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구경하자고 나갔었는데…
오후 들어서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 엄청나게 졸음이 쏟아집니다.
그 시각에 낮잠이나 자면서 집에 처박혀 있기는 그 허송세월이 너무도 아까운 겁니다.
해서 차라리 자전거로 운동이나 나가려고 했습니다. 막상 그리 맘은 먹었어도 마땅히 갈 곳이 안 떠올랐지요.
그러던 차 문득 며칠 전에 옛 동료들 만나러 나갔다가 잃어버린 휴대용 구두칼(구둣주걱)이 떠오릅니다.
해서 오늘이 비록 장날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오일장인 비아 장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비록 장날은 아닐지라도 상가는 많을 테니까 그까짓 것쯤 그냥 살 수 있을 거로 여기며 나갔답니다.
이제는 제법 따뜻해졌으니까 차림도 대폭 여름 스타일로 꾸미고서 말입니다.
막상 시장통에 들어갔는데 거기가 실제로 시장인가 싶게끔 너무도 한산합니다.
또 여기저기 열린 가게들이 보이긴 보였지만, 사고자 했던 그것은 없을 성싶더라고요.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구경이나 해보려고 했지요.
그리하여 시장통을 살짝 벗어났는데 거기가 온통 공장들뿐입니다.
이쪽으로 가도 공장 저쪽으로 가도 공장…
그 규모가 수백 동은 안 될지라도 어림잡아서 수십 동은 될 성싶습니다.
거기는 차마 공장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아주 작은 창고 같은 작은 규모에서 수십 수백 명도 일 할만 한 큰 규모의 중소기업들이 가득하데요.
우리 집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곳에 이렇게 대단한 공단이 있을 줄은 차마 상상도 못 한 일이라서 놀랍고도 놀라웠지요.
돌아다니면서 어디로 빠져나가야 집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하여 무작정 한쪽으로 달려갔습니다. 확 트인 곳으로 나가면 뭔가가 잡힐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5분도 안 달렸는데 사방이 온통 논두렁이고 웬 다리 위에 올라선 자신을 발견했네요.
사실은 다리가 꽤 높은 곳에 자리했기에 그곳에 자전거를 세운 뒤 정신을 가다듬고 나아갈 가닥을 잡고서 다시 나아가기로 한 것이었었기에…
자전걸 세워놓고서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그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때 휴대폰이 스칩니다. 얼른 꺼내서 어차피 '와이파이'는 글렀기에 '데이터'를 켜 놓고는 '다음 지도'를 열었답니다.
지도를 보고서도 얼른 가늠할 수 없기에 일단은 그 자리에 기준점을 잡은 뒤 가던 길로 100m쯤을 더 달렸답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지도를 찍어 아까 잡은 기준점에서 나아갈 바를 정했지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그때 당시 찍었던 장소 되돌려 봅니다.
네. 거기 다리가 있었던 자리가 광주 하남공단의 끄트머리쯤 되네요.
거기서 봤던 공장들이 하남공단에 드는지 안 드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작은 공장들이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지름길을 찾아 살짝 더 헤맨 뒤 얼떨결에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큰길에 들어섰답니다.
정확히는 큰길이 아니고 큰길 곁으로 난 자전거도로에 들어선 거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쏟아지는 졸음 몰아내고 그 틈에 시장 구경이나 하려고 나왔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횡재한 어제입니다.
아마도 저런 중소기업들이 일자리는 넘친데 일손이 태부족이라고 각종 매체에서 아우성인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성하다면 대번에 가서 일해주고도 싶은데…
또 제 맘으로는 아직도 충분히 해낼 것도 같은데 아쉽습니다.
현역으로 군대(현역)에 가려고 그토록 준비했건만 몸이 따라주지 못해서 끝내는 뚫지 못하고 실패했던 삼십여 년 전의 그때처럼 씁쓸한 회한도 밀려듭니다.
이봐요. 멀쩡한 분네들. 중소기업에도 좀 진출하세요!
~ 비아 오일장 보러 갔다가 - 01 ~
~ 비아 오일장 보러 갔다가 - 02 ~
~ 비아 오일장 보러 갔다가 - 03 ~
~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달려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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