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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09 이렇게 돌아올 줄 알았다면 그렇게 조급해할 것도 없었는데…

이렇게 돌아올 줄 알았다면 그렇게 조급해할 것도 없었는데…

 

함께 살던 막냇동생이 병원에 입원한 지가 어느덧 열아흐레째나 돼버렸네요.

며칠 전에는 병원에 들어온 지 두 주가 지났는데 드디어 가족과의 면회가 가능하다고 해서 잠깐 들리기도 했답니다.

 

가끔은 지하실에 세워둔 동생 차도 살펴야 한다는데 그때까지 저는 동생의 차 키가 어딨는지도 몰랐거든요.

또 하나는 동생에게도 누가 됐던지 방해해서는 안 될 그것이 있을 테니까 제가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아니 이 집에 이사 들고서는 거의 처음으로 동생이 기거하는 방문을 걸어잠그기까지 했으니까 그것이 어디에 있을지는 더욱더 몰랐겠지요.

그날 문병 가서는 안부 묻는 사이 차 키가 어딨는지도 알아냈답니다.

 

그리고 오늘은 기어이 시동이라도 한 번 걸어봐야겠다고 다짐한 날입니다.

다짐하면서 문득 아래층 내려가는 길에 아예 운동(자전거 운동)마저 하고 옴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해서 자전거 안전 가방(운동 나갈 때 필요에 따라서 들고 가는 가방으로 큰놈, 작은놈 둘 중에서 작은 것)을 챙기고는 오늘은 물도 없이 생라면만 하나 가져가기로 담는 중이었지요.

마침 경로당에 가셨던 어머니께서 들어오시더라고요.

손에는 먹다 남은 음식처럼 생긴 옥수수 봉지가 들렸습니다.

풀어봤더니 그게 먹다 남은 게 아니고 커다란 삶은 옥수수를 여러 조각을 내서 담아뒀기에 그렇게 보였던 것뿐이었지요.

 

인제 어머니 오셨으니 문단속하지 않고 바로 나가도 되겠거니 하면서 이제부터 나아갈 제 행방을 일러 줬더니 어머니께서 오히려 더 바쁘시다고 그러십니다.

옥수수 봉지랑 함께 들고온 것이 있었는데 꽤 묵직해 보이는 설탕 봉지였었거든요.

그 큰 것을 달랑 천 원에 샀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몇 봉지씩 사갔는데 어머니는 당장에 가진 게 없어서 달랑 그것 하나밖에 못 가져왔으니까 지금 당장 다시 나가봐야겠다는 겁니다.

그 소리 듣자마자 당장에 무슨 뜻인지 알아채겠더라고요.

전에도 한번 내장을 깨끗이 해 준다는 희한한 물건을 들고 오곤 했었거든요.

쉽게 말해서 이번에도 넓은 공터에 전시장을 마련하고는 노인네들을 상대로 사기 치는 놈들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 손으로 문단속 다 하고는 어머니 가져온 옥수수 봉지를 생라면과 함께 담았답니다.

제가 오히려 어머니보다 약간 빨리 아파트를 나오게 되었지요.

현관문 여닫으면서는 '그 사기꾼 놈들의 물건 절대로 사지 마시오! 엄니~' 그렇게 소리치면서 나왔답니다.

 

휴대폰에 저장해둔 동생 차의 번호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서기 전에 한 번 더 스캔합니다.

그리고는 '차 키의 리모컨'도 자세히 살폈지요.

'아마 이렇게 자물쇠가 위로 열린 모양이 차 문을 따는 것이고 열쇠 모양 내려간 것이 차 문을 닫을 때 누르는 거겠지…'

그렇게 짐작하고서 지하실에 여러 차 틈에서 동생 차 찾아내서는 그 앞에 서서 리모컨에서 열리는 모양 눌렀더니 진짜로 차 문짝 어딘가에 불빛이 깜빡하면서 동시에 '삑' 하는 경고음도 들렸던 겁니다.

