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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인들 어쩌랴 개나린들 또 어쩌랴!

 

좀 늦은 듯 아니 엄청나게 때 늦은 출발이라고 해야 옳겠는데 그제는 올 들어서 처음으로 운동다운 운동을 시작하기로 한 날입니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뭐 특별할 것도 없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벗어나서 한두 시간쯤은 너끈히 들어갈 만큼의 거리를 달려오는 것이었거든요.

날짜가 지나서 운동이랍시고 나갔던 그 첫날이 벌써 이틀이나 지나버렸네요.

 

처음 출발하려는 순간엔 그 대상을 어디로 삼는 게 좋을지 잠시 망설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버지(친구놈의 선친) 누워계시는 '영락공원' 쪽으로 가자니 돌아올 때 날이 저물어서 곤란할 것도 같기에 차라리 정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대충 알만한 도심지에 있기에 길 잃어버릴 염려가 전혀 없는 그곳!

바로 친구가 일하는 직장으로 발길을 돌려서 달렸거든요.

 

그곳 노선을 대충은 꾀는 줄 알았었는데 '하남공단 도로' 그 기울기 가장 큰 구간에서 하필이면 한 블록 정도를 더 지나쳐 내려간 바람에 아무래도 잘못 들어선 것 같아 죽으라고 거꾸로 올라와야 했었답니다.

친구놈이 일하는 직장도 처음 찾는 길이라서 거기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지나는 분들 붙잡고 물어보고서야 정확히 확인하고는 찾았답니다.

 

일터 주차장에 자전거 세워두고는 녀석한테 전화를 넣었지요.

한참 만에 전화를 받았는데 하필이면 그 시각이 근무조가 아니랍니다.

'내 이거 참!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대신 녀석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동기이기도 하고 저의 고향 선배이기도 한 또 다른 형님을 소개하네요.

녀석과 조를 달리해서 그 자리에 있을 테니 만나보라는 겁니다.

 

너무나도 의외였기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니까 녀석이 자꾸 보채네요.

하는 수 없이 거기 계산대 아가씨한테 그 사정 전했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넣더라고요.

한참을 기다려도 안 받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자리에 없는 것 같으니 휴대폰으로 직접 걸어보라고 그러더라고요.

 

하여 휴대폰을 꺼냈지요. 뜯고 찾아도 제 휴대폰에 그분 연락처가 안 보입니다.

찾기를 멈추고는 자전거를 돌려 그대로 돌아오기로 해버렸지요.

 

진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전날 밤에 그랬거든요.

너무나도 연락도 없이 사는 처지에 그분 연락처 가지고 있는 다는 게 어딘지 모르게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럴 바엔 차라리 지워버리자!' 그냥 발길 돌렸던 건 그 전날 그랬던 게 생각나서입니다.

저는 열여덟 먹었을 때가 고1이었는데 그분 스물셋에 고1이었어요.

제 중학교에서 한 해 선배이십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고등학교는 같은 학교의 동기가 돼버렸지요.

자취하던 집도 또한 나란히 있는 방들 속에서 한 칸 건너 함께 살았거든요.

80년 5.18 그때 또 얼마나 달달 볶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바깥 상황 궁금해 죽겠는데 죽었다 깨도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했던 분이 그분이었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저 이미 망월동 5월 구묘역에 묻혔겠지요.

어쨌든 너무 깐깐한 것도 싫었습니다.

벌써 35년이나 돼버렸건만, 제 뇌리에 박힌 그분에 대한 인상 좀처럼 달라지질 않더라고요.

어쨌든지 오래전도 아니고 그 바로 전날 지워버렸는데 하필이면 그분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니…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허전하기에 어느 아파트 축대에 늘어선 조경수(특히 소나무)를 바라봤지요.

그날 무척 더웠거든요. 실제로 그날의 바깥 온도가 그렇게 높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저의 옷차림이 문제였을 겁니다.

바지는 그래도 봄가을에 입을만한 거로 입었는데 겨울 점퍼(옛 직장에서의 방한 작업복)를 걸치고 달렸으니 오죽이나 더웠겠어요?

 

~ 꽃처럼 나비처럼 - 01 ~

 

돌아와서는 몸이 난리가 났습니다. 겨우내 안 쓰던 근육들이 그날 낮에 갑자기 탈이라도 났었던지 허리를 틀거나 어깨를 조금만 젖혀도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지는 겁니다.

