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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8.31 변기 뚜껑, 변기 덮개, 변기 커버

변기 뚜껑, 변기 덮개, 변기 커버

 

 

~ 내 마지막을 부탁해 ~

 

그때가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됐을 성싶은데 그즈음에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막힌 변기를 어떻게 해서 겨우 뚫긴(?) 뚫었는데 물통 가득한 물 아무리 내려봐도 시원하게 꽝꽝 쏟아져 내리지 않는 겁니다.

동이에 물을 받아 그것을 직접 변기에 쏟아봐도 역시나 내려가는 속도 지렁이 담을 넘지 않았겠어요.

 

속이 터졌습니다. 거듭거듭 다시 해봐도 아까운 물만 퍼붓는 꼴이었으니 분통이 마구 솟구치데요.

'에라 모르겠다! 확^ 뜯어나 보자^^^'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좋은 온 냉수 배관도 없던 시절이라서 수도관과 연결된 냉수 배관을 떼어내는 것도 무척 신경 쓰이는 일이었지요.

그것 제대로 끼우지 못하면 꼭 그 자리서 물이 새곤 했었으니까.

그것도 채우고 나서 바로 새는 것도 아니고 한나절쯤 지났을 때나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이라서 물이 새는 걸 알아차리기도 어려웠던 그런 시절입니다.

 

변기 바닥으로 실리콘이 덮였기에 물 공급하는 배관을 뺐음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데요.

하여 그 자리는 또 일자 드라이버를 가져와서 아래쪽에 쑤셔 넣고는 잡아 트는 방식으로 조금씩 뜯어내서 겨우 다 벗겨낸 뒤라야 변기를 제자리서 빼낼 수 있었습니다.

 

그랬긴 했는데 이것 너무나도 무거웠습니다.

실제로는 3, 40kg쯤 될 터지만, 제 느낌으론 100kg도 훨씬 더 됐습니다.

 

위로 당기고 옆으로 틀고 하면서 빼내는 동안 거의 탈진했지요.

이걸 빼내긴 빼냈는데 옆으로 뉘어야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잖아요?

이미 탈진했으니 그걸 고려하면 한 박자쯤 쉬었다가 하던 일 계속했어도 충분했을 텐데 당시엔 당장에 그 원인부터 찾고 그에 따른 조치가 들어가야 속이 후련할 판이었어요.

 

그런 불상사가 날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 욕심(?)이 결국은 사고로 이어지데요.

옆으로 뉘려는데 저놈의 변기 뚜껑이 자꾸만 거치적거리는 겁니다.

당연히 그놈을 빼놓은 뒤에 작업하는 게 순서였는데 그 순서를 망각하고 억지로 하려니까 변기를 옆으로 뉘려고 하면 놈이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방해되지 않았겠어요?

 

그 방해를 무릅쓰고서 막무가내 밀어붙이다가 결국은 터졌습니다.

'꽈당!!!'

 

변기 뚜껑 깨져서 박살 나버렸고요, 더 큰 것은 변기에 두껍게 도포된 코팅(①)이 깨지고 길쭉하게 금이 갔던 겁니다.

정말이지 그 순간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망연자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본래의 목적을 찾아 작업을 진행했어요.

했지만, 앞뒤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 변기에서 의심할 구석을 전혀 못 찾겠데요.

 

했는데…

옆으로 뉜 상태에서 앞으로도 붓고 뒤로도 붓던 어느 순간에 문제의 덩어리(크지도 작지도 않은 변 덩이)가 튀어 나왔던 겁니다.

그것이 나오자 그 근본을 척살한 기쁨보다는 본능적 수치심(?)이 더 컸습니다.

얼른 쓰레받이에 담아 변기가 놓일 자리 구멍속으로 밀쳐버렸죠. - 한마디로 나쁜 놈 아작내고 그 즉시 증거인멸!!! -

 

※ 참고로 저는 냄새를 모릅니다. 청각, 후각, 언어장애, 지체 장애 등등 이 모두를 어이없게도 제가 지녔으니까요.

 

다시 변기를 제 자리에 박았습니다. 그 뒤로는 막힘없이 콸콸 제대로 빠졌습니다.