그 직전에 이 차가 분명히 닫혔음을 확인하고자 손잡이를 잡고 열어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때는 꼼짝도 않던 것이 리모컨 한 방에 손쉽게 열리는 거였답니다.

 

잠긴 자가용을 열어보기는 이번이 아마도 생전에 처음인 듯도 싶습니다.

동생 차는 더군다나 오토매틱이거든요.

긴장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한때는 1종 면허도 갖고 있었잖아! 긴장하면 안 돼!!!'

내부가 아무것도 안 보일 만큼 껌껌하지는 않았지만, 차 구조를 모르는 저로서는 어두워서 죽겠더라고요.

그래도 어슴푸레 보이는 구멍을 찾아서 차 키를 꽂고는 돌렸습니다.

처음엔 계기판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더군요.

 

자리를 편안하게 잡고서 왼발을 쭉 뻗어봤지요.

아무것도 안 잡힙니다.

'뭐야! 이건 클러치가 없다는 건가? 자동은 본래 클러치가 없는 거야?'

제가 20년쯤 전에 트럭으로 1종 면허를 땄었는데 클러치 그것 매우 중요했었거든요.

기어 변경할 때도 그렇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도 적절하게 클러치를 밟았으며 브레이크 때릴 때의 클러치는 브레이크와 한 몸처럼 밟았어야 했었는데 요놈은 글쎄 클러치부터가 안 잡히는 겁니다.

오른발 쪽으로 와서 아무래도 그 눌리는 감촉으로는 가장 오른쪽이 가속페달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쪽으로 묵직하게 눌리는 것이 브레이크 같더라고요.

둘 다 한 번씩 깊숙이 눌러보고는 드디어 키를 더 돌려서 시동을 걸었답니다.

 

너무 어두워서 실내등이라도 켜고 싶었는데 그것이 어디에 붙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어떤 것을 누르니까 빨간 등이 깜빡입니다.

아마도 그것이 비상등쯤 되는 가 보더라고요.

또 하나를 눌렀더니 요번엔 '쓱쓱'하면서 뭔가가 펼쳐지는데 앞문 양쪽으로 달린 백미러 거울이 펼쳐지는 게 아니겠어요?

놀라서 얼른 또다시 눌렀더니 이번에 열렸던 것이 닫혔습니다.

 

휴대폰 조명을 이용해서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그 조명도 너무나 어둡습니다.

- 어휴~ 이 바보천치! 랜턴을 가져갔잖아!!! -

이 글 쓰면서 인제야 그 생각이 납니다.

제가 들고간 자전거 안전 가방에는 자전거 랜턴이 있었거든요.

어휴. 그 절실하고 긴급한 상황에선 왜 그따위가 안 떠올랐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다시 찾을 땐 아니지 어쩌면 그때는 동생이 퇴원해서 들어와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기왕에 그래도 동생 차에까지 왔으니까 인증 셔터(?)를 박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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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나와서 계획대로 슬슬 올라갔지요.

전처럼 멀리 갔다가 발목이며 무릎 어장 나버리고 나중엔 팔목마저 돌아가 버리곤 했었는데 오늘은 차라리 아주 가까운 곳으로 가기로 작정합니다.

구체적으로 그 목적지를 미리 낙점해두지 않았기에 길을 뻗어 나가는 길에 제 마음이 무척이나 느긋했답니다.

어디만큼 지나니까 저 멀리에 그것이 현수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형태로 봐서 마치 현수교를 닮은 기다란 다리(지아대교)가 보입니다.

'그래 오늘은 저기 올라가서 쉬었다가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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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고는 지름길이 아닌 큰길을 따라 그쪽으로 달려갔지요.

막상 올라왔는데 쉴만한 자리가 참 애매하데요.

