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 무식하지만, 무척 기특한 효자손입니다.
오늘 아침 일인데 다섯 시 반쯤이나 되었을까요?
그 시각에 잠 깨면서 몸을 뒤척였던지 뭔가가 툭 하면서 발끝에 떨어지데요.
주섬주섬 일어나서 보니 그 자리를 살폈더니 바둑판입니다.
편하게 보려고 침대에 걸쳐 둔 텔레비전!
그것 아차 하면 넘어지니까 그것 바둑판으로 지렛대 삼아 걸쳐 뒀었거든요.
잠결에 그것 받침대 건드렸나 봅니다.
그 탓으로 무거운 지렛대가 흔들려서 떨어지고 말았을 거예요.
무겁고 큰 저 바둑판을 다른 걸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고심하다가 전에 다른 일로 구해뒀던 길고 얄팍하게 각진 나무토막이 생각났지요.
그걸 찾아서 그 거리 가늠해서 연필로 긋고는 거실로 나갔답니다.
아직은 컴컴하고 이른 시각이라서 톱질하는 소리 밖으로 안 새게끔 제 무릎 위로 올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잘라냈지요.
드디어 그 길쭉했던 각목이 두 토막 났네요.
하여 얼른 텔레비전 뒤로 기대어 봤지요.
가늠해서 잘라낸 만큼 그 길이 딱 맞습니다.
Filial_Hand-01
그리고 애초에 썼던 그 바둑판은 컴퓨터 모니터 놓인 자리 밑동으로 집어넣었거든요.
그 자리 다른 바둑판도 있고요, 이렇게 나뉘지 않았을 때의 본래의 제 짝도 다른 놈들과 나란히 밑동의 한 축으로 그 아래 들었으니까…
Filial_Hand-02
그리고 요놈이 오늘에 문제의 살벌 무식한 '효자손'입니다.
아까 텔레비전에 넘어지지 않게끔 뒤쪽에 받히는 지렛대로 썼던 기다란 각목 둘로 나눴다고 그랬잖아요?
그 나머질 어떻게 할 건지 잠시 뜸들였는데 퍼뜩 그것 효자손이 떠오릅니다.
그 몸이 젊었거나 늙었거나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도 그 축이니까 가끔은 등 쪽이 몹시 가려웠어요.
그러면 온 집안을 뒤져서 효자손 급히 찾곤 했었거든요.
그것 찾아서 등 쪽에 대고는 빡빡 긁어보곤 했습니다.
젖혀서 힘주었던 손목만 아플 뿐이지 실제로 가려웠던 등 쪽 그 자리는 별로 시원하지도 않더라고요.
심하게 긁으면 도리어 윗도리 메리야스에 피 묻히기 일쑤였고요.
그런 순간이며 그놈의 효자손 던져버리고 차라리 바늘이라도 대고 콕콕 찔러버리고 싶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게 그 가려움의 심장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나사못을 택했습니다.
당분간 이것 쓸 일은 거의 없겠지만, 훗날 언젠가는 반드시 써먹을 날 돌아올 것입니다.
Filial_Hand-03
기다려집니다.
이 멋진 효자손이 제대로 수행해 낼 그 찬란하게 효도 받을 날 그리하여 너무나도 기뻐서 뿅~! 가고 말 그 황홀한 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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