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그 자리는 견딜 만한가?
조금 오래됐는데 그 당시 들어간 공장에 입사 동기(광주광역시 하남공단 내 '냉난방기 공장 - 88. 08. 09)로 그 성품이 깔끔한 동생 놈이 있었다.
녀석과 같은 라인에서 일하지는 않았지만, 입사 동기였기에 안면 트기가 쉬웠었다.
그렇게 입사한 지 얼마쯤(아마도 반년쯤) 지났을 때 우리 공장에서는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 간 대립이 생기게 됐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안에서 우리 측 입장을 기어이 얻어내려는 적극적 활동가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 속에 녀석도 들었더라.
그로부터 우린 입사 동기를 넘어 '투사로서의 동지'가 되었다.
그로 말미암아 그 당시 전국적 노동단체(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지역 조직(광주 지역노동 조합협의회)으로서 그곳에도 적극적인 투쟁 조직(광주지역 노동해방투쟁 선봉대)이 꾸려졌는데 그 조직엔 '광주지역노동 조합협의회' 소속의 조합원이 아닌 그 당시 '한국노총' 소속의 회원도 있었기에 정확히는 광노협(광주지역노동 조합협의회) 산하 조직이 아녔지만, 거기까지 진출해서 녀석에게 막역한 임무(?)가 주어졌었다.
그랬지만, 매주 토요일 오후에 우리가 가졌던 회의를 광노협 사무실에서 가졌기에 딱히 독립단체라고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그 시절 공장마다 제각각이었던 노동자 근무 형태
1) 온종일 하는 토요일 근무를 포함한 주 6일 근무 형태
2) 토요일은 반나절만 근무하는 주 6일 근무 형태
3) 한 주 토요일은 쉬고 나머지 토요일은 온종일 근무하는 근무 형태
그런 근무 형태가 일반적이었는데 그 시절에 전국단위 주 44시간 근무제 따내기 위해서 얼마나 싸웠던가!
또 44시간 노동을 넘어 좀 더 선진적인 나라에 견주어 우리도 주 40 근무제를 얻어내려고 또 얼마나 싸웠던가!
무수히 많은 노동자가 공장 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지만,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과거 '전태일 열사'가 그랬듯이 수없이 스러져갔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주변엔 근로조건 개선과 우리 국민 안락한 삶을 위해 줄기차게 피땀으로 헌신하는 노동자가 부지기수일 거다.
나는 그런 정도엔 '새 발의 피'도 안됐지만, 녀석은 그만큼의 각고의 의지로 헌신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공장에서 잘려 나간 그룹에 당연히 녀석도 끼워졌었지.
그렇게 되자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온갖 발버둥으로 살아내고자 고군분투했었는데 어느 순간에 덜컥 병마(암)가 찾아왔다네.
나는 내 몸 상한 것만 알았지 녀석마저 나보다 더한 병중에 있는 줄 상상도 못 했거든.
그랬었는데 몇 년 전 어느 날 우리 그룹 막내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문자를 받았는데 녀석이 글쎄 난데없이 이 세상 떠났다잖아.
그것도 나중에 알아보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암 수술이 잘못되어' 갔다더구먼.
며칠 전 10일은 사전에 우리 그룹 막내로부터 녀석이 '자리한 곳(유골함을 모셔둔 곳)'에 다녀오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나다닌 지도 올해 세 번째가 되네.
- 이놈아! 거기는 지낼만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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