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이 아가씨 죽이는구먼!
어젯밤 잠들기 직전에 그랬었는데요.
방안을 정리하다가 오래전부터 굴러다녔던 전자계산기 설명서 책을 보았답니다.
'음~ 저거 돌려줘야 할 텐데 어떡하나?'
'SHARP MODEL EL-512S'라고 쓰여있습니다.
그 계산기 썼던 때가 벌써 스무 해가 다 되어갑니다.
막노동하던 시절이었었는데 철물을 다룬 건축일이었어요.
도면에 나온 대로 제작하고 때론 직접 설치까지 했었답니다.
그러다 보면 거기 도면만 갖고서는 다할 수 없는 부위도 있었거든요.
그럴 때는 그 부위 설계를 다시 하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계산기가 꼭 필요했지요.
직장에서 해고된 놈이 온 가족을 부양해도 모자랄 판국에 늘 복직 싸움에만 매달릴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막노동판에라도 들어가야 했었답니다.
해고자 복직투쟁 사무실을 마련하고는 아예 거기서 숙식하면서 싸웠던 동지가 있었는데 바로 그 동지로부터 빌린 계산기가 저 모델의 계산기였었거든요.
그것 들고서 막노동판으로 일 다니던 어느 날 제가 눈 속에 파묻힌 바람에 지금의 '뇌 병변 2급'을 얻게 되었는데 그 사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 계산기도 잃어버렸지 뭡니까?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겁니다.
그 시절 살았던 집(해복투 사무실 근처)에서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열네 돌쯤 돼버렸네요.
이곳에 들어와서도 그 계산기 찾아내려고 아무리 뒤져봤건만, 찾아냈다는 게 겨우 설명서 저것뿐이랍니다.
당장에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모아나가면 가능하겠다 싶어서 아침나절 내내 그 모델로 찾아봤지요.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그 모델 단종되고 없다는 것도 한참 뒤에야 알았거든요.
그러던 사이 네이버에서 마침내 로그인하니까 메일 한 장이 들어왔네요.
외국어라면 그것 쳐다보기도 전에 머리부터 근질거리는데 오늘은 거기 제목에 'big data'라는 말이 들었습니다.
'빅데이터'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새 일자리와 관계해서 그 비슷한 말이 나돈 적이 있었던 것도 같기에 무슨 소린지 대충이라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TTS-01
애초부터 '번역'을 염두에 뒀으니까 '구글에서 번역페이지'를 펼쳤겠지요.
그리고는 모두를 복사하고는 붙여넣었답니다.
붙여넣자마자 곧바로 번역되었는데 그것이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아래쪽에 익숙한 모양새(스피커)가 눈에 띕니다.
'음~ 저거 TTS구나!'
전에 피시딕에서 그것 TTS(텍스트 투 스피치 이거가 맞나?) 사용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 아이콘 봤을 때 벌써 그것이 무엇일지 짐작이 갔었거든요.
눌렀는데 그냥 너무도 좋아서 까무러치겠더라고요.
TTS-02
TTS-03
그것 또박또박 읽어주는 여인의 목소리가 너무도 감미롭데요.
홀아비로 산 세월이 너무도 긴 탓일까요?
후후 후…
짝 있는 사내들은 올 거 없고요.
노총각 홀아비들만 눌러보세요!
그 목소리 듣고 나면 오늘 먹는 커피도 아주 맛있고 그냥 냉수도 죽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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