우중충한 날씨이고 그 대낮에 햇살을 가려줄 그늘이라곤 커다란 아치 기둥밖에 없는데 하필이면 그것 지나는 그늘이 자전거길 한가운데로 대충 잡히지 뭡니까?

그래서 그 가운데로 가져간 간식(생라면 한 개에 어머니께 경로당에서 가져온 옥수수 토막들) 꺼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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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다 먹고 났는데 이번에도 또 그제야 그런 생각이 나는 거 있죠?

'뭐야. 덥지도 않고 바람도 살랑거리는데 꼭 이렇게 촌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았을 이유 뭐 있겠어!!!'

곧바로 일어나서 드디어 바닥보다는 살짝 높은 난간의 턱에 앉았답니다.

'어휴 좋다~ 진작에 이러고 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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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생라면을 가져오면서 물을 안 가져간 게 사달(?)을 일으키데요.

막판에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몽땅 입안에 털어 넣더니 끝내는 식도와 기도 사이에서 전쟁이 나고 만 것입니다.

더욱 전문용어로 하면 사레가 걸렸다고나 할까요?

어쩔 수 없이 부랴부랴 챙겨서는 싸 짊어지고 돌아와야 했었답니다.

 

그렇게 돌아오려고 다리 끝에 다다랐는데 불현듯 제 머물렀던 자리가 걱정되는 겁니다.

'내가 혹시 거기 놓고 온 것은 뭐 없을까?'

'혹시 쓰레기라도 덜 챙긴 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다시 아까 그 자리 쪽으로 갔답니다.

그런데 얼마나 깨끗하게 치웠던지 도무지 그 자리가 어디쯤이었는지 그것도 분간하지 못했답니다.

대신 자전거 돌리면서는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답니다.

'보조 핸들 저것 너무 꼿꼿하니까 살짝 눕혀보자!'

'내 안전 가방에 혹시 거기에 쓸 연장이 없을까?'

 

그 자리에 선 채로 안전 가방 점퍼를 내려봤지요.

그러고는 그 속을 뒤졌는데 메모장, 볼펜, 장갑, 수건… 뭐 그따위들만 잡혔답니다.

'혹시 여기 비상 가방에 안 들었을까?'

그 비상 가방에는 자전거 여행 중 가장 위급할 때 쓰려는 물건들을 담아둔 곳이거든요.

거기엔 스패너, 나사못, 동전(작을 땐 5, 6백 원에서 많을 때 2천 원 단위까지 쌓였던 적도 있었음) 등등 위급할 때 꼭 필요한 장비들을 말입니다.

손으로 대충 더듬거리다가 길쭉한 게 잡히니까 뭔가 희망이 생겨서 얼른 열어봤어요.

 

그랬더니 세상에 그 안에서 제가 집안을 발칵 뒤집으면서 찾아 헤맸던 송곳이 들었지 뭡니까?

그것을 언제 넣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그것 넣을 때 '안전한 곳에 넣는다!'는 자기 암시(심리 통제)를 했었거든요.

해서 그것 들었던 가방의 바깥 테두리인 안전 가방까지 몇 번을 뒤졌어도 안 나왔는데 그 마지막은 항시 언젠가는 찾을 거라는 희망을 남기곤 했었답니다.

어쩌면 그 희망 때문에 이렇게 희한한 장소에서 희한한 동기로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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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옛날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작년이었던가 재작년이었던가 그때에) 한 번은 오늘 가지고 갔던 자전거 랜턴을 잃어버렸지 않겠습니까?

그때도 그것 얼마나 뜯고 찾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찾았을 때는 기척도 없었던 것이 세상에나 제가 가끔 시장 나갈 때 들고 나가는 시장바구니 안에서 찾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떡하다가 놈들이 그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놓치지 않는다면야 받듯이 다시 만날 거라는 그런 -판단·생각·기술- 아~ 그런 습성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뜬금없이 그것을 찾게 되자 세상 만물이 예쁘게만 보였답니다.

