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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이로 쓰는 쓰레기통에 손잡이를 달았어요.

 

5.18 광주 시민민중항쟁이 있었던 1980년 그해로부터 딱 스무 해가 된 2000년도에 지금 사는 이 집으로 이사했었습니다.

딱 20년간의 광주 생활 / 그 기간을 온전히 광주에서 살았던 것만은 아니지만, 중간에 잠깐씩 나가서 타지에 살았을 때도 그건 어디까지나 출장 개념이었고 제 맘에 광주가 제2의 고향(진짜 고향은 전남 고흥)으로 고정됐었습니다.

 

그간 학생 신분에서 군인 / 노동자 / 해고자 / 막일꾼 / 장애인으로 여러 번 신분이 변해왔지만, 순전히 월세·전세를 번갈아 가며 살았습니다.

그랬는데 2000년 그해 처음으로 내 집이 마련됐던 거예요.

 

여기가 아파트인데 아파트에 사는 것도 그때로부터 시작했네요.

 

그전에 전세로 살면서도 살림이 좀 나아져서 아래층에 살았을 때 우리 애들 버릇은 여전했지요.

둘이 있었는데 둘째는 아직 유치원 수준이었던데 반해 큰애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었습니다.

 

거실 바닥에 배구공 콩콩 뛰기도 하고, 소파에 펄쩍펄쩍 뛰어서 내려앉기도 하고….

어쩌다가 한두 살 아래의 처제네 애들 놀러 오면 거기에 수위를 더해서 체조선수 텀블링하듯이 소파를 향해 몸 던지고 마구 뛰기까지 하는 겁니다.

 

결국은 그 소파 주저앉아 손아래 동생이 아는 목수를 불러 수리하기에 이르렀지만, 그 기간 바로 아래층 사람들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저 역시도 그 시절 살면서 한 번도 '층간소음'이라는 말 들었던 적이 없었기에 그 피해에 대해 가늠도 못 했던 처지였었는데 말입니다.

 

필요하면 무거운 물건(주로 책걸상 따위의 물건들)의 위치 맘에 들 때까지 마구 이리저리 옮겼었고요, 필요한 곳에 못질 쾅쾅했던 거! / 얘들 또한, 그러든 말든 내버려 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래층에서 머리 희끗희끗하여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께서 올라오셨어요.

그분 하시는 말씀이 '밤낮으로 위층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나도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혀 그 짐작 못했던 것도 아녔지만, 그날로부터 애들도 주의시키고 저 역시도 조심하려고 노력했었죠.

 

그날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는지 반년이 지났는지 그건 모르겠는데 아래층이 이사 나간다면서 그 아주머님 올라오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자기네는 새집으로 들어가는데 그러기에 필요한 가재도구 대부분을 새로 장만하신다면서 우리 더러 아래층에 내려와서 필요한 것 보이면 몽땅 가져가라고 그러더라고요.

 

아래층의 그분들 지금 그 얼굴이 생각나진 않지만, 참 따뜻하고 참 고마운 분들이셨어요.

 

그리하여 뭔가를 가져올 생각도 있었는데 마땅한 게 없어(그 당시엔 함께 살았던 아내도 싫다고 해서) 제가 아래쪽 뭔가를 발로 밟으면 그 뚜껑이 튀어 오르는 쓰레기통을 들고 왔었습니다.

 

그 뒤로 여차여차하여 아내와 함께 떠난 아이들과도 별거하게 되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나중엔 이혼도 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아래층에서 올라온 그 쓰레기통은 그로부터 양동이로 쓰였답니다.

그랬었는데 여기에 물이 가득 담기면 제 몸이 쇠약해서 그런지 휘청휘청하는 겁니다.

 

어제는 물끄러미 그놈 들여다보다가 문득 손잡이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잡이를 뭐로 할지도 생각해봤는데 얼마 전 새 혁대를 사기 전까지 허리끈으로 썼던 두툼한 전선(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혹은 모니터를 220V 콘센트와 연결하는 코드)을 생각했었습니다.

허리끈으로 쓰기 좋게끔 그 처음과 끝에 달린 콘센트나 플러그도 잘라냈기에 때마침 그 쓰임새도 적당한 터라서.

 

그리하여 아직은 쓰레기통 아래쪽에 남은 장치들도 걷어낸 뒤 거기에 전선 코드의 끝부분을 타이로 묶은 뒤 위쪽에 둥그런 부분도 각각 타이로 고정했답니다

위쪽의 한쪽은 그것 처음부터 달린 손잡이에 묶고 나머진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송곳으로 구멍을 낸 뒤 그 자리에 약간 두꺼운 타이를 세로로 넣고 그 타이에 전선 코드와 함께 작은 타이 둘로 가로로 묶었어요.

그렇게 해야 손잡이가 위로 곧게 뻗을 테니까….

 

그 아주머니와 그 가족들….

어디에서 뭘 하시고 사시던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 하낫둘^ 센넷^^ ~

 

 

~ 하낫둘^ 센넷^^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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