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화면이 너무 뿌옇기에 좀 더 선명하게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머니와 그 옛날 시골 살았던(주로 80년대 이전) 시절 이야기며 그 뒤로도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나 그 뒤로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주로 80년대 이후)를 나누다 보면 도무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오늘도 그 이야기는 특별한 이슈도 없이 저의 가벼운 운동(제자리에서 하는 제 몸에 맞게끔 하는 맨손체조나 거실을 빙빙 돌면서 걷는 것)이 마무리되면서 자연스럽게 끝이 났지요.
이야기가 끝나자 방으로 들어와서는 그냥 별생각도 없이 텔레비전을 켜볼까 하다가 어제오늘 갑자기 텔레비전 화면이 너무도 뿌옇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 그 어느 순간에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사방팔방 별의별 가능한 사연 다 뒤져도 몰랐던 거가 그 맨 나중에 찾았는데 유선 텔레비전의 안테나선 너무 헐거워서 그랬다는 걸 알고는 기뻤기보다는 얼마나 허탈했었는지도 몰랐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높았습니다. 실은 요 며칠 전에 한동안 쓰지 않았던 텔레비전 겸용의 모니터를 되 끼우면서 그것 안테나선을 끼우려는데 예전에 끼웠던 게 여전히 돌돌 말린 채 경대 뒤쪽으로 놓였던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조치도 없이 그놈을 바로 꽂아서 되살렸는데 때마침 텔레비전이 뿌옇게 나오니까 어쩐지 그 부분이 미심쩍어집니다.
길쭉한 서랍장 위로는 무거운 텔레비전도 올렸고 프린터며 별의별 잡동사니에 또 그 뒤로는 전화선·안테나선·전원코드 등등이 있어 너무나도 복잡합니다.
그 서랍장 한쪽을 앞으로 살짝 당기고는 그 뒤에서 안테나선 분배기를 꺼내놓고 이리저리 둘러 봅니다.
겉으로 봐선 어디가 풀렸거나 뭐 특별할 것도 안 보였지만 살짝 더 당겨보니까 그 짧은 틈바구니에 쓸데없이 하나가 더 연결됐기에 그놈을 떼어내고서 최대한 짧게 연결해봅니다.
~ 갑돌이와 갑순이는 - 01 ~
그러고서 텔레비전 켰더니 잘 나오네요. KBS 2TV가 특히 안 나왔는데 그 부분도 멀쩡했지요.
여기가 물론 2TV는 아니지만, 그 화면이 무척 깨끗하기에…
~ 갑돌이와 갑순이는 - 02 ~
기왕에 서랍장을 밀쳤으니 그 뒤쪽을 조금 더 열어서 확인합니다. 온갖 먼지가 쌓여 무척이나 지저분하네요.
이왕 이렇게 됐으니 청소기 넣어서 빨아내고자 했습니다.
~ 갑돌이와 갑순이는 - 03 ~
그런 착상에 청소기가 있을 거실로 나갔는데 커다란 텔레비전 켜져 있고 어머니 소파에 자는 듯 조는 듯…
'텔레비전만 켜놓고 전기세 아깝게 뭐하는 거요!!!'
대뜸 야단(?)치는 동시에 리모컨으로 텔레비전도 껐지요.
부스스 일어나면서 '아니야~ 나 잤던 거 아니야! 다 보고 있었거든!!!' 되려 제게 성질을 내시네요.
그러면서 일어나시더니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부랴부랴 부엌 가스레인지로 달려갑니다.
그쯤에서 저도 쳐다보니까 빠지직 뿌지직 연기 하얗게 피워 올리면서 그 뭔가가 타오르기 직전입니다.
국을 올려놓고 잠깐 소파에서 쉬겠다는 것이 깜빡했는가 봅니다.
방안 서랍장 뒤를 후련하게 훑어내고서 청소기 놓으려고 거실로 나왔더니 싱크대에서 아까 그을렸던 냄비 씻고 계시던 어머니 그 화를 제게 퍼붓습니다.
'니가 제때 안 먹으니까 결국 이렇게 됐잖아!!! 앞으론 때마다 제때 먹어라!!!'
사실은 오늘 제 아침 시간(11시 반에서 12시 반 사이)을 깜빡 놓쳐 버렸거든요.
그 시간이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못 되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서 차라리 점심때(오후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 먹으려던 참이었거든요.
참고로 제 저녁 시간은 밤 열한 시에서 자정 사이기에 다른 가족의 일원으로서 모두가 잠들었을 시각이기에 약간 미안하기도 하긴 하지요.
어쨌든 텔레비전 좀 선명하게 보려다가 오늘 횡재했습니다.
하마터면 홀라당 태우고 지금쯤 발칵 뒤집혔을 시각이잖습니까?
- 구석이나 좁은 틈새 청소할 때는 청소기 대가리를 빼놓고 들이밀어요. ① -
- 오늘 횡재의 진정한 주인은 요것 여분의 안테나선이 아니겠습니까? ② -
~ 갑돌이와 갑순이는 -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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