길거리에 제 맘대로 자란 풀도 넝쿨도 꽃들도 말이에요.

오늘은 개중에서 너무나도 매혹적이고 선정적이면서도 눈부신 잎사귀를 보았습니다.

자전거길인데 길섶으로 사방에 지천으로 그게 깔렸습니다.

 

'저놈이 뭐였더라? 혹시 칡넝쿨이 아닐까?'

그런 짐작으로 내렸는데 가까이서 보니 당최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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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따먹어 봤습니다.

밋밋하데요. 아주 쪼끔 씁쓸한 것도 같았고요.

도대체 모르겠는 겁니다.

훗날 언젠가는 의술이 또는 국가 기반시설이 잘 되어 저와 같은 무지렁이한테도 청각을 되돌릴 수 있는 혜택을 준다면, 냄새를 다시 찾아올 수만 있다면 대번에 그것이 칡인지 담쟁이넝쿨인지 가려내겠지만, 지금으로선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대로 팽개치고 그냥 갈 수는 없었습니다.

 

한잎 두잎 따서 모았지요.

그리고는 어느 정도 모이니까 가져간 안전 가방에 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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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오자마자 아까 다리 위에서 송곳 찾기 직전에 해내려던 보조 핸들에 각도 맞추는 걸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 현관에 세워놓고는 연장통을 뒤져서 거기에 들어갈 만한 연장을 모조리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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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 볼록 렌치가 들어갈 곳인데 딱 맞는 놈이 없었습니다.

참으로 난감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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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일자 드라이버'가 어설프게나마 들어맞기에 둘 중 한 곳은 쉽게 풀어서 맞췄는데 그도 나머지 쪽에는 안 먹힙니다.

자칫 억지로 시도했다간 괜히 그나마 자꾸만 휘어지는 드라이버만 버릴 것 같기에 '일자 드라이버'와 '바이스플라이어'의 합작으로 겨우 수선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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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인제 그쯤 해서 수선을 마친 다음 부엌으로 들어왔지요.

냄비에 불을 붙이고는 팔팔 끓어오르자 아까 따온 잎사귀를 두서너 장씩 데쳐내기 시작했어요.

 

오래 데치면 안 될 것 같기에 2~30초가량을 데쳤답니다.

그리고는 데쳐지면 바로 곁에 찬물이 담긴 바가지를 놓고는 곧바로 식혔답니다.

그래야지 잎사귀에 있을 수분도 덜 뺏기고 영양분(?)도 덜 파괴될 성 불러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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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모두를 데쳤는데 다시 국수 그릇 쪽으로 옮기면서 하나씩 세 보니까 딱 마흔여덟 장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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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그 첫 장은 완전히 나무뿌리 씹는 맛이었습니다.

'뭐야! 이게 아닌데, 왜 이러지???'

제 짐작하고도 얼추 맞아떨어집니다.

맨 처음 먹었던 놈이 나머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가장 질긴 놈이었더라고요.

운이 없었던 겁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가끔 띠 뿌리를 씹었던 적이 더러 있었거든요.

'띠'가 뭔지 아세요?

'삐비'는 들어봤을 겁니다.

 

봄날이며 사방에서 새 생명의 새싹이 올라오지요.

그중에는 삐비란 것도 있습니다.

풀 가지런하고 땅 고른 곳 황토가 있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어디서든지 만났을 겁니다.

5㎝, 10㎝ 더 길면 15㎝도 좋고 잔디하고는 전혀 다르지만, 그 비슷하게 땅속에서 모둠으로 올라오지요.

그 통통한 놈 뽑아서 그 속살 입안에 가져가면 어찌나 달았는지 모릅니다.

봄날에 그 달짝지근한 맛으로 치고, 양으로 쳐도 그 최고의 자연 선물은 소나무 가장 한 가운데 새순이었지만, 세상 누구도 그걸 건드리진 않았습니다.

