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네놈이 얼마나 잘났는데?
자고 나면 늘 그러했듯이 이불부터 갰었거든요.
그리고는 침대 위로 덮인 담요가 밀려서 흐트러진 부분 바로잡으려는 순간입니다.
자고 나면 자꾸만 한쪽으로 밀리기에 네 귀퉁이는 물론 침대 양옆으로도 헝겊 끈을 써서 꽉꽉 묶었었는데 그럼에도 자꾸만 밀리는 겁니다.
잠자리에 들어가서는 곧바로 잠들지 않고 요새 맨날 침대 끝에 매달아둔 텔레비전(모니터 겸 텔레비전 - 컴퓨터에서 인터넷으로 보는 오래된 드라마에 빠져서…) 보느라고 똑바로 눕지 않고 반쯤 접은 채(끝나고 다음 회차 드라마 보거나 다른 행동(드라마 보는 중 바둑게임을 겸할 때도 있기에…)) 모니터 가까이서 마우스 조작할 일이 있어 그런 불안정한 자세로 잠자리가 계속됐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묶었던 것 무용지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제 '잠버릇'이 안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고요.
하여튼, 그것 바로잡으려는 순간 담요에 가려서 안 보였어야 마땅한 그 아래 전기장판이 비치더라고요.
그래서 담요를 억지로 들춰서 거기 들여다봤더니 세상에 전기장판이 침대 한쪽으로 밀려들어 간 것 있죠?
그래서 부랴부랴 담요에 묶었던 헝겊 끈 모두를 풀어냈지요.
작년 겨울에도 그랬지만, 올해 들어와서도 이제는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구나 싶었던 딱 그 한순간에만 전기장판 돌렸었습니다.
아! 아닙니다. 작년에 그때가 언제였었던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전기장판 온도조절기' 새로 사들였던 날도 켰을 겁니다.
그러니까 작년 올 모두 합쳐서 달랑 세 번밖에 안 켰던 전기장판!!!
돌이켜보면 그 모두가 '시험 운전'에 불과했었는데도 '전기장판이 침대 한쪽으로 밀려들어 갔던 상황!!!' 불안한 맘이 앞서더라고요.
우리 어머님! 틈만 나면 저더러 따뜻하게 해놓고 자라거든요.
언제 한 번은 막냇동생 병원에 있을 때 어머니 병간호하면서 병실에서 자기 썼던 손바닥만 한 '허리 찜질기!!!' 그걸 가져와서는 제게 쓰라는 날도 있었으니까 그거와 겹치면서 저 없을 때 어느 순간에 전기장판이 돌아갈지도 몰라서 얼른 걷어내고 싶었습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1
두개골 잘라낼 정도의 수술이었는데 제 몸에 항생제 얼마나 많이 들어갔을까요.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의식마저 없었다니까…
제 면역력 당연히 저 아래 있었을 것 아니겠습니까?
감기약(항생제) 잘 안 먹는 것 정도에서는 면역력 올려낼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기장판도 안 떼는 겁니다.
비록 잠들 때 홀라당 벗고 자지만, 춥다 싶으면 이불 덮어쓰면 되잖겠어요?
그런 이유로도 침대에 여러 겹의 보온 장치가 마련됐던 거였었어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2
담요를 걷어다가 세탁기에 집어넣고는 그것 두꺼운 것도 않기에 '표준'에 맞춰 적당히 조절한 뒤 돌려놓고서 들어왔지요.
그러고서 침대 위를 유심히 살폈는데 세상에 그 자리 너무도 더럽습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3
저는 그것이 '침대보'란 사실 깜빡 잊었던 거지요.
살짝 들췄더니 걷힙니다. 얼른 걷어 냈지요. 그러니까 '매트리스 받침대'가 맨살로 드러나네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4
얼른 세탁기로 달려가서(실제론 달리지도 못하면서 그 마음이 급해서 부지런히 걸어나가서) 세탁기 '동작/정지' 눌렀답니다.
그러고는 그 침대보 들고서 잽싸게 서 있는 세탁기로 갔지 뭡니까.
안으로 집어넣고는 이제는 표준이 아닌 '담요'쪽으로 다시 세팅한 뒤 다른 건 손보지도 않고 그대로 돌려버렸네요.
그 타이머 한 시간도 더 잡힙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5
방에 돌아와서는 침대보 다른 걸로 다시 깔았지요.
역시나 지저분했던 '매트리스 받침대'가 덮이니까 깔끔해 보이긴 합니다.
그 자리 들여다보면서 술 참기로 한 다짐(1,091일째 되는 날 - 그날로부터 대략 2년 11개월 24일이 지남) 다시금 되새겼지요.
- 그놈의 술이 결국 침대며 이부자리 망가뜨렸던 원흉이었으니까^^^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6
애초에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어제는 담요도 빨고 침대보도 빨고 또 쓰지도 않았던 골칫거리(?) 전기담요도 걷어서 정돈해 놓았고…
아무튼, 흐뭇한 하루였어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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