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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0 삐걱거리는 컴퓨터 의자 함부로 수리하지 말자!

삐걱거리는 컴퓨터 의자 함부로 수리하지 말자!

 

꽤 오래전부터 컴퓨터 의자가 자꾸만 삐걱거렸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기어이 고쳐보고자 맘먹었답니다.

처음엔 뭐 고칠 것도 따로 없을 것 같기에 의자, 네 다리를 짧게 잘라버리면 모든 게 끝날 성싶었답니다.

아무래도 톱질하는 걸 방안(집안)에서 하는 건 무리일 것이기에 아파트 쓰레기처리장으로 톱날, 줄자와 함께 들고 내려갔었지요.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자르고는 그 자리서 넙죽 앉아봤는데 크게 개의치 않았던 그때까지만 해도 '옳거니 됐다.' 싶었거든요.

 

하여 흐뭇한 기분으로 들고 올라와서 연장정리와 의자가 놓일 자리(인제는 컴퓨터 의자가 아니라 텔레비전 시청각 의자가 될 터이니까 텔레비전 앞) 깨끗하게 정돈하고는 그 자리에 놓았답니다.

때마침 그 순간이 막 주말 연속극 '파랑새의 집'이란 거 할 순간입니다.

'옳거니 저게 너의 시청각 의자로서의 첫 임무가 될 것이야~'

또다시 넙죽 앉으려다가 아무래도 실내니까 살짝 조심스럽게 앉았답니다.

~ 꼭 안아주세요 - 01 ~

 

그런데 영 자리가 편안하지가 않습니다. 이쪽으로도 돌려보고 저쪽으로도 돌려보고 앞으로 뒤로 밀치면서 그 자리가 편안하게끔 자리 굳힘을 해보려는데 어느 순간 투 두둑하더니 의자가 분해라도 된 듯이 빠져버린 느낌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온몸 내맡긴 상태에서 움찔거리지 않았었기에 벌러덩 뒤로 나가떨어지진 않았지요.

~ 꼭 안아주세요 - 02 ~

 

어떻게 할까? 곰곰이 되뇌어 봤지요. '이럴 때 분명히 무슨 수가 있었을 텐데…'

두툼한 철사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 철사를 걸어서 꼬아 돌리자!'

 

20여 년 전 그 시절엔 철골 일(H빔을 자르거나 용접하여 공장이나 창고를 짓는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워낙 커다란 철골 자재들이라서 미리 용접해온 자재들이 작업할 때 그 치수가 조금씩 벗어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우인치(무거운 물건을 끌어당기기 위하여 철선을 고속으로 감는 기계)로 곤란한 경우는 아주 굵은 철사 같은 것 끝을 떨어지지 않게끔 용접하고서 그것들을 꼬아서 돌림으로써 그 간격을 도면에 나온 치수와 일치하게끔 맞춘 뒤 조립했었던 때가 떠오른 것입니다.

그 흉내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하여 그 밤중에 다시 베란다의 자재창고를 샅샅이 뒤져봅니다. 마침 철사 한 토막이 아직도 남았네요.

 

저 철사 그래도 이 집에 온 지 십오 년 세월(따지고 보면 14년 몇 개월이겠지만)이나 먹었습니다.

이 집으로 처음 이사 온 첫해 겨울입니다. 밀레니엄 바이러스가 난리를 치니 지구가 멸망하니 온통 범벅을 뒤로하고 멀쩡했던 바로 그 해 2,000년도입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직은 초등학생이었던 금쪽같은 우리 애들한테 그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 곳곳을 돌면서 또 철물점을 돌면서 그 재료들을 모아왔었죠.

흐흐^ 저 철사가 바로 우리 애들에게 만들어줄 썰매 재료 중 하나였던 거예요.

 

그러나 장애를 얻기 직전까지만 해도 목수 일도 했고 철골 일도 했던 제가 펜치 쥐는 것 하나도 못질 하나도 제대로 못 한다는 걸 그 순간에 처음으로 뼈저리게 알았습니다.

망치질하려고 하면 망치가 못대가리에 맞질 않고 자꾸만 못을 잡은 다른 손가락을 때려버리는 겁니다.

손가락에 피만 철철 흘렀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몸의 평형감각이 흐트러지면 냄새도 못 맡지 제대로 앉거나 서지도 못하지…

그래도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나 봐요.

 

철사를 갖고서 이렇게 하면 간격을 조여서 튼튼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서 이 정도라도 해냈으니 말입니다.

~ 꼭 안아주세요 - 03 ~

 

저걸 생각해 내고 저렇게 있게끔 하기까지는 밤이 너무 깊어 버렸습니다.

더 꽉 조이고 더 당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망치질해서 더 밀착하게끔 해야 하는데…

밤이 무척 깊었는데 그 밤중에 망치질할 수는 없었지요. 여기가 아파트니까 말입니다.

 

해서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날이 훤히 새자 그 틈에 망치질도 하고 몇 바퀴를 더 잡아서 이젠 벌어진 틈 꽉 붙었고 삐걱거림도 거의 잡혔습니다.

~ 꼭 안아주세요 - 04 ~

 

마지막으로 나사못이 빠졌지만 받침이 없어서 더는 들어갈 수 없게 된 의자의 등받이 쪽으로는 헝겊으로 된 노끈을 묶어 저의 '컴퓨터 의자 개조 사업(?)'이 마무리됐네요.

여러분은 저처럼 막무가내 아무 생각도 마구 부숴버리는 그런 우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자칫 실수했다간 엄청나게 아플 테니까 말이어요.

~ 꼭 안아주세요 - 05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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