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전기 주전자가 안 켜졌다!
동생이 그걸 언제 어느 때 사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부엌의 싱크대 위에 '전기 주전자'로 부르는 장치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은 밥 먹고 나면 늘 입가심한답시고 커피를 드시던데 이놈이 들어온 뒤론 늘 여기에 물을 부어 데운 뒤 마시곤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열흘쯤 됐을 겁니다.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그것이 안 된다면서 제게 하소연하시는 거예요.
전에도 그런 일에 쓰는 이 비슷한 전기 장치(전기 포트)가 고장 났을 때 몇 번 고쳤던 적이 있었거든요.
기기엔 동력 입력선 연결된 곳이 동그란 발판에 달렸고 그 위로 360도 회전 가능한 물통이 붙은 거로 보면 전에 손봤던 전기 포트와 그 원리가 전혀 다르지 않을 거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뜯어봤는데 이건 이전의 전기 포트와 그 구조가 전혀 다르더라고요.
가장 먼저는 그것 스위치 구조부터 달랐습니다.
이리저리 뜯어 보는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삼각 수나사(일자 홈도 십자 홈도 아닌 삼각 홈의 나사)가 있어 우선 거기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일자 드라이버의 모서리를 통해서 겨우 풀긴 풀었는데 그 과정에서 발판의 전기 접점 일부와 몸통에서의 스위치 부문 일부를 부러뜨리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동네 철물점을 다 돌면서 삼각 수나사용 드라이버를 찾았건만 끝내 찾지 못했지요.
집에 와서 그 문제를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시계 드라이버 중 일자 드라이버에서 그 크기 맞아떨어진 놈 찾아 돌리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마침 시계 드라이버 세트로 두 개나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까 하나는 안 보이고 한 세트만 보입니다.
전에 휴대폰 분해할 때 쓰려고 샀던 적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개중에 하나가 삼각 수나사에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그건 그렇게 전원 장치를 풀긴 풀었는데 각 도체에 전류가 제대로 흐르는지, 혹시 접촉 불량이나 단선된 곳은 없는지 알 길이 없잖아요.
모든 걸 덮은 뒤 쇼핑몰 뒤져서 싸고도 싼 저가의 테스터를 하나 주문했답니다.
얼마쯤 지나자 주문한 그것이 들어왔지요. 이윽고 일일이 찍었는데 발판에서도 스위치에서도 제대로 통전 되지 않습니다.
'으흐흐 억…. 아그아그아그^^^….'
이놈의 전기 주전자 나사마다 모두 조립하고는 그대로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한쪽에 내동이 치려고 했었죠.
~ 안되면 되게 하여라 - 01 ~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이틀쯤 흘렀습니다.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그대로 명색이 시간 좀 흘렀지만,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거든요.
그랬기에 막상 학교 다니면서는 거의 써보지도 못했던 테스터기를 당시 이름 좀 있는 전자부품 상회 반도상가(80년대 중후반에 광주시 동구 대인동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엔 서울의 세운상가를 벤치마킹한 상가가 있었는데 그게 반도상가)까지 가서 사 올 정도였는데 이렇게 눈 뻔히 뜨고서 당하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겁니다.
- 실패는 실패고 도전은 도전이다. -
이미 실패는 정해진 카드니까 쇼핑몰을 찾아서 적당한 규모(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로 '전기 주전자'를 하나 주문했답니다.
그러고는 한쪽에 치워뒀던 전기 주전자를 가져와서 다시 뜯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가능하면 1:1 곧바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하려고 잡다한 사족(고장 난 스위치 쪽이나 LED 점등 장치 등)은 모조리 강제로 끊어 버렸지요.
그러고서 코드를 꽂아보니 금세 뜨거워져서 얼른 코드를 뽑고는 그다음에 스위치를 껐답니다.
이윽고 물을 부은 뒤 다시 코드를 꽂고는 스위치를 넣었는데 진짜 2, 3분도 안 되어 금세 끓어버립니다.
그때가 어제입니다. 어제는 너무나도 뜨거워서 하마터면 데일 뻔했습니다.
어떻게 스위치 만질 엄두도 없이 스위치고 코드고 물에 흠뻑 젖어 버렸습니다.
좀 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스위치가 손잡이 부근에 있어선 안 되겠더라고요.
가능하면 손잡이에서 떨어지게끔 하려고 손잡이 홈에 마침 쓰다 남은 전선 쫄대(케이블 몰딩)가 있어 그걸 거기에 쑤셔 박고는 단단히 나사를 쳤는데….
주전자에서 물이 펄펄 끓으니까 그게 힘없이 휘청입니다.
마침 잘 됐다 싶어 그 순간에 얼른 주전자 입구 쪽으로 기울였던 걸 곧추서게끔 역으로 젖히고는 스위치를 꺼서 더는 주전자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끔 했답니다.
그런 뒤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커피믹스 두 봉지를 컵 두 개와 함께 꺼내서 각각에 커피를 따르고는 주전자의 물도 각각에 부었지요.
제 커피(물컵)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커피잔에 따른 커피는 큰 대접을 쟁반(만약 쟁반이라면 제 몸이 흔들리니까 그 뜨거운 커피 바닥에 쏟았을 겁니다) 삼아서 받쳐 어머니 방으로 가져갔답니다.
어머니는 반기면서도 그보다는 어머니 농장의 옷걸이가 주저앉았으니 그것 좀 손봐달라고 그러네요.
동생이 언제 사다 줬다는데 보니까 둥근 파이프를 옷장 넓이만큼 잔뜩 벌린 뒤 파이프 돌려 고정하는 파이프형 옷걸이더라고요.
저로선 난생처음 보는 옷걸이지만, 그 원리가 이해됐으니까 잡아 빼서 이리저리 대갈통 굴리고 또 굴렸더니 그 상황이 정리되었답니다.
대신 십 분가량이나 뒤늦게 커피든 물컵 들었는데 제 입맛에는 그 온도 그 느낌 안성맞춤 딱 그것입니다.
냄새를 못 맡는 제게 커피나 콜라나 거기서 거기지만, 느낌만은 다르답니다.
고기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돼지고기나 닭고기나 거기서 거기지만, 그 느낌은 딴 판이에요.
대신 누가 제 눈에 안대 씌운 뒤 먹이고는 그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무리 애써봐도 깨갱 할지도….
~ 안되면 되게 하여라 - 02 ~
어제는 제가 주문한 것(무선 전기 주전자 - 1.5ℓ) 들어 왔기에 다시 싱크대 위로 올랐습니다.
제가 고친 건(?) 지금 제방에 가져다 놨는데 혹여라도 다시 쓸 참이라면 저기 손잡이 안으로 적당한 크기와 형태의 나무토막이라도 쑤셔 박아서 아슬아슬하게 체면치레하는 저 플라스틱 쫄대를 보강할 생각입니다.
혹시 모를 '화재로부터의 위험'도 줄이고 가장 크게는 자칫 실수하면 무턱대고 기어코 터져버릴 무섭고도 무시무시한 그 '안전사고도 사전에 막아'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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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다 손본 뒤 그러니까 파손된 부품도 다 버린 뒤 재미 삼아서
쇼핑몰 뒤졌는데 전기 주전자에 들어갈 '온도 스위치'가 세상에 2, 3백 원으로
천 원짜리 한 장이면 무료 배송에 몇 개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싼 것 모두가 해외 물품이라서 그 구매 절차가 까다롭기에 지금은 푹 숙이고 가만히 있기로 했답니다.
자칫 실수했다간 그 역시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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