그걸 엷은 신음이라고 하긴 뭐하고 차라리 괴성이라고 불러야 맞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라면서 소리가 터져 나왔었으니까…

 

어제는 제 컴퓨터에서 형님의 연락처 찾아내려다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가 버렸어요.

그러던 중 그전 날 박았던 소나무를 확인했지요.

그것 보자마자 불현듯 순수자연산 소나무를 박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산으로 가야잖아요?

 

그래서 자전거를 몰로 이번엔 그 전날과 달리 아버님 계신 곳 쪽으로 달려갔지요.

그 절반에 절반만 가도 야산이 있으니까 사람 손에 닿지도 않았을 순수자연산 소나무 만날 수 있을 거잖아요?

그러나 달리다 보니까 돌연 그 맘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기왕에 이쪽으로 나왔으니까 오랜만에 아버지한테나 다녀와야겠어!'

집에서 나올 때가 벌써 세 시나 됐었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려면 '세월아~ 네 월아' 품새로 달려선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애초부터 그럴 맘이 전혀 없었기에 가지고 나온 건 달랑 휴대폰 하나뿐인 터라서 만약에 날이 어두워지기라도 하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자전거 후미등도 전조등도 안 들고 나왔는데…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죽기 살기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너무나도 오래간만이라서 묘지 아래쪽 꽃집의 아주머니도 반갑더군요.

그런 거와는 달리 제 다리 후들후들 떨려서 자전거 세워 놓고는 계단 길 오르면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었답니다.

그 옛날 친구들하고 같이 무등산 올랐다가 내려오면서도 어제의 그 순간처럼 무척이나 다리가 후들거려서 뒤풀이로 주막에 들었었는데 너무나도 다리고 후들거려서 자리에 앉았기도 버거웠었답니다.

평소에 안 하던 운동 갑자기 하면 그런 현상 너무나도 당연한가 봅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2 ~

 

어제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여름 티가 나는 옷으로 갈아탔는데 온몸이 후덥기는 그제와 별반 다르지도 않았답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3 ~

 

아버지 산소에서 인사 모두 마치고 앉았는데 산소마다 줄줄이 피어난 빨간 꽃이 궁금합니다.

'이게 개나릴까 철쭉일까?'

거기 다리 뻗고 앉아서 그것 검색해서 읽어보느라고 아마도 반 시간은 보냈을 겁니다.

'개나리 암술이 열 개라고? 뭐야! 이것들 하나같이 암술이 여덟 개뿐인데… 그럼 이건 철쭉도 아니고 개나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어렸을 적 따먹었던 참꽃하고 완전 딴판인데 뭐지? 이간…'

 

~ 꽃처럼 나비처럼 - 04 ~

 

그러고 보면 해가 많이 길어지긴 길어졌네요.

다섯 시가 다됐는데도 해 아직 창창하게 남았습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5 ~

 

그래서 내려오는 길엔 바로 아래쪽에 있는 아담한 저수지에 들렀답니다.

물은 참 깨끗해서 좋았는데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런 곳까지 와서 쓰레기 버려놓고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잡쳐서 위쪽으로 다시 올라오니까 그 자리에 머위 대 몇 가닥이 쫑긋쫑긋 올라왔대요.

 

~ 꽃처럼 나비처럼 - 06 ~

 

돌아오는 길 아주 오래된 다리(새로 다리를 놓기에 곧 허물지도 모를 다리-용산교)를 천천히 달리면서 아주 예쁜 꽃들도 봤습니다.

시멘트 다리 비좁은 난간 사이로 그것들이 어떻게 날아와서 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들레는 이미 꽃씨는 다 날려버리고 빈 꽃대만 꼿꼿하데요.

다리 건너오니까 어린 애들이 야구 연습 는 모습이 보입니다.

버스도 하나 서 있습니다. '진흥 중 고등학교 야구부'

길가에 자전거 세워 놓고서 올라탄 채로 한참이나 내려다봤지요.

'진흥고에 누가 있었는데 그래 걔가 누구였더라… 조계현이? 계는 군산상고가 아니었을까?'

원체 운동 쪽으로 무관심했으면서도 그 옛날 광주일고에 선동열 광주상고에 김태엽 그리고 또 진흥고에도 누군가가 있었는데 그 기억을 못 떠올리겠데요.