그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도 싶었지요.

 

꼭 그런 이유에서는 아니지만, 하여튼 그로부터 제 화장실 변기엔 뚜껑이 없었어요.

대신 변기 코팅 깨지고 금간 자리는 유리 테이프를 붙여 그럴싸하게 불편을 해소해 왔던 차입니다.

 

그랬는데 유리 테이프도 처음 며칠이지 시간이 지나니까 딱딱하게 굳어져서 테이프 겹친 자리나 끝 마무리 부분이 흉기가 되는 겁니다.

변기에 앉았을 때 그 느낌을 꼭 깨진 유리 단면에 살갛이 닿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여름이면 허벅지에 땀이 차곤 했었는데 그 철이면 자꾸 스치니까 꼭 허벅지가 물리어 엄청나게 가렵기도 하데요.

여름철이면 늘 그랬지만, 그 한철이 지나고 나면 그런데로 또 참을 만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올 여름을 지나면서는 도저히 이대로는 아니구나 싶었어요.

코팅이 벗겨졌거나 말았거나 변기 뚜껑 하나면 충분했을 거였으니까 일단 변기 뚜껑을 덮기로 했던 겁니다.

 

인터넷에서 뭘 살 때면 자주 찾았던 다나와에 들렀지요.

그러고서 검색해보니 낮은 가격대로 '3,500원'이 잡힌 겁니다.

 

- 그래 저 가격대라면 우리 동네선 오천오백에서 육천오백쯤하겠지? -

집안에 필요한 가벼운 철물 공구 필요하면 자주 들렀던 가게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 사이즈가 어떻게 되요? -

- 거기서 거기 아니에요? 젤 큰 놈으로 주세요! -

갸우뚱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기 가만히 있으라는 걸 마다하고 굳이 따라가 봤어요.

실제로 확인(?)하면서 가져올 참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별것도 아니더라고요.

 

- 얼마예요? -

- 9,000원입니다. -

- 뭐요? 구천원이나 해요! 대개 비싸네요. 인터넷에선 3,500원밖에 안 하던데… -

 

투덜대면서 집으로 가져왔지요. 자전거 뒤쪽 짐칸이 워낙 좁았기에 겨우 걸치고는 어렵사리 들어오긴 들어왔는데…

문제는 그 사이즈가 제 변기보다 작았던 겁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한치(2.54cm)는 부족해보였습니다.

줄자로도 몇 번을 다시 재 보곤 했었답니다.

 

물건 샀던 가게엔 그보다 큰 놈도 없었으니까 바꾸러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얼른 다시 아까 봤던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했어요.

 

이제야 자세히 보니 3,500원짜리는 얘들 용이었고요, 어른 용으론 그 규격에 따라 조금 달랐지만 5, 6천원을 넘어가데요.

- 이쯤에서 아까 그 가게 점원한데 미안한 생각도 조금 들었습니다. -

 

또 이제야 제대로 알았는데 제 방의 화장실 변기는 사왔던 물건(대형)보다 더 큰 놈이 필요했다는 걸 말입니다.

그 놈은 약간 더 비쌉니다. 6,750원에 택배비 2,500원을 보태면 9,250원이 되잖아요?

막상 그걸 계산할 땐 해당 쇼핑몰에 저 만의 무슨 팁(?)이 몇 백원이 쌓였기에 그것에서 250원을 제하고 나니 여기서도 역시 9,000원에 물건을 산 꼴입니다.

 

그렇게 해서 제 변기에 드디어 우람한 자랑찬 늠름한 뚜껑(②)이 장착됐어요.

좀 전에 요놈 사진을 박으려니까 유리 테이핑 했던 자리가 너무도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아따 그것 좀 벗겨내려는데 손톱이 어찌나 아프던지 무를 지경이지 뭡니까?

겨우 벗겨내고는 그 자리 샤워기로 물 틀어가면서 거친 수세미로 빡빡 문지른 뒤 드디어 마른 걸레로 뿌득뿌득 문댔네요.

 

아무튼, 각설하고요.

뭐가 됐든지 물건을 사려거든 그에 따른 사전 정보를 충분히 익힌 뒤에 사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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