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창 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카톡_친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0.02.21 친구야

친구야

짙은 녹색 2020. 2. 21. 20:51

친구야

 

친구야-01

 

엉큼한 겨드랑이로도 흐르고

침울한 아랫도리로도 흐르고

더 내려가서 발가락 새로도 흐르더니만,

요놈이 어느덧 내 대가리에 찰싹 달라붙어서

온통 허옇게 해놓고는 홀라당 도망쳐버렸어!

친구야 혹시 봤니?

그놈 그 무심한 놈 말이야.

너와 내가 고춧가루도 안 뿌리고

마냥 지켜본 사이 어느새 홀라당

지나쳤던 그놈 말이야.

 

내 친구들은 그놈 냅다 부르기를

- 어허 허망하다. 세월 -

- 아하^ 미쳤구나! 세월 -

- 허허허 가버렸네. 세월 -

친구는 그놈을 뭐라고 부르는가?

 

막상 놈이 코앞에 바짝 서서

눈 뻔히 뜨고서 노려보면

할 말이 없지.

아니, 뱉을지도 몰라~

미친놈아, 징그럽다 저리가!!!

 

 

친구야-02

 

얼마 전 지났던 올 설엔 정년퇴임을 한 지

첫 회가 되는 아는 형님이 찾아오셨어.

 

지난 수십 년 세월 명절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찾으셨던 분이셨는데 올핸 유달리 그 눈빛 깊더구나!

 

어젠 어떤 동생이 전화로 말하길

어쩌면 형님 적당한 촌락을 찾아가

농사나 지을 것 같더라는 전갈을 해 주더군.

 

그 내막은 모르지만,

그분 살아온 굴곡을 뻔히 봐왔기에

내 마음이 왜 그리도 씁쓸했던지…

 

친구야

세월이란 놈 참 허망하다 싶더라.

무엇을 얻고자 그토록 처절하게 싸웠었던고

그냥 허망하구나~

 

반드시 얻어내고자,

반드시 이기고 말리라 살았던 것도 아녔지만,

지금의 나에게 나는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데

지금에 와서 남은 게 뭐란 말인가.

 

 

친구야-03

 

침착해지자. 침착해지자~

 

처음부터 우리 물질을 갈구했던 거 아녔으니까.

그러면 너무나도 뻔하지만, 그 뻔한 답이 훤히 들어오잖아!!!

 

모두가 다 아는 그것 '사랑'엔 왜 값어치 못 쳤을까?

사랑보다 더 큰 가치가 세상 어디에 있다고^

사랑 말고 얻을 것이 또 있으면 말해 보라고!

 

친구야. 우리 나이는 이미 사랑의 징검다리를 건너는지도 몰라.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오작교 삼아서

긴긴밤 시나브로 건너가듯이

 

우리의 사랑도 세상을 더욱 빛나게 할

튼실한 동량이 강건한 주춧돌이

우람한 기둥이 되어 줄 거야.

 

그런 의미에서 친구야.

고마운 친구. 어여쁜 친구야

사랑해요. 쭉쭉~ 언제까지나…

앗싸~

 

 

Posted by 류중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