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빠진 자전거 타이어에 펌프질했는데….
요즘 들어서 갈수록 얼굴이 까칠까칠해지는 걸 그냥 느꼈습니다.
평소에도 거울을 안 보기에 그거 거울 쳐다봐서도 아니고 세수할 때마다 얼굴이 따끔거렸거든요.
- 아! 나도 인제 세숫비누(세면 비누) 쓸 때가 되었나 보다~!@~ -
2, 3십 대의 아주 어린 시절을 빼고 나머지 대부분을 늘 빨랫비누로 얼굴도 씻고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아주 최근 들어서(몇 주 전부터) 머리 감을 때 샴푸에 베이킹소다를 섞어 써보기도 했답니다.
- 하^ 어쩌면 빨랫비누가 아니라 샴푸나 가성소다(양잿물 혹은 수산화나트륨) 탓에 얼굴이 까칠해졌을 수도 있겠네~ -
그건 지금, 이 순간에 드는 생각이고 아무튼, 어제는 빨랫비누 탓에 그런 거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세숫비누를 사러 가기로 했었죠.
주머니에 필요한 도구(상생 지원금 카드가 든 지갑, 핸드폰, 자전거 열쇠 꾸러미) 챙기고 멜빵가방을 메고 이어서 마스크를 낀 체 아파트 아래층에 자전거 거치대로 내려갔답니다.
- 어휴~ 스테인리스라고 해서 그만큼의 대가 내고 쇠사슬을 샀는데 도대체 저게 뭐냐!!! -
자전거를 묶어둔 길쭉한 쇠사슬 상당 부분이 벌겋게 녹이 슬었네요.
-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얼른 다녀와야지! -
거치대에서 묶었던 사슬 풀고서 평평한 바닥에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돌리는데 자전거가 엄청나게 찍찍하고 무겁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싶어서 내린 뒤 뒷바퀴를 보니까 펑크가 났는지 바람이 샜는지 타이어가 납작하게 내려앉아 합죽이가 됐대요.
펑크를 때우려면 그 자리선 어떻게 해볼 수도 없고 하니 얼른 아파트로 끌고 올라왔지요.
그러고는 베란다 비좁은 곳에 세워놓고 얼른 타이어의 바람 넣는 자리 밸브(던롭밸브)를 열어 봅니다.
밸브에 꽂힌 무시고무가 깡그리 녹아 버리고 거기 두툼한 자리에 겨우 1mm 남짓의 테두리가 흔적으로 남았네요.
이런 아무래도 펑크가 아닌 바로 그 자리(던롭밸브) 무시고무가 녹았기에 벌어진 사태로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펑크 난 튜브를 때울 만한 장비가 든 '자전거 안전 백'을 들고 나왔답니다.
거기엔 작은 약통에 무시 고무를 끼워둔 '금속밸브'를 여러 개 모아 뒀으니까.
조그마한 약통을 바닥에 털어 봤더니 각종 암나사며 무시고무 끼워진 금속밸브도 여러 개가 쏟아지네요.
금속밸브 중 개중에 아무거나 하나를 들고서 얼른 타이어에 꽂은 뒤 채우고는 펌프질하려는데 꽉 막힌 수도꼭지처럼 잔뜩 힘만 들어가지 바람 들어갈 기미가 없습니다.
마음 급해서 아직도 등 뒤엔 멜빵가방을 맨 채로 있는데 더욱더 맘이 급해집니다.
급한 마음만큼 힘도 더 줘서 펌프질했더니 드디어 바람 들어가는 기색이 보이네요.
타이어 손으로 만지면서 빵빵해지자 펌프질을 멈췄는데 어디선가 꼭 바람이 새는 듯 쉑쉑거립니다.
펌프 꼭지를 떼고 타이어의 밸브 끝에 손을 댔는데 아무래도 그 자리서 새는 거 같았습니다.
얼른 풀어내고서 던롭밸브 위 암나사를 풀고서 금속밸브를 꺼내 보니 무시고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주 작은 흔적만이 두툼한 곳에 테두리를 두르고 있네요.
