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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5 스피커 소리에 놀라 후다닥 방문 박차고 거실로 나갔답니다.

스피커 소리에 놀라 후다닥 방문 박차고 거실로 나갔답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컴퓨터에 앉았는데 무슨 소리가 나는 듯했습니다.

아무래도 그것이 인터폰 벨 소리 같았습니다.

 

얼른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었더니 거기 웬 남자가 뭔가를 전해주고 급히 떠나네요.

보니까 함께 사는 우리 집 막내한테 온 택배 물품이었죠.

 

누군가 우리 집을 찾아왔는데 아무리 벨 눌러도 반응이 없다면 아마도 그냥 돌아갔겠죠.

이번엔 운이 좋아 어떻게 제 귀에 걸렸지만, 듣지 못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그랬기에 그때 생각해 냈죠.

'집에 놀고 있는 스피커가 있으니까 인터폰 스피커를 연장해서 내 방까지 끌고 오면 어떨까…'

마음만 그랬지 실제로 인터폰 스피커를 연장할 수 있을지 그보다 앞서 인터폰이 열릴지 그런 것부터 모르는 처지에 제 생각은 그렇게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우선은 스피커 연장선으로 쓸만한 선이 있을지 그것부터 찾았습니다.

마침 있네요. 그것과 드라이버, 펜치 등을 챙기는 중에 스피커에서 무슨 소리가 났지요.

가만히 들어보니 코로나 잡균과 관련해서 주의할 사항을 관리사무소 이름으로 내는 홍보·경고·주의·알림 방송이었습니다.

 

거실에서 그 소릴 듣고 나서는 '그래. 스피커 뚜껑을 벗겨 낸 뒤 어디 한 번 연결해 보자!' 그렇게 방향이 정해져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일사천리로 스피커 아래로 식탁 의자를 놓고는 올라서서 조심스럽게 스피커 뚜껑을 벗겨내고는 마침내 연장선으로 쓸 선까지 연결해 냈어요.

 

~ 사노라면 - 01 ~

 

그러고는 뚜껑까지 말끔하게 덮었습니다. 선이 거치적거리지 않게 그 모양새를 예쁘게 정리해 가면서 말입니다.

 

이윽고 뿌듯한 맘으로 올려보는데 문득 뭔가가 확 스쳐서 대가리를 칩니다.

'어! 내가 뭘 한 거야!!! 이것이 아니잖아!!!'

 

네 맞습니다. 인터폰 스피커를 연장해야 할 판국에 그것과는 전혀 무관한 아파트 거실 스피커에 연결하고 말았던 겁니다.

'후후후…' 기가 찰 노릇 아닙니까?

 

다시 식탁 의자를 갖다 대고는 풀어내기 시작했지요.

이번에 아까 연결할 때보다 훨씬 더 조급해졌습니다. 그래선지 모르지만, 손이고 어디고 온몸이 떨리기까지 합니다.

'큰일 났다. 이걸 어쩌나~'

 

조심 또 조심했건만, 기어이 이놈의 몸뚱이가 사고를 치고 맙니다.

몸이 떨려서 제대로 풀 수가 없으니까 니퍼로 잘라내려는데 한쪽은 괜찮았는데 나머지 한쪽은 아예 통째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몸이 떨리지 않았다면 그까짓 거 일도 아녔지만, 요즘같이 중요한 시기에 스피커 선이 끊겨 아파트에서 또는 정부(주민복지센터)에서 보낸 소식을 접할 수 없다면 그 불안한 맘 보통이겠어요?

 

떨리는 몸으로 최대한 정상으로 돌려놓으려고 안간힘을 다 썼습니다.

일단은 기왕에 떨어져 버린 스피커 선 끝을 좀 더 길게 노출해야겠기에 그 끝을 니퍼에 물고 빼려는데 힘 조절에 실패해서 톡 잘라 버렸습니다.

흠 흐흐흐… 엎친 데 덮친 격이죠.

만약에 조금이라도 더 짧아졌다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테니까 천상 관리 사무소에 연락해서 수선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거였습니다.

 

그랬었는데 '하늘이 도왔던지', '의지가 도왔던지' 두 번째는 무사히 피복을 벗겨내고 연달아서 스피커에 연결까지 해냈는데요.

그것이 성공인지 실팬지 확신할 수가 있어야지요.

달랑 저 하나를 이유로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서 스피커를 시험하려니 방송 한 번 해 보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스피커 뚜껑을 덮어 놓고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거든요.

 

그날은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갔지요. 그럴 뿐만이 아니라 그런 사실조차도 까마득히 잊고서 여태 다른 거에 몰두했었는데 아까 문득 그것 스피커 소리를 들었던 겁니다.

그랬기에 열일 다 제치고 거실로 뛰쳐나간 겁니다.

 

- 우와~ 성공했네. 성공했어^^^ -

 

~ 사노라면 - 02 ~

 

흐흐~ 그로부터 조용히 물 건너간 듯도 싶습니다.

인터폰 스피커를 제 방까지 조용히 끌고 오려 했던 애초의 그 소박한 제 계획이 말이에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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