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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지금 컬러로 뽑을 것이 뭐가 있어!!!

 

새벽에 어떡하다가 텔레비전을 켰는데 여자양궁 개인전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 선수 셋 중 하나는 떨어지고 장혜진하고 기보배만 남았을 때입니다.

 

'야! 기보배 제발 덕분에 쫄지 좀 마라!!!'

지금 생각하면 당사자인 기보배는 얼마나 불안하고 떨려서 괴로웠을까요?

타국하고 붙으면서 과거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마지막 슛 장면에선 꼭 강력한 홈런으로 응수했던 모양새가 정석이었던 때를 답습하듯이 기보배도 걸핏하면 헛발질을 해대는 겁니다.

 

화가 났어요. 어차피 안 될 놈은 놔두고 장혜진 당당하니 네가 먹는 게 훨씬 낫겠다!!!

말이 씨가 됐을까요? 실지로도 장혜진이 앞서갑니다. 어찌 보면 다행스럽기도 했고요.

 

그랬는데 제가 정말 불안했던 것은 저의 그 몰염치한 상상 탓에 기보배 동메달도 헌납할지 모르겠다는 그 엄청난 불길함이란…

 

그러나 마지막 세발을 10점 만점의 '엑스 텐'에 꽂아버렸을 때의 그 흐뭇함 그리고 미안함 또 그리고 부끄러움…

기보배 씨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당신 애썼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럽습니다. 또 하나 진짜 고맙습니다.

 

그런저런 걸로 아침을 맞아버렸는데 어느덧 드라마 할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SBS에서 여덟 시 반에 하는 걸 그 날 아침 첫 드라마로 봐왔거든요.

 

며칠 전에도 그랬는데 혹시 오늘 아침은 어떨지가 궁금해서 제일 먼저 SBS 홈피에 들어가서 오늘의 편성표를 봤답니다.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드라마보다는 리우 올림픽이 먼저였습니다.

 

다시 그날 보는 드라마 일정을 뽑아둔 일정표를 봤지요. 거기 보니 최신 내용은 다 들었지도 않고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천상의 약속'이 아직도 남았습니다.

마침 보려던 드라마도 안 하기에 이 기회에 그걸 고쳐서 다시 뽑아볼 요량이었답니다.

 

컴퓨터에서 한참을 노닥거린 뒤 드디어 그놈 뽑아보려고 프린터를 켰는데…

아니 이게 뭡니까? 에러가 떴습니다.

 

~ 내일은 해가 뜬다 - 01 ~

 

그 에러 떴든 말든 개의치 않고 그냥 컴퓨터에서 프린트를 눌러봤지요.

했는데 프린터가 덜커덕거리면서 요동치더니(프린트하기 직전의 매우 긍정적인 모양새) 그걸 뽑아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거가 검정이었기에 가능한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것 뽑으면서도 에러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거기 컬러·흑백/사진 램프는 계속하여 깜빡였고요.

 

도대체 뭐가 고장 났을까 싶어서 이번엔 어떻게 해서든 고쳐보려고 작정했지요.

일단은 금방 뽑아낸 프린터 물 위로 카트리지 둘을 뽑았습니다.

 

~ 내일은 해가 뜬다 - 02 ~

 

제 생각에는 이것 틀림없이 잉크가 부족해서 그럴 거로 짐작했지요. 해서 둘 꽁무니에 빈 주사기 박고는 잡아당겨서 카트리지 잉크를 뽑아봤어요.

아닌 게 아니라 검정 잉크는 아직 남았는데 컬러쪽 카트리지는 잉크보다는 거품이 더 많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내 뭐랬나?' 괜히 김칫국부터 마셨지 뭡니까?

 

~ 내일은 해가 뜬다 - 03 ~

 

잉크 그놈의 무한 잉크 아무리 더 넣어봐도 뽑아봐도 프린터에서 깜빡거리는 거며 에러표시 'E' 사라지질 않지 뭐예요.

예전에 고장 났던 카트리지가 있어 그놈을 가져다가 밀어 넣어 봐도 도무지 꼼짝도 하지 않는 겁니다.

 

카트리지 쪽의 기판이며 프린터 쪽 기판 아무리 닦아봐도 무용지물인 요것!

그나마 컬러만 그렇지 그래도 검정 쪽 카트리지는 멀쩡하데요.

 

그렇게 아침에 시작했던 것 잉크 다 빼내고서 카트리지 바짝 말린 늦은 밤이 된 뒤에 다시 꽂아도 역시나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멀쩡한 잉크 흘린 통에 손모가지는 또 얼마나 자주 씻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내일은 해가 뜬다 - 04 ~

 

도저히 안 되겠기에 하는 수없이 쇼핑몰을 뒤졌네요.

때마침 정품과 매우 흡사한 물건이 보였습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막 주문하려던 찰나였습니다.

그것 결제하려면 보안카드가 필요했기에 그것 가져오려고 자리에서 막 뜨려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내가 미쳤나! 컬러로 뽑을 것이 뭐가 있는데?'

그러잖아도 제어판에서 프린터에 오른 마우스 눌러서 나온 메뉴 중 '인쇄 기본 설정'에서 '색상' 탭의 색상 옵션으로 '그레이스케일로 인쇄'에 '검정 잉크만'을 찍고는 그걸 저장한 뒤 아무 글이나 써서 뽑아 봤었답니다.

물론 프린터에는 '컬러 카트리지'는 빼버리고 '검정 카트리지'만 남겨 둔 상태니까 에러 표시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지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검정으로 잘만 나도더구먼요.

 

그런 것까지 확인한 마당에 굳이 컬러카트리지를 사들일 필요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중에 물론 필요할 때도 올 것입니다. 그것은 그때가 돌아오면 다급하겠지만 그때 가서 생각해볼 일입니다.

 

또 하나는 혹시 알아요. 그사이에 지금 프린터에서 내보낸 저놈의 에러표시 엉뚱한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그 해결책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 긍정은 긍정을 낳고 그 긍정이 또 긍정을 난다. -

 

~ 내일은 해가 뜬다 - 05 ~

 

-- 하하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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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깜빡 빼먹을 뻔했습니다.

장혜진 씨~ 축하합니다! 시합 내내 난 당신 실력은 관심 밖이었답니다.

맨 처음부터 너무도 당당했기에 금메달 먹을 건 당연한 거였고요.

제 눈에는 오로지 그 아름다운 미모만이 가득해서 다른 걸 염두에 둘 이유마저 녹았으니까 말입니다.

당신 정말 예뻤습니다. 좋은 남자와 혹은 좋은 사람과 혹은 더 좋은 인연과 영원토록 아름답기를…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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