기가 찰 노릇입니다. 얼른 다른 놈을 끼워서 또 펌프질했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바람이 새는 모양새….
풀었더니 또 흔적도 없이 홀라당 날아갔네요.
'아무래도 무시고무가 오래돼서 삭았나 보다!' 그랬지요.
그리하여 이번엔 금속밸브마다 일일이 손으로 만지면서 그 탄력을 확인하는데 막상 보니까 어느 것도 짱짱하게 붙었으면 붙었지 흐물거리는 건 없더라고요.
그런 중에도 튼튼해 보이는 놈 골라서 타이어에 꽂고는 펌프질했답니다.
- 엉! 이번에도 또 무시고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
그쯤에서 짐작했어요.
- 음. 그래 맞아! 무시고무가 금속밸브에 너무나도 긴 시간을 쫙 달라붙었기에 실지로도 마찰력 하나 없이 바짝 붙어 바람이 빠져나갈 틈이 없었던 거야 -
- 그렇다면 타이어(튜브)에 꽂기 전에 미리 시험해본 뒤 꽂아야겠어!!! -
그런 맘이 들자 이번엔 이러면 좋을 거 같아서 미리 꽂은 뒤 짧게 자른 금속밸브 말고 거의 원형으로 길쭉한 무시고무 양 끝에 꽂힌 두 밸브 중 하나를 잘라서 그 끝에 붙은 무시고무를 빼 버리고 새로이 꽂아 자른 뒤 그걸 펌프 호스 끝의 꼭지 끝에 대고 서로 맞닿게 힘주면서 나머지 손으로는 펌프질해봅니다.
비록 엉성한 자세였어도 펌프질은 펌프질이었는데 처음엔 여기서도 곧바로 바람을 통과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펑'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저는 무시고무가 찢어진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얼른 금속밸브를 유심히 살폈지요.
그런데 그건 무시고무 찢어지는 소리가 아닌 드디어 금속밸브에 들어간 바람이 무시고무를 뚫고서 밖으로 탈출했던 감격적 포효였던 겁니다.
얼른 타이어에 꽂은 뒤 암나사를 채우고는 펌프질을 다시 시작했답니다.
쉭쉭@!!^^ 들어가는 소리부터가 다릅니다.
드디어 타이어가 빵빵해졌어요. 바람 새는 기색도 일절 없었고요.
공구들 챙겨서 제자리에 갖다두고는 흐뭇한 기분으로 아파트를 내려와 세면(세수) 비누 사는 곳으로 달렸답니다.
아무래도 거기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보다도 비쌉니다.
그래도 지역 사회에 보태주자는 취지를 살려 거기까지 찾았으니까 인제 와서 다른 맘? 이는 곧! / 신념에 대한 배신이지요.
그 처음은 열 개를 종류마다 달리해서 사 올 생각이었는데 그 일곱, 아니 여덟 개쯤에서 들고 있는 손이 가득 차서 그럴 여력이 없어 나머지 둘을 급하게 같은 모델로 들어야 했답니다.
이렇게 하여 열 개 / 그 낱낱이 천원이라서 만 원짜리 한 장 / 아니 상생 카드로 결제하고 돌아왔지요.
들어온 뒤 가장 먼저는 훌훌 벗고서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온 세면(세수) 비누를 차곡차곡 부스에 채운 뒤 샤워며 흐뭇함을 체험합니다.
그러고서 닦은 몸으로 컴퓨터에 앉아서 던롭밸브 세트가 아닌 무시고무만 따로 사기로 작정합니다.
두 줄에 400원씩 여섯 묶음 2,400원 / 택배비 2,500원 포함해서 4,900원 / 즉시 계산합니다.
인제 다시는 어리석게도 금속밸브에 무시고무 미리 끼워두지 않으렵니다.
- 하마터면 훤한 대낮에 무식함을 짊어진 체 도깨비 타령이나 벌릴 뻔했으니까 -
~ 하낫둘^ 센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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