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이런 게 치매 아니고 건망증이라고 빡빡 우기고도 싶은데-

 

며칠 전 그날은 아주 오래된 연속극 드라마 그 막판을 보던 중이었다.

주인공 남녀가 눈밭을 뒹굴며 마구 미끄러지는데 문득 그 옛날 어느 겨울철에 산중에 올랐던 그 시절이 문득 다그쳐 올랐다.

 

'어휴 저 녀석들 그거 있잖아! 그것 차면 될 텐데 그것도 없이 눈밭에 간 거야!!!'

입가에서만 계속해서 맴도는 그것 이름이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략 스무 해쯤 전 그때는 지금은 떠나고 없지만, 함께 살던 아내와 이따금 산에 오르곤 했었다.

평지에서도 걸핏하면 넘어지는 내 몸에 산행이라니? 그것도 겨울 산행이라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됐지만, 그때는 그래도 타기 좋은 우리 지역의 명산(무등산)에 곧잘 오르곤 했었다.

 

물론 내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까 끝까지 오를 순 없었고 그 절반쯤(중머리재)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오곤 했는데 나는 그까짓 거로도 숨이 턱턱 막혔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산을 오르고 나면 내 몸에서 뭐가 빠져도 한두 개씩은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없었다.

어떤 때는 손목에 차고 있었던 시계가 없어지고 또 다른 날은 손가락의 반지가 어디로 갔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으며 머리가 됐든 팔다리고 됐든 하다못해 손바닥이라도 그 산행이 끝날쯤에는 온전하지 않았었다.

 

그랬었기에 겨울 산에서는 다른 무엇도 아닌 신발에 차는 그것! 미끄럼을 막는 그것! 그것이 필요했었다.

무척 친절하고 상냥했던 아내는 내게 그것을 선물해줬다.

 

그것이 생각나지 않기에 참고 참다가 날이 훤했을 때 그것이 들었을 신발장 곁에 난 창고를 열었다.

그것이 들었음 직한 자루 두 개가 보이기에 그 각각을 열었더니 매우 신선해 보이는 놈으로 두 세트가 따로따로 들어있다.

 

그 실물을 보면 금세 그 이름이 떠오를 줄 알고 열었건만, 너무나도 신선한 그것들 세세히 살피는 중에도 그 이름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 뭐야! 내가 지금 치매야? 설마하니 치매겠어!^^! 건망증이지 (^|^) -

 

속상하다. 그것들이 너무나도 신선하기에 속상함이 더한다.

우리 마누라 그걸 내게 선물했건만, 실제로는 몇 번을 써보지도 못했다.

 

그 시절 그 어느 시점에 그 착했던 아내가 내가 아는 어느 동생 놈(?)과 함께 우리 애들 데리고 떠난 탓이다.

둘이 서로 사랑한다는데 나로선 말릴 수가 없었다.

 

내가 품은 그리고 믿은 사상의 어느 지점에서도 두 사람의 밀월을 방해할 그 어떤 명분이나 근거가 없었다.

그랬는데도 긴긴 세월 나는 억울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더라.

 

그로부터 십 년쯤이나 지난 어느 날에 아내께서 내게 전화로 이혼을 들먹였다.

그 전화 받은 즉시 흔쾌히 승낙했었지.

 

전라도와 강원도의 결합 / 더 세세히는 광주광역시와 대구광역시의 결합 -?

우리의 결혼은 그런 거였기에 다소 복잡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특성상(노동자의 길)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던 게 우리 [혼례의 장]이었던 그거와 비교하면 법적으로 완전히 [갈라섬의 장]은 그 첫 장의 십분의 일 / 백 분의 일도 안될 만큼 간단하고 빠르게 종결됐었다.

 

휴대폰 가져가서 그놈들 사진만 찍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 겨울철 등산 장비 -

 

검색창에 치니까 줄줄이 걸러 나오는 머리글에 '아이젠'이라는 이름이 섞였다.

그래도 나는 그 이름이 내키지 않아서 어느 쇼핑몰을 열고 거기서도 쳐본다.

 

그랬더니 '텐트'같은 물건만 계속해서 나오니까 차라리 '아이젠'으로 검색해본다.

그 가격대도 대부분이 오천 원 안팎으로 흥건히 깔렸다.

 

문제는 그것이 진짜 [아이젠]이었던 거다. 나는 드라마 보면서 입속으로 계속해서 '스, 스, S….'했었는데 내가 짐작했던 그것과는 '사돈 남 말처럼' 거리가 나니까 선뜻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아 아~ 그립다!

그 옛날 아내와 그 일당이 우리 지역 '민주당 모 의원 사무실'을 점거하고 긴긴 세월 '노숙 투쟁'했을 때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함께 머물렀었던 우리 선봉대의 내 동생(철의 전사)@!@

 

그 친구는 벌써 저세상으로 가고 없는데 / 그 친구는 인제 영영 볼 수도 없는데….

 

어디서 배워왔는지 수련회 떠났을 때 동지들 모두에게 녀석이 [꽃병 제조법]을 전수했었다.

꽃병 입구가 헐거워서는 안 된다며 못과 망치로 꽉꽉 쳐서라도 솜뭉치 단단히 끼우라며 일러줬던 내 동생 / 내 친구!!!

 

- 동생아! 친구야! 동지야! 전우야! 전사야! --- 죽어도 죽지 말아라!!! -

 

 

~ 사랑 ~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