소나무 맨 꼭대기에서 세 번째를 넘어선 네 번째 마디에서나 나오는 곁가지의 새순을 잘라서 그 얇은 껍질 잘근잘근 벗기고 씹기는 했어도 소나무에 중심이 곧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졌기에 누구도 감히 건들지 못했답니다.

 

삐비 이야기하다가 소나무로 새나갔네요.

그 삐비가 자라서 훗날 띠가 되거든요.

여름철이 오면 저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 대부분이 그 띠를 뜨려고(자르려고) 다녔답니다.

그 풀은 억새를 닮았는데도 억새처럼 퍼지지도 않고 곧바로 자라서 김 양식하던 어촌에서는 김 말리는 도구로 짜기에 그 띠가 정말이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김밥 만들 때 쓰는 숭숭 구멍이 뚫린 그 발장을 보셨을 겁니다.

그것 한 장당 김 한 장이 나오니까 겨울날 하루에 스무 톳이나 서른 톳의 김을 생산하는 집이라면 대략 이삼천 장의 발장이 필요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 내내 그 띠를 뜯어오려고 산천을 헤맸었고 그러다 보니 무시무시한 벌이나 뱀 만났을 때가 허다했어요.

그렇게 뜯어온 띠를 말리고 또 자른 뒤 그 길로 명주실과 함께 엮어서는 발장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한마디로 김 한 장을 만들어내려면 봄여름 가을 겨울 거의 사계절 모두를 통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어촌 사람들 대부분이 그 바다에만 매달릴 수 없으니까 농사일을 겸하는데 무척 힘들지요.

우리의 농어촌 주민들…

그 대부분 심장이 강철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살아낼 수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철마다 쌀값 투쟁한다고 하더라도 또는 솟값 투쟁한다고 하더라도 얼굴 찌푸리지 마십시오!

그들이 있어 오늘 우리가 먹는 끼니가 있음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됩니다.

그들이 있어 오늘 내가 이토록 우아한 고뇌에 젖을 수 있다는 것도 절대로 잊어선 안 됩니다.

 

돌아갈게요.

저는 밥이 먼저 떨어져서 저걸 다 못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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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어머니가 돌아와서는 어느 순간에 냉장고에 그게 놓인 걸 보셨지요.

뭐냐고 묻기에 칡을 많이 닮았기에 뜯어와서 데쳤으니까 잡수려면 잡수라고 그랬더니 되레 야단치십니다.

'예끼! 칡 잎사귀를 어떻게 먹는다냐?'

 

어렸을 때 토끼 키우면서 더러 경험한 일인데요.

토끼는 토끼풀만 줘야 하는데 어쩔 땐 게을러서 토끼풀 찾아다니기가 귀찮기에 눈앞에서 지척으로 널린 연한 칡넝쿨을 뜯어다 주곤 했거든요.

하물며 비 맞은 토끼풀 같은 것도 토끼한테는 무척 해로운데 칡넝쿨 뜯어다 억지로 먹여놓으면 토끼 놈 기어이 탈이 나곤 했었습니다.

 

제가 토끼도 아닌 바에야 탈이야 나겠습니까?

더군다나 그것이 칡넝쿨인지 아닌지 그것도 불분명한데 말입니다.

 

어쨌든 잘 씹어지지도 않은 그 풀 제힘으로 다 처리할 것입니다.

이 글이 초저녁에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자정하고도 한참이나 넘겼네요.

모든 사이트에 오르려면 어쩌면 새벽 세 시도 넘길 성 부립니다.

 

저는 얼른 올리고서 절반쯤 남은 나머지 잎사귀 모조리 해치울 생각이거든요.

시간을 지체했다간 틀림없이 더 질겨질 테니까 그러기 전에 한판 붙어야겠습니다.

 

아무튼, 여러분! 좋은 밤 되십시오!!!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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