 

그 이름도 안 떠오르는데 나 혼자 마냥 추억에 잠길 수도 없고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하하… 운동 첫날 생각도 못 했는데 느닷없이 운동 탓에 생겼던 부작용 인제는 슬슬 녹을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허리를 자꾸만 삐기에 거기에 필요해서 전에 먹다가 남은 '근육이완제'가 있었는데도 끝까지 먹지 않고 꾹 참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7 ~

 

'중근아~ 참 잘했어!!!'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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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했던 게 아니고 구차한 집착 그것을 버렸던 거야!

 

오늘 아침 일입니다.

아니 아침이 아니라 낮에 있었던 이야깁니다.

 

제가 특별히 따로 할 일도 없는 놈이지만, 그래도 매일 그 뭔가는 소소하고 잡다한 일들이 있거든요.

그때가 아직 아침이라고 생각했었던 지점이었는데 마침 그 시각까지 해야 했을 할 일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요.

문득 창밖을 보니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생각했지요. '날씨도 저리 좋은데 인제 슬슬 운동도 다녀야겠는 걸…'

그런 생각이 미치자 얼른 친구놈 부친 계시는 아버지 산소가 떠올랐지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부리나케 자전거 열쇠 쪽으로 몸이 움직인 겁니다.

얼른 거기 걸어둔 자리에서 꺼내 들었지요.

그러면서 나머지가 떠오릅니다.

 

'지금이 몇 시쯤 됐을까?'

시계를 보니 어느덧 시곗바늘 열두 시를 가리킵니다.

'안 되겠어! 너무 늦었구나. 이 시간에 나갔다간 돌아오는 길이 너무 저물어져서 길을 잃을 거야…'

'그러면 어떡하지? 잔돈 많으니까 이젠 라면 사서 먹어도 괜찮을 만큼 모았다고 그랬잖아!'

제게는 '일용할 양식(?)'과도 같은 간식 덩어리 라면이 바닥난 지 벌써 오래거든요.

부엌에 그게 안 보이니까 그 언젠가 어머니 그런 말씀 해 주셨던 터였으므로 아버님께 봄 인사 가는 걸 나중으로 미루고 라면 사러 가는 걸로 생각을 고쳤답니다.

거기가 그리 먼 거리(직선거리: 660여 m)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 몸으로 비틀거리면서 다녀오기엔 다소 무리가 가는 거리기에 어지간하면 자전거로 나다녔던 곳이랍니다.

집 근처보다는 아무래도 제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싼 가게니까…

- 이 거리가 성인 걸음으로 십여 분? 제 걸음으로는 삼십여 분? …

 

~ 희망 새의 노래 - 01 ~

 

그건 그렇고 인제 그래도 바깥 날씨 어엿한 봄일 테니까 두툼한 겨울옷 벗고서 봄에 맞게끔 치장함이 마땅하다고 여겼습니다.

위쪽으로는 그래도 긴소매여야겠기에 그대로 둔 채 외투만 벗어두고서 장롱을 뒤져서 반바지를 찾았답니다.

그것 입으니까 제법 봄 총각(?) 맵시로 보이더라고요. 혁대 쪽만 빼고…

기왕에 나간 김에 그 자리에 '버클 대가리'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 사올 참이었습니다.

 

~ 희망 새의 노래 - 02 ~

 

거실로 나가서는 시장바구니도 챙기고 어머니 말씀하셨던 동전통을 열었지요.

우선 '백 원·오백원짜리' 전용의 동전통 열고서 일일이 세보니까 구천백 원이 나옵니다.

라면 한 통에 삼천 원을 약간 넘어갈 테니까 그걸로는 부족하지요.

하여 '오십원짜리' 전용 동전통마저 확인했지요.

팔백 원입니다. 둘 보태면 구천구백 원이 되겠지요.

그 둘에 버클 대가리도 염두에 뒀으니까 그렇잖아도 가져가려고 했던 지갑마저 챙겨 들고서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오늘은 두툼한 등산화가 아닌 양말 없이도 신을 수 있는 여름용 샌들을 신기로까지 하고서 신발장 둘러보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세상에 '자전거 열쇠' 안 보입니다.

'어! 이상하다. 어디 갔지?'

그 순간 차림에서 주머니 달린 거는 반바지뿐이었기에 그 자리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옵니다.

 

얼른 방으로 다시 들어왔지요.

좀 전에 벗었던 옷이며 본래 열쇠가 있었던 자리 하다못해 화장실까지 가봤습니다.

안 보입니다. 제아무리 생각 곱씹어도 어디에 뒀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거실이며 부엌 제가 직전까지 나다녔을 만한 그 모든 곳 찾아 헤맸어도 안 보입니다.

이건 분명히 '건망증'이잖아요?

