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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어디서 나서 어떻게 거기 들어갔을까?

 

그날은 너무나도 날씨가 좋아 최근에 입었던 옷 전체를 빨고자 했습니다.

옷걸이에 걸린 옷만으로도 대여섯 벌 됐기에 속옷 양말까지 보태서 한꺼번에 다 못 빨고 두세 번에 걸쳐 빨아야 했죠.

 

문제는 그렇게 다 빨아야 하니 마지막으로 아랫도리 걸칠만한 게 없는 겁니다.

윗도리는 메리야스 속옷만으로도 괜찮겠지만, 팬티 바람으로 세탁기가 놓인 베란다 그리고 빨랫줄 걸린 그쪽 베란다 그 두 지점 사이의 거실 등등을 그런 차림으로는 적절치 않기에 뭐라도 걸쳐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장롱에서 곧게 펴진 외출용 바지를 꺼냈지요.

당연히 그런 바지니까 허리띠도 함께 따라붙었겠지요.

 

문제는 그놈의 버클이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겁니다.

마음은 급해 죽겠고, 빨래는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얼른 끝내야 하겠고….

 

결국은 빨래부터 팬티 바람으로 엉금엉금 세탁기에 기존에 빨린 것 꺼내고 그 마지막을 처넣고서 돌리고는 방으로 돌아와서 허리띠의 버클에 매달렸답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기에 조여지지 않은 지 그 까닭을 아무리 궁리해도 모르겠습니다.

 

- 어쩔 수 없다! 저 빨래만 마르면 되니까 오늘은 그냥 허리띠 없이 바지만 입자! -

 

그런 각오로 이 허리띠의 버클을 포기하고서 이참에 쇼핑몰에서 새 놈을 사고자 했답니다.

그렇게 마음이 돌아선 뒤 인제는 쇼핑몰을 열어놓고서 '버클' 쪽을 뒤지는데 그것 버클만 따로 파는 곳은 보이지도 않고 보통은 허리띠와 묶여서 팝니다.

 

그 가격대도 심하게 비싼 편이 아니어서 '택배비'와 묶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오가는 중인데 불현듯 떠오릅니다.

- 오! 내가 그때 허리띠 두 개를 샀었잖아!!! -

 

네. 그래요. 아주 멀리도 아니고 우리 동네 자주 갔던 가게에서 그것 달랑 하나만 사기가 뭐해서 둘을 샀었는데 그제야 그것이 떠올랐던 겁니다.

 

얼른 장롱 바닥을 훑었더니 돌돌 말린 새 허리띠가 보이네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았기에 허리띠가 비닐로 싸였습니다.

 

- 후~! -

 

얼른 그것 비닐 포장을 벗겨내고는 놈을 방바닥으로 앉힌 뒤 이리저리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 도대체 뭐가 다르기에 이놈은 되고 저놈은 안 되는 거야!!! -

 

창문을 활짝 열었지만 그래도 잘 안 보입니다.

그랬기에 이 방에서 제일 밝은 전등 스위치를 켜고 다시 앉았습니다.

 

그쯤에서 들여다보니까 잘 안됐던 놈 버클 안으로 무슨 핀처럼 생긴 것이 저 안에 들었네요.

어차피 손가락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도 없으니까 일어나서 거실로 나가 '일자 드라이버'를 챙겨왔어요.

 

그러고는 허리띠를 들고서 불빛에 비춰가면서 드라이버를 넣어 그 핀 같은 걸 이리저리 눌러봅니다.

그랬는데 놈이 눌러봐야 눌리지도 않고 자꾸 이쪽저쪽으로 밀리기만 합니다.

 

- 허^ 이상하네~ 저게 튀어나온 핀이 아니냐??? -

 

자꾸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놈이 일자 드라이버에 딱 달라붙었습니다.

 

드라이버를 쑤시지 않고 빼내어 손으로 만졌는데 그게 글쎄 마치 자석처럼 자화가 되어 드라이버에 붙었던 겁니다.

 

- 야! 도대체 너 뭐 하는 놈이야^^^ 그러고 어떻게 거기 들어갔어!!! -

 

그 의문은 잠시 접고서 그 허리띠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봅니다.

이제야 어설프게나마 작동하네요.

 

드디어 바지에 허리띠를 넣고서 채워봅니다.

인제 정말 짱짱하게 작동하네요.

 

그것도 알았답니다.

여태는 그것 버클 부위를 잡고서 그것의 작동 여부를 시험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허리띠를 제대로 차려면 버클 안으로 허리띠 끝을 밀어 넣고서 그 허리띠 끝을 잡아당겨서 버클에 고정한다는 걸 말입니다.

 

그런 다음 인제 한가해지니까 그제야 곰곰이 생각합니다.

 

- 저 바지를 마지막으로 입었을 때, 그리고 그날 찼던 허리띠 그놈이 그놈이잖아!!! -

 

그날 형님이 우리 아파트까지 저를 실어다 줬는데 저는 차에서 내린 뒤 거기 앞좌석 안전띠가 차 밖으로 밀려난 줄도 모르고 문을 꽝 닫으려고 했었거든요.

 

'와지직!!! % % %^^^' 그 순간에 그런 굉음이 터졌으니 뭐가 깨졌어도 분명히 터지고 깨졌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냥 들어가!'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쭉 밀고 가셨지만, 저는 찜찜하여 들어오면서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랬기에 지금 생각하니 잘 가시라고 오늘 고마웠다고 그 인사마저 떠나갈 때 손 흔드는 눈인사마저도 제대로 못 한 거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허리띠 버클 안으로 들어온 그 작자는 형님 차의 여러 부속 중 하나가 틀림이 없을 겁니다.

 

형님! 이제라도 그때 부서진 자리 다시 살피시고 혹시라도 그 작동에 이상이 있다면 자석과 관련했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요!

 

그러고 그날 고마웠습니다.

 

~ 사랑 ~

 

 

 

Posted by 류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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