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최북단백령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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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그해 일자리를 찾아 부산에 들렀다가 실패하고 대구로 올라갔어요.
거기서 나와 처지가 비슷한 청년을 만났는데 처음엔 그 친구와 둘이 같은 목적(일자리 확보)으로 거리를 싸돌았지요.
온종일 돌다 보면 배도 고프니까 밥도 먹어야 하고, 저녁엔 잠자리도 마련해야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는 실제로 돈이 없는 것인지 한 푼도 안 쓰는 겁니다.
'우리가 둘이 함께 일자리 찾으니까 못 찾나 봐!
그러니 당신은 저쪽으로 돌고 나는 이쪽으로 돌도록 하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여비가 간당간당했기에 불안해서 떼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답니다.
어쨌든 이 친구와 그렇게 헤어졌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어요.
옷 가방에 기타 하나 둘러매고 헤맸는데 그날 나는 운 좋게 일자리를 잡았답니다.
그 친구는 그 뒤로 어떻게 됐을지 나도 몰라요.
요즘 같으면 '핸드폰'이라도 있으니까 그나마 연락처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어쨌든 나는 코딱지만 한 공장에 '용접 시'로 들어갔는데 잠자리가 없어 저번에 헤어진 그 친구 들먹일 여유마저 없었죠.
경비실에서 경비랑 같이 웅크리고 자다가 월급이 모이니까 여관방에 살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여관방에 살더라도 시골집처럼 무한대로 개방할 게 아니고 자물쇠를 채워놓고 공장에 출퇴근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방안에 풀어둔 손목시계를 누군가 단서도 안 남기고 빌려 갔거든요.
어쩌면 그건 '백령도 친구에 대한 나의 비겁함에 대한 단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백령도 친구야~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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