도저히 저 자신의 건망증을 인정할 수 없는 겁니다.

'내가 분명 열쇠 걸어둔 자리에서 빼낸 거는 틀림이 없겠는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정말이지 미치겠더라고요.

엄청나게 집중하고 또 그만큼 엄청나게 집중해서 찾았던 자리 두세 번을 거듭해가면서 찾았는데도 끝끝내 안 보입니다.

 

그쯤에서 포기했습니다. 찾는 걸 포기했습니다.

아니 포기했다기보다는 작전을 바꿨습니다.

'그래. 걸어서 다녀오자. 얼마나 걸리겠어! 그 정도는 다녀올 수 있잖아!!!'

그러면서 그곳 슈퍼마켓 가는 길에서나 오는 길에서 틀림없이 건망증 탓에 잃어버린 열쇠 뒀던 곳 떠오를 거란 희망도 품었답니다.

그러고서 옷차림이나 몸가짐 챙기면서 휴대폰에 시계를 살폈지요.

한 시 반을 넘어가네요. '세상에 내가 한 시간 반이나 그것 찾았었구나…'

 

솔직히 그렇게 포기하고서 다녀오려니 조금은 허탈한 맘도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침대 머리맡에 손과 턱 받치면서 물끄러미 내려다봤지요.

앗! 그런데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게도 죽을 힘 다해 찾았는데 안 보였던 것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세상에 침대 위 제 등받이로 쓰는 여러 과일 상자 중 하나에 그놈이 덩그러니 놓였데요.

 

~ 희망 새의 노래 - 03 ~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그래 맞아! 그때 살았던 건 포기해서가 아니고 살고자 하는 구차한 집착 그걸 버렸기에 살았던 거야!'

정확히 그때가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한 번 바다에 놀러 갔다가 물에 빠져서 사경을 헤맬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해도 눈앞이 새까맣고 아무것도 안 보여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을 때였었거든요.

그 환장할 상황에서도 바닷가 출신인 제 몸이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것 자체가 저로선 코미디로 여겨지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기에 차라리 도대체 얼마나 깊은 수렁인지 그 깊이라도 알고서 죽어야겠다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하여 물 위로 뜨려는 생각 접속서 거꾸로 아래쪽으로 잠수해 들어갔지요.

그런데 그건 더욱 어렵데요. 수심 4~5m도 안 들어간 것 같았는데 수압이 강해서 도저히 더는 못 들어가겠는 거 있죠?

세월호 참사나 우리 해군함정이 두 동강이 난 사건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물속 깊은 곳엔 그 조류(수면의 파도나 바람 방향이나 그 세기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밀물·썰물이 오가며 생기는 물살 흐름)의 거센 힘도 문제지만, 수심 10m마다 1기압씩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수압 탓으로도 물 깊은 곳에 못 내려갑니다.

그래서 그마저도 포기하고서 '에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두 팔다리 뻗어버렸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눈앞에 하늘이 보이는 겁니다.

죽자고 했는데 그런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니 놀랍고도 황당하더라고요.

급하게 자존심(바닷가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챙기면서 자유형(?)을 날리기도 하고 개구리헤엄으로 뻗기도 하면서 애써 여유작작 들어왔을 때가 그때였습니다.

 

오늘 낮에 그걸 깨달았던 거지요.

여태까지 저는 포기했기에 살았던 거로 착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 건 살고자 하는 희망을 접은 거가 아니고 포기했던 게 아니고 '구차하게 살고자 했던 그 집착을 버리니까 살아날 구멍이 생겼던 사단이었음'을 깨달았던 겁니다.

 

어쩌다 한 번 뒈질뻔했다는 이 개떡 같은 이야기 도대체 몇 번이나 재탕 삼 탕 해 먹었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포기'라는 망언을 써왔을 텐데 요번처럼 '집착'이란 건실한 말로 대전환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슈퍼에 갔더니 사방을 둘러봐도 그놈의 '버클 대가리'는 안 보이데요.

대신 사각이어서 청소하기가 곤란했던 '화장실 변기 청소 솔'을 하나 더해서 '라면 세 뭉텅이'를 사 들고 들어왔지요.

제가 정신이 없었는지 깜빡 '오십원짜리 통'은 개봉도 못 하고 그냥 가져와 버렸습니다.

계산대의 아주머니 구천백 원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그 많은 것 일일이 세더라고요.

