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아침에 저도 하늘을 낳는 산등성이를 보았습니다.
'빨리 나와! 빨리 나와~ 올라오고 있어~'
아파트 베란다에서 몇 번이고 그렇게 소리쳤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매번 양치기 소년의 그거처럼 거짓 포효가 돼버리곤 하더라고요.
그랬으니 부엌에서 아침 준비하시는 어머니며 또 다른 저의 남동생 처음 한두 번 만 솔깃하더니만, 그다음부터는 신청도 않는 겁니다.
그랬어도 어떨 때는 동생이 먼저 베란다에서 대기했고 때론 제가 그 자리를 지켰답니다.
이리도 목 빠지게 기다렸으니 날마다 뜨는 해겠지만, 오늘 떠오를 놈은 그냥 해가 아닐 성싶었습니다.
~ 어여쁜 산등성이 하늘을 잉태하다 - 01 ~
~ 어여쁜 산등성이 하늘을 잉태하다 - 02 ~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저놈의 양수! 아~ 아! 폭파하기 직전입니다.
~ 어여쁜 산등성이 하늘을 잉태하다 - 03 ~
~ 어여쁜 산등성이 하늘을 잉태하다 - 04 ~
그러고도 30초가 걸렸는지 1, 2분이 걸렸는지를 모르겠지만, 드디어 그 예쁜 자리만큼 세상에서 가장 고운 빛깔로 가장 센 힘으로 그 속살 삐쭉 내밀더이다.
'아!~ 저것이 뭐지? 저 빛나는 줄기가 뭐야^^^'
햇살 오르기 전에 다짐해 뒀던 소원! 깡그리 잊었답니다.
어머니께선 우리 온 가족을 일일이 들먹이면서 빌고 또 비는데 저는 그 순간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도 예뻤기에 그랬습니다. 너무나도 장엄했기에 그 장엄하고 거대한 것에 나 하나의 바람을 싣는다는 건 정말이지 미천할 것도 같아서 생각도 못 했을 겁니다.
올라오는 그 순간이 30초가 걸렸을지 5분이 걸렸을지 가늠할 수도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너무도 눈이 부시어 더는 맨눈으로 쳐다볼 수도 없었답니다.
그때쯤에 겨우 '제발 새해엔 모두가 건강하게 해 주세요~' 맘속으로 읊조렸지요.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와서 얼른 생전 끼지도 않던 고물 선글라스를 꺼내서 눈앞에 채우고 나가 미처 덜 나온 하늘 다 받기에 이르렀네요.
~ 어여쁜 산등성이 하늘을 잉태하다 - 05 ~
거대한 대지와~ 어여쁜 산등성이시여! 오늘 아침의 그 고운 산통 길이길이 간직할게요.
부디 몸조리 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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