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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오늘 주번이 누구냐?

 

며칠 전 얘기는 아니고 조금 된 이야깁니다.

1980년도 초에 광주를 연고로 하는 어느 최고 명문(?-?+?)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5.18 광주민중항쟁'이 생기기도 전의 일입니다.

 

그 시절 저는 전남 고흥 어느 촌구석에서 광주 그 학교로 나와서 그러니까 유학했었습니다.

지지리도 공부 못하는 놈이라서 정상적인 학교 수업에도 열정이 약했던 어느 날인데 그날은 우리 반에 실습(기계 실습·전기실습·화공실습 중 기계실습)이 있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등교할 때 자취방에 그대로 둔 채 실습복을 잊어버렸지 뭡니까?

그 당시 제가 자취했던 곳!

 

정말이지 엄청나게 낙후됐던 곳입니다.

1980년대의 광천동 시내버스 17번 종점!!!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거예요.

도로가 포장은 됐다지만, 다 파이고 헐어서 비만 왔다 하면 사방팔방이 흙탕물 천지 됐던 그 자리 17번 종점^^^

그 자리서 잰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어야 아침 등교 시간을 지킬 수 있었던 그 험지에서의 자취생활!!!

 

동네 친구로 한 살 어렸지만, 학교에서는 한해 선배였기에 그 시절 분위기론 말도 못 까고 '형'이라고 불렀던 그놈하고 함께 자취했었습니다.

그 시절에 그런 예우 없이 낫살 뻔히 아는 선배들한테 막 대했다간 얻어터졌던 시절입니다.

그때가 아니고 한두 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광주에 적응했을 때 실지로 저한테 그런 일도 있었고요.

 

각설하고 / 하여튼, 오전 내내 4시간을 실습으로 때워야 했는데 실습복이 없었습니다.

 

- 야 오늘 주번이 누구냐? -

- 나 오늘 실습복 잊어버렸는데 내가 교실 지킬게. 나 대신 네가 가라! -

- 혹시 눈치채고 물어보면 아파서 못 나온다고 전해줘! -

 

그것 이해를 구하고자 여기까지 실지로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팠습니다.

실습복이 없어 답은 안 나오고 답답하니까 골머리가 아팠겠지요.

또 녀석을 나 대신 보내놓고도 전전긍긍 맘 편할 리가 있었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반 친구들 모두가 실습실로 떠나고서 5분도 채 안 됐을 무렵입니다.

헐레벌떡 주번 놈이 교실 문 열어젖히더니 빨리 따라오라는 거였습니다.

 

- 아~ 조졌구나! 별수 없지 뭐^^^ -

 

우리 학창 시절을 끝으로 책걸상이 복식에서 단식으로 달라졌어요.

우리 다음 학년부터 교복에서도 자율화가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마치 사관학교처럼 특이한 복장에 사관 모 같은 걸 쓰고 다닐 때거든요.

그걸 쓰고서 등하교할 때면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아요.

 

그랬기에 그 모자 책가방 한쪽에 쑤셔 넣거나 손으로 꽉 쥐어 덜렁덜렁 들고 다니면 혼나기도 했지요.

여고생들 득실득실하는 여학교 정류장 옆에서 그 모자 신문지처럼 한 손에 말아쥐고서 똥폼잡고 걷다가 한번은 우리 학교 교련 선생한테 걸렸습니다.

그리하여 대갈통에 먼지 나도록 그 모자로 또 양 뺨엔 손바닥으로 얻어터졌지요.

 

- 그 똥폼이 그 아리따운 여고생들 앞에서 어떻게 됐을지는 그냥 자유롭게 상상하세요!!! -

 

하필이면, 기계 실습 담당했던 교사가 바로 우리 학급 선생님이십니다.

교실에서 출석 체크며 조회 다 마치고 학업에 들어갔으니 주번이 누굴지, 누가 또 아플지 다 아는 것 아니겠어요!

 

- 왜 안 나왔어! -

- 네. 머리가 아파서요~ -

- 그래. 그 머리 얼마나 아프지 어디 보자!!! -

 

그러면서 그 시절 거기 실습 동에 있었던 '사기물컵'을 거꾸로 움켜쥐더니 제 머리 사정없이 두들겼답니다.

- 으깨지지 않을 만큼 / 또 피 터지지 않을 만큼 / 또 거기다가 한군데 집중하지 않고 대가리 이곳저곳을 골고루 -

- 듣듯 득! 파봐 박! -

 

- 그래. 머리통 대개 아프냐!!! -

- 아니, 인제 괜찮습니다!!! -

- 하하하!!!^^^ -

- 뭐야! 이 새끼 뒈지려고 환장했냐!!! -

 

주변에서 지켜보던 동무들은 웃음보따리 터졌지만, 신기하게도 그러는 사이 전혀 아프지도 않았답니다.

두들기는 그것이 물리적으로는 아팠어도 아팠던 전두엽 그 자리 씻은 듯이 사라지니까 경쾌한 박자로도 여겨지데요.

 

그 선생님 / 그립습니다. 정말 / 정말 보고 싶네요.

그러나 물거품처럼 긴긴 세월 주저앉혀 이 몸 이 꼬락서니로 어디에다 명함 내밀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 시절의 그 체벌이 고마울 뿐이지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 아프지 말고 언제까지나 만수무강하소서~!!!

 

~ 대갈통이 쉼표 받은 날!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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