'흐흐… 아줌마~ 미안 쏘리~'

 

~ 희망 새의 노래 - 04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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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추억을 나들이해볼까 했었는데…

 

오늘 낮엔 무척 나른하더라고요.

졸음도 쏟아졌고요.

이럴 때 집에만 처박히면 틀림없이 허튼짓만 할 것 같기에 무작정 집을 나서기로 했답니다.

 

처음엔 어디로 갈까 망설였었는데 이내 그 경로가 잡히더라고요.

최근 들어선 거의 안 다녔던 길인데 하천길(영산강)을 따라 쭉 내려가면 그 옛날 일했었던 공단이 나오는데 오늘은 기어이 그쪽 길을 따라 돌아오고 싶었답니다.

 

맘먹은 대로 하천길을 따라 살짝 내려갔더니 새로이 들어선 첨단2지구가 울창하게 들어찬 게 보입니다.

Outing-01

 

정말 오늘 바람이 세차더군요.

어떤 곳은 또 얼마나 바람이 세던지 2~3m도 채 못 나갔답니다.

그런 곳에서는 춥기도 또 어찌나 추운지 마스크라도 가져가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러했음에도 땀 뻘뻘 흘리며 달리다 보니까 가져간 마스크가 오히려 거북해지더군요.

대신 평소 잘 쓰지도 않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안전모가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바람이 세차면 시야 확보도 어려웠지만, 주위의 차량흐름을 잽싸게 읽어내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기도 어려웠으니까 말입니다.

 

예전에 일했던 공단의 산단 도로가 9번 도로까지 있는데 어느덧 그 가운데쯤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다음 도로까지가 가장 경사가 심한 지역이고 전망도 확 트였으니 엄청나게 바람도 세차더군요.

고생깨나 했답니다.

Outing-02

 

Outing-03

 

그 세찬 곳에서 고비를 넘어서니까 몸도 마음도 잔잔해지고 바람마저 꼼짝도 않더라고요.

기회다 싶어서 낯짝을 들이밀었죠.

Outing-04

 

제 자전거에 '안전 백 거치대(?)'를 달았답니다.

저 가방 핸들에 걸어놓고 달리다 보면 무척이나 거치적거리거든요.

이리저리 휘청거리지 또 무릎에 닿아 신경도 쓰이지…

며칠 전에 잔머리 좀 굴렸답니다.

 

거기 거치대는 사실 자전거 전조등 꽂는 거치대거든요.

그 자리에 아무 때나 뺐다 박을 수 있는 나무토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우리 마을 공단(첨단 산업단지)을 돌았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모퉁이 쓰레기 적재함에서 버려진 밀걸레를 발견했지요.

그놈 가져간 톱 대고 잘라와서는 듬성듬성 나사를 박았답니다.

그러고는 전조등 거치대에 꽂으니까 저렇게 '안전 백 거치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마구 달리다 보면 핸들 급하게 꺾거나 했을 때 가방이 떨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것 달리면서 잡아내려고 무척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가방에 본래의 끈 말고도 헝겊 끈을 하나 더 달고는 길 떠나기 전에 가방도 요동치지 못하게끔 살짝 묶고서 달렸답니다.

Outing-05

 

드디어 우리 마을에 돌아왔네요.

돌아오는 길에 형님 집이 있는데 오늘은 멀리 돌아갈 것이 아니라 형님 집 아파트 틈새에 분명 자전거길도 있을 성 싶어 오던 길을 되돌려서 그쪽으로 들어갔답니다.

예전에 무척 자주 다녔던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을 자전거로도 나다닐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거든요.

왜냐면 예전에 술 마셨던 시절 형님 모셔다 드리느라고 나다녔었는데 그때마다 밤늦은 시각에 모시고는 돌아오는 길을 못 찾아서 수도 없이 헤맸던 길이 그 길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그 샛길로 자전거도 다닐 수 있겠더라고요.

인제 앞으로는 그 건너길 넘어갈 일(오일장에 다니는 길) 생기면 나중엔 꼭 그 길을 써먹어야겠습니다.

Outing-06

 

집에 들어와서는 다녀왔던 길에 축축해진 속옷들 벗어서 손빨래했답니다.

그리고는 베란다에 널었지요.

다 큰 놈 속옷 보이기는 뭐하고 어머니 저한테 자랑하려고 그토록 애달파하셨는데 애써 모른 체했던 바로 그 꽃 한 아름을 찍었습니다.

어머니가 키우는 무슨 난초 같은데 그 꽃 이름은 저도 모르겠네요.

Outing-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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