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친구야-01
엉큼한 겨드랑이로도 흐르고
침울한 아랫도리로도 흐르고
더 내려가서 발가락 새로도 흐르더니만,
요놈이 어느덧 내 대가리에 찰싹 달라붙어서
온통 허옇게 해놓고는 홀라당 도망쳐버렸어!
친구야 혹시 봤니?
그놈 그 무심한 놈 말이야.
너와 내가 고춧가루도 안 뿌리고
마냥 지켜본 사이 어느새 홀라당
지나쳤던 그놈 말이야.
내 친구들은 그놈 냅다 부르기를
- 어허 허망하다. 세월 -
- 아하^ 미쳤구나! 세월 -
- 허허허 가버렸네. 세월 -
친구는 그놈을 뭐라고 부르는가?
막상 놈이 코앞에 바짝 서서
눈 뻔히 뜨고서 노려보면
할 말이 없지.
아니, 뱉을지도 몰라~
미친놈아, 징그럽다 저리가!!!
친구야-02
얼마 전 지났던 올 설엔 정년퇴임을 한 지
첫 회가 되는 아는 형님이 찾아오셨어.
지난 수십 년 세월 명절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찾으셨던 분이셨는데 올핸 유달리 그 눈빛 깊더구나!
어젠 어떤 동생이 전화로 말하길
어쩌면 형님 적당한 촌락을 찾아가
농사나 지을 것 같더라는 전갈을 해 주더군.
그 내막은 모르지만,
그분 살아온 굴곡을 뻔히 봐왔기에
내 마음이 왜 그리도 씁쓸했던지…
친구야
세월이란 놈 참 허망하다 싶더라.
무엇을 얻고자 그토록 처절하게 싸웠었던고
그냥 허망하구나~
반드시 얻어내고자,
반드시 이기고 말리라 살았던 것도 아녔지만,
지금의 나에게 나는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데
지금에 와서 남은 게 뭐란 말인가.
친구야-03
침착해지자. 침착해지자~
처음부터 우리 물질을 갈구했던 거 아녔으니까.
그러면 너무나도 뻔하지만, 그 뻔한 답이 훤히 들어오잖아!!!
모두가 다 아는 그것 '사랑'엔 왜 값어치 못 쳤을까?
사랑보다 더 큰 가치가 세상 어디에 있다고^
사랑 말고 얻을 것이 또 있으면 말해 보라고!
친구야. 우리 나이는 이미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너는지도 몰라.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오작교 삼아서
긴긴밤 시나브로 건너가듯이
우리의 사랑도 세상을 더욱 빛나게 할
튼실한 동량이 강건한 주춧돌이
우람한 기둥이 되어 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친구야.
고마운 친구. 어여쁜 친구야
사랑해요. 쭉쭉~ 언제까지나…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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