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에 홍시 되라고 묻었던 감을 드디어 열어 봅니다.
2일에 묻었으니까 사실은 일주일째였던 어제 열어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 집에 감 말고도 군것질감으로 귤 한 상자가 있었거든요.
난데없이 택배로 그게 들어왔어요.
보낸 사람 항목에 여동생 이름이 박혔습니다.
이게 웬 떡인고 싶어서 몇 개를 꺼내서 덜렁덜렁 까먹는 중인데 그 동생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빠 생신 축하해! 그래서 귤 한 상자 보냈으니 맛나게 드세요’
내 생일이라니 그건 또 뭔 소리야!!!
얼른 컴퓨터에 만들어둔 웹 문서로 ‘생일 달력’을 펼쳤지요.
오늘이 아니고 2주일 가까이나 남았습니다.
집안에서 제사도 모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모든 행사(설·추석·생일·기타기념일 등등)를 하지 않기로 했었거든요.
그것은 오로지 제 생각이었기에 나머지 가족은 그런 특별한 날엔 서운했던지 아무 음식도 안 한 채로 그냥 넘어가진 않습니다.
제 눈치 보느라고 상만 안 차릴 뿐이지 대충 할 건 다 하려고 해요.
그렇더라도 나는 그런 걸 계산하지 않으니까 생일 같은 게 가까이 온 들 무슨 염이 있었겠습니까?
어머니께서 귤이 들어온 속도 모르고 군것질거리 있으니까 다음날에 홍시 열자고 해서 하루 늦었던 겁니다.
해서 이러쿵저러쿵 그 사정 이야기하면서 이번에도 내 생일이 온들 일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죠.
‘마침 됐다. 나도 음력은 일절 안보니까 또 달력에 그것 글씨가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너 생일 너 알아서 찾아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어머니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되려 홀가분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오늘 어머니 모시고 소주 적셔서 비닐봉지에 공기 안 통하게 꽁꽁 묶었던 그걸 풀어봅니다.
여드레째인데 말랑말랑할 정도는 아닌데 그래도 손가락으로 쑤시면 푹 들어갈 거 같았습니다.
어머니 하나 저 하나 대뜸 들고서 널름 물었죠.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달기도 엄청나게 달고요.
홍시 성공했습니다!!!
~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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