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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때는 자신감 팔팔한 공학도였는데 불 안 들어오는 전기포트 하나에 쩔쩔매고…

 

이것 전기포트가 몇 번이나 고장 났는지 모릅니다.

이것이 전기로 열을 가해 일정한 온도가 되면 꺼진다는 거로 봐서 과거 중학교 다닐 적이었던가 배웠던 전기다리미의 바이메탈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뜯어보면 바이메탈처럼 보이는 금속 막대가 둘 있기는 한데 그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대요.

그래서 일자 드라이버나 송곳 같은 걸로 바짝 붙은 부위를 콕콕 찔러서 벌리곤 했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어쩔 땐 용케도 고쳐지곤 했었지요.

아무리 그래 봐도 전혀 반응이 없을 땐 애초에 그놈을 사 왔던 우리 집 막내가 다른 걸 들여오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그게 고장이 났는데 동생 녀석이 해봤는지 안 해봤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고장 난 이걸 제쳐두고 새 놈을 사 왔나 봅니다.

몰랐어요. 벌써 사흘쯤 됐을까요? 그날은 어머님이 그랬습니다.

 

'야! 저거 너는 잘 고치니까 네가 한 번 고쳐봐라!!!'

'아니 뭐요? 뭐가 어쩐다고 뭘 고쳐보라고요???'

'응. 저기 저거!~ 저게 안 되니까 동생이 여기 이것 새 놈으로 사 오긴 했는데 나는 저걸로 하는 게 훨씬 더 편하더라~'

 

그제야 알았습니다. 본래 놓였던 자리엔 색상도 다른 새 놈이 놓였고 이것 멀찌감치 한 데 놓인 걸 말입니다.

그날을 나중에 시간이 나면 보겠다고 말한 뒤 이건 고쳐봐야 금세 고장나 버릴 거라면서 다른 사례로 예까지 들어가면서 그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하려고 나름대로 애도 썼었답니다.

실은 저 자신이 그걸 고쳐낼지에 대해 자신이 없었기에 그랬었는데…

 

진짜 다음 날은 제 방으로 그걸 들고 들어왔어요.

뜯어 봤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그 일로 인터넷을 뒤져서 그 실마릴 구하고자 했는데 생긴 것만 비슷했지, 그 실상은 우리 집 거 구조와 생판 달랐습니다.

그랬긴 했어도 달리 잡을 지푸라기, 쥐구멍도 없었기에 이번에도 도리 없이 인터넷을 뒤져보지만, 역시나 예전에 찾았던 내용과 별다를 게 없었어요.

그래도 예전에 올랐던 정보와는 사뭇 달랐기에 이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깊어졌습니다.

 

첫날은 그렇게 달라진 시각으로 다른 관점에서 봤지만, 별다른 소득을 내진 못하고 그냥 닫았습니다만, 어제는 달랐죠.

그것 바이메탈과 전선 그리고 스위치 구조에 관해 세심하게 살폈답니다.

 

그래서 나름의 가설을 세웠죠.

'바이메탈에 열이 받기 전인 스위치를 넣는 순간엔 스위치가 언제나 ON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스위치와 연결됐음 직한 전선과 바이메탈 구조물이 항상 접촉돼야 하는데 내가 너무 푹푹 쑤셔서 벌어져 있다.

 

가설과 실제가 그랬으므로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 간극을 메꿔야 했습니다.

드라이버와 송곳을 이용해 최대한으로 가까이 닿게한 뒤 모든 걸 조립하고는 포트가 안전하게끔 물까지 부은 뒤 전원을 넣고 스위치를 켜보았답니다.

'짱!'

와^^^ 난생처음, 아니 이것을 고쳐보려고 이리뜯고 저리뜯고 해본지 처음으로 램프에 불이 깜빡였습니다.

그 시간이 비로 0.1초도 안 됐을망정 분명히 깜빡이긴 깜빡였어요.

 

'됐다^ 인제 가능성이 보인다^^^'

그랬어도 그것 고장 났을 때마다 바이메탈에 너무나도 많은 힘을 주어 벌려놨기에 인제는 도저히 더는 더 정상으로 되돌릴 순 없는 모양샙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차라리 강제로 달라붙여 놓고 불이 들어오고 나서 물이 끓거든 수동으로 전원을 끄면 되겠지!!!'

'그러려면 뭐로 그 간극을 메우지! 옳지 저걸로 해보자!!!'

 

인터넷 공유기의 와이파이가 벽 두 개가 막고 있는 동생 방까지 문안하게 가려면 조금이라도 그 전파를 더 세게하는 뭔가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게 불판에서 삼겹살 구울 때나 써먹곤 했던 부억의 알루미늄 포일을 생각했었죠.

그런 이유로 지금 공유기 앞에 그 알루미늄 포일이 덮였습니다.

 

그 알루미늄 포일을 손으로 대충 뜯었다간 꼬깃꼬깃 해지니까 가위를 대고 손바닥 절반 크기만큼 잘라냈습니다.

그러고는 거기서 일부를 떼어 절반으로 접고 또 절반 접고 다시 절반 접고해서 벌어진 간극을 메울만큼 약간의 볼륨을 주고는 바이메탈 둘 중 하나와 전선 탭 사이의 간극에 밀어 넣고는 다시 송곳을 써서 덜컹 빠지지 않도록 꾹꾹 눌렀답니다.

그건 다음 아직 조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원과 스위치를 켜봤지요.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개한 것이 있었기에약간이나마 실망했떤 것도 맞습니다.

그랬긴 했어도 아직 마저 메꾸지 않은 간극이 있으니까 이참에 아예 나머지 바이메탈마저 간극이 없게끔 너머지 알루미늄 포일을 접고 또 접은 뒤 단단히 하여 그곳에 밀어 넣었답니다.

