 틈틈이 그 일하기란 참으로 버거웠어요.
그러면서도 못지않게 해낼 수 있었던 건 주변 여기저기서 날아들어 온 [천사 손길]이 있어섭니다.
이승의 나잇살로 치면 겨우 한두 살 위거나 열 살 안짝이었던 그 손길들….
어느 순간에 다 가셨습니다.
그 눈망울 동그란 고양이 눈과도 같았고 총총한 송아지 눈과도 같았던 그 형님들….
이제는 다 가시고 안 계십니다.
대바구니에서 그 형님들 천사 미소로 방실방실 웃으면서 나올 것도 같네요.
아~!!~~ 그립습니다. 우리 형님들 / 내 살 같은 형님들이여 어서 오세요!!!~~~^^^
~ 하낫둘^ 센넷^^ ~

출처: 6080 추억상회
http://hbs1000.cafe24.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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