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자 통나무 찾기도 힘들었지만, 그것 베어내기는 더욱더 힘들더라!
71년도 그해 우리 집이 산중에서 바닷가로 내려왔었다.
저번에 만들었던 총이 불발된 거에 실망한 나는 인제는 좀 더 유용한 물건에 손대보기로 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세 발 구르마'였다.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은 이랬다.
1. 적당한 크기의 못과 망치
- 망치는 집에 있었으니까 못이 필요했었다. -
- 못이 여러 개 필요한 것도 아녔기에 바닷가에서 목수가 배 수선한 자리 부근을 뒤져보면 필요한 못을 구할 수도 있겠다. -
2. 구르마 몸통이 될 통이 굵은 'Y자 나무'
3. 핸들에 들어갈 적당한 크기의 'Y나 나무' 및 핸들에 필요한 나무
4. 핸들에 달린 앞바퀴를 만들 통통한 나무와 바퀴 축에 필요한 나무
5. 몸통 뒤쪽에 들어갈 뒷바퀴나 뒷바퀴 축에 필요한 나무
6. 몸통의 안장에 필요한 짚 뭉치 및 그것을 받칠 나무
몸통에 쓸 통나무를 찾는데 온산을 다 뒤졌다.
그 시절의 이 나라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가 어찌나 산림에 엄격했던지 맘에 든다고 곧게 뻗은 나무는 그 어떤 나무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휘고 금방이라도 골로 갈 것만 같은 나무를 찾아야 했는데 그도 Y자 형태를 취해야 했고 그 균형도 갖춰야 했기에 정말이지 찾아내기가 힘들었다.
그것도 아무도 몰래 베어내야 하니까 어스름한 밤중에 산속에 들어가야 했고 그런 나무는 밑동이 땅바닥과 거의 붙었기에 그 바닥도 좀 파내야 하고-
톱날에 송진이 묻어서 톱은 또 얼마나 찍찍했던지-
어느 정도 톱날이 들어갔을 때 그 틈바구니에 '세'라도 망치로 박고서 톱질하면 허리도 덜 아프고 어깨도 편하겠더구먼, 밤중에 그 산속에서 텅텅 소리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왼쪽에서도 베고, 오른쪽에서도 베고, 자리를 틀어 위쪽에서도 베고 아래서도 베고-
그렇게 겨우겨우 베어온 몸통을 집에 와서는 인제 핸들이 들어갈 구멍을 뚫어야 했었다.
구멍 뚫을 '끌'이 없으니까 배 수선한 자리에서 '버려진 못'을 주워다가 아궁이에 앉아서 끌을 만들어야 했다.
목선에서 쓰는 못은 '둥그런 못'이 아니고 나뭇결에 따라 들어가서 힘이 타게끔 납작했었다.
그것도 새 못이라면 좋았겠지만, 배 목수가 새 못을 버릴 리는 없을 테고 새 못을 치기 위해서 빼버린 낡은 못을 주워다가 고구마 삶으려고 장작으로 이글거리는 숯에 넣어 벌겋게 달군 뒤 망치로 두들기고 펜치로 물어 적당히 담금질(달군 쇠를 물에 담가 식히는 작업)하여 그 강도와 경도를 맞춰나간 뒤 끌을 만들었다.
그렇게 못으로 만든 끌이 나무를 파내게끔 숫돌에 갈아서 날을 세워야 했는데 경도가 너무 세면 끌 끝이 부서져 버리고 또 담금질할 때 너무 무르면 끌이 나무를 파내지 못하고 휘어 버렸었다.
이런 식으로 그 어린 나이에 쇠를 구슬렸으니 손과 발 팔에 얼마나 상처가 무작정 달려들었을까?
이것을 이렇게 어렵사리 만들었는데-
그 산중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큰댁의 내 친구가 그걸 녀석이 가진 최신 총(학교 앞 문구점에서 샀을 만한)과 바꾸잖다.
나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대뜸 그러자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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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화약총 / 화약이 떨어지고 나니까 내게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삘기 껍데기'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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