 

그러고서 이번에 기대보다는 타버릴지도 모르는 불안함으로 조심스럽게 이번에 순서를 바꾸어 포트 스위치를 먼저 넣고 전원스위치를 나중에 넣는 방식으로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눈을 질끈 감은 심경이었는데 포트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2, 3초 간을 그대로 뒀다가 아직 조립도 안 된 상태지 그랬으니까 당연히 물도 안 부은 상탠지라 언제 타버릴 지도 모르기에 냅다 스위치를 껐답니다.

성공했다는 기분을 느끼기엔 아직 불안감이 더했으니까…

 

차근차근 조립해 갔어요. 그러고는 포트의 물통을 부억으로 들거 가서 적당히(이건 실험용이 아니고 먹을 것이기에 포트에 3분지 2가량을 채워서) 물도 채워왔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채비해 놓고 스위치만 켜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서 컴퓨터로 갔습니다. 알람 시계를 켜 두려고요.

 

알람을 5분으로 맞췄습니다. 알람이 작동하게끔 한 뒤 드디어 전기포트에도 전원과 스위치를 모두 넣었답니다.

'짱!!!' 와~ 진짜 전기포트가 본래모습 그대로 불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나도 조용합니다.

본래는 포트에 스위치 켜면 그와 동시에 굵직한 접수 음을 냈었거든요.

이건 그런데 너무나도 정말이지 전원램프만 들어왔지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일절 반응도 없는 겁니다.

 

'설마하니 바이메탈에 관한 나의 가설이 틀린 거야!'

'에이 쪽팔린다 그래도 한때는 자신감 팔팔한 공학도였는데 불 안 들어오는 전기포트 하나 못 고치고…'

 

그렇게 불이 켜진 지 1, 2분쯤 지나갈 무렵인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그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그건 모르지만, 어떤 성격의 소린지는 대충 구별하지요.

시간이 조금 더 가니까 그것이 포트에서 나는 소리란 걸 대번에 짐작했습니다.

 

드디어 물이 끓고 있는 거예요. 그토록 기다렸던 소리 아니, 그토록 기다렸던 포트의 주 임무가 정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에요.

그런 순간에 컴퓨터에선 벌써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아까 5분으로 맞췄던 알람이 켜지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포트 뚜껑을 열어보니 물이 끓어오르기는커녕 아직도 저 아래서 아스라이 물방울이 오르는 정도인데 아직 끓으려면 한참이나 더 남았습니다.

어차피 자동으로 꺼질 리는 없을 테고 포트가 따끈따끈 올라오면 제가 알아서 끄려고 얼마나 작정하고 있었는데요.

 

그 첫 작품치고 물을 너무 많이 부었는지도 모르겠고요, 여태 고장 난 놈이라서 포트가 아직 제 갈 길의 갈피를 못 잡았을 수도 있잖아요?

 

~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 01 ~

01번 촬영 시각: 2020-04-09-오전 1:25

 

그렇게 1, 2분쯤 지났을 무렵인데 '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포트가 저절로 꺼졌습니다.

 

~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 02 ~

02번 촬영 시각: 2020-04-09-오전 1:26

 

덜컥 겁이 났습니다.

'파드득'하는 그 소리가 제 어렸을 적 시골에 살면서 자주 들었던 소리와 매우 흡사했기에 아까 끼웠던 알루미늄 포일이 타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어제 오후에 바다의 김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김을 김밥 만들 때의 김처럼 가공하려면 그날 새벽(1, 2시경에)에 일어나서 모터를 단 기계(고춧가루 내는 기계와 흡사함)에 넣고 빻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 기계 안으로 김이 뭉텅이로 들어가지지 않게끔 잘 조절해야 한대도 아주 잠깐의 방심으로 뭉텅이가 들어가 버리면 기계에 과부하가 걸려서 두꺼비 집의 퓨즈 대용으로 끼워둔 '가는 전선'이나 '치약 통'으로 만든 퓨즈가 타버립니다.

 

그때 나는 소리가 아까 전기포트가 꺼지면서 내는 소리와 너무나도 닮았었거든요.

만약에 시골에서는 집안에서 퓨즈 타는 게 싫기에 더 두꺼운 전선이나 그와 같은 크기의 전도체로 퓨즈를 끼웠다면 그 집의 두꺼비 집이 안 내려가는 대신 가장 가까운 곳 전신주에 달린 퓨즈가 내려가기에 거기에 속한 여러 집이 암흑천지가 되어 그 피해 고스란히 훨씬 더 커져요.

거기도 넘어서면 변전기까지 과부하가 걸려 한전에 마을 전체가 연대 책임을 졌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여튼, 납으로 된 보기 좋은 퓨즈를 사려면 멀리 읍내까지 나가야 하니까 대부분은 우리처럼 약한 전선이나 치약 통을 많이 썼을 거예요.

 

알루미늄 포일이 타버렸다면 다시 불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기에 겁은 겁대로 나고 걱정은 걱정대로 드는 겁니다.

그래서 한참을 멍한 상태로 들여다보다가 짐작은 못 했지만, 타버렸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런 맘에 스위치를 눌러봅니다.

 

와! 이게 뭐야^ ㅋㅋㅋ

전기포트가 멀쩡한 거처럼 불이 들어왔습니다.

이게 몇 조금이나 갈지 그건 장담할 수 없지만, 그 기분만큼은 하늘을 닿고도 남겠습니다.

 

~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 03 ~

03번 촬영 시각: 2020-04-09-오전 1:28

 

아무래도 소 뒷걸음에 쥐 잡은 격이지만, 좋은 걸 어